뇌영상분야 세계적 권위 조장희 박사 영구귀국
뇌영상분야 세계적 권위 조장희 박사 영구귀국
  • 강진은 기자
  • 승인 200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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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 세계 최초 개발···5년내 PET와 MRI 접목시킨 기기 개발 계획
국내 뇌과학 연구 수준 향상과 해외 우수 과학자 초빙에 영향
▲ 조장희 박사가 개발한 최초의 고리형 양전자 방출단층촬영기기(PET) 스캐너(1975)
PET(양성자방출단층촬영장치, Positron Emission Tomography)를 세계 최초로 개발, 뇌영상 연구분야의 세계 3대 석학으로 꼽히는 조장희 박사가 인천 가천의대 길병원이 설립키로 한 ‘가천뇌과학연구소’ 소장을 맡으며 지난 7월 19일 영구 귀국했다.

최근 뇌과학을 통한 과학(Science through Neuroscience)이 떠오르고 있다. 김승환 교수(물리학과)는 “뇌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으로써,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뇌과학은 수학*물리학*생명과학*컴퓨터*전자공학*인지과학 등 다양한 학문영역이 융합되는, 다양한 학제간의 연구가 필수적인 분야다. 뇌 연구는 뇌질환 치료와 인공지능 등의 응용뿐 아니라 생체계 및 자연계의 복잡성을 연구하는, ‘복잡계 과학’과도 같은 새로운 과학의 조류 형성에 공헌할 것”이라 설명했다.

뇌과학분야 중에서도 조 박사의 전문분야는 뇌영상이다. 조 박사는 스웨덴 웁살라대학(Uppsala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스톡홀름대(Stockholm University) 교수를 거쳐, 1972년 미국 UCLA로 자리를 옮겼다. 그 해 12월 영국에 이어 CT(컴퓨터 단층촬영기기, Computer Tomography) 개발에 성공한 뒤 1975년에 세계 최초로 PET를 개발했으며, 이후 MRI(자기공명영상장치, Magnetic Resonance Imaging) 연구로 방향을 돌렸다.

뇌의 복잡한 회로와 기능을 연구하려면 뇌기능지도가 필요한데, 이는 유전자 연구를 위해 유전자 지도가 필요한 것과 같다. CT, PET, MRI 등의 영상장치는 뇌 가시화를 통해 뇌의 구조를 파악, 뇌기능지도를 구현하는데 필수적이다.


CT와 PET, 그리고 MRI

CT는 X선을 이용하여 인체의 단면을 촬영한다. 가느다란 X선을 촬영하고자 하는 단면 주위로 돌리면서 투사하여, 인체를 통과하면서 감소하는 X선의 양을 측정한다. 인체 내부 장기들의 밀도는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X선이 투사된 방향에 따른 흡수 정도가 다르다. 이렇게 X선의 투과된 정도를 컴퓨터로 정밀 분석하여 장기의 밀도를 결정하여 단면을 얻고, 이들을 재구성하여 영상화 한다.

PET는 감마선을 이용하여 인체영상을 얻어낸다. 촬영을 위해서는 PET 카메라와 방사성의약품이 필요하다. 인체 혈관에 주입된 방사성 의약품은 몸 속에서 양전자를 방출하는데, 이는 방출되자마자 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와 결합하여 정 반대방향으로 진행하는 두 개의 감마선으로 변한다. 이 때 PET 카메라가 이 감마선 두 개를 동시에 검출, 몸 속 방사성 의약품의 정확한 위치(분포)를 알아냄으로써 인체영상을 얻어낸다.

MRI는 X선이나 감마선과 같은 방사선이 아닌, 인체를 구성하는 원자의 자성을 이용하여 인체영상을 구현해낸다. 원자 외부에 강한 자기장을 형성해주면 원자핵은 자기장의 방향으로 정렬되며, 원자의 종류에 따라 각자 고유한 진동수를 갖게 된다. 여기에 고주파를 발사하면 원자마다 특정한 주파수의 고주파를 흡수하는데, 고주파를 끊으면 흡수한 고주파를 다시 방출하는 공명현상을 일으킨다. 이 때 원자가 흡수한 에너지가 다시 방출될 때까지의 시간이 세포마다 다른 점을 이용하여 원하는 부위의 영상을 얻는다.


PET와 MRI의 만남

CT와 PET, MRI는 모두 인체의 영상을 얻어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원리와 방법이 모두 다른 만큼 각자의 장점과 단점 또한 제각각 이다.

사람 몸의 3차원적인 모습을 2차원의 필름에 나타내는 일반 X선 사진과는 달리, 선택한 단면의 모든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CT는 일반 X선 사진으로는 알아내기 힘든 여러 가지 사실들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어 뼈와 초기 출혈 등을 잘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방사선인 X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인체에 유해할 수 있으며, 횡단면밖에 볼 수 없는 단점이 있다.

PET는 영상을 얻어내는 원리에서 알 수 있듯이, 체내의 이상 상태를 민감하게 판단할 수 있다. 즉 CT나 MRI가 암이 일정 크기 이상 자라야 진단이 가능한 데 비해 암의 식성(食性)을 추적하는 PET는 암이 채 자라기 이전에도 진단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CT와 마찬가지로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을 사용하는 PET는 기본적인 위험부담을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방사성 의약품을 체내에 주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더불어 PET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가장 미세하게 분간할 수 있는 간격이 2.5mm 정도에 그치고 마는 낮은 해상도다.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는 MRI는 인체에 무해하고, 0.2mm의 구조까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고해상도를 자랑해 CT나 PET보다 정밀한 영상을 얻을 수 있으며, 가로로 자른 단면뿐만 아니라 원통형이나 원뿔형의 단면도 촬영할 수 있다. 그러나 인체 내부에 투입된 방사성 의약품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PET에 비해, MRI는 물질이 어떻게 흘러가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피는 등의 동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현재 조 박사는 “5년 내로 PET와 MRI를 접목시킨 기기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귀국한 상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PET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를 PET의 10배가 넘는 MRI의 우수한 해상도로 보완하여 두 기기의 장점을 살린다면 이전에 관찰이 불가능했던 다양한 뇌현상의 관찰이 가능해지고, 따라서 더욱 정밀한 해상도의 뇌기능지도 작성이 가능해진다. 뇌의 영상자료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알츠하이머병, 파킨슨씨병 등 각종 뇌 관련 난*불치병 치료법 및 신약 개발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 제공에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조장희 박사의 영구 귀국과 대한민국 과학계, 그리고 포항공대

세계적인 석학의 영구귀국은 우리나라 뇌과학계의 수준 향상과 그에 따른 우수한 연구결과 도출에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동시에 유수의 인재를 초빙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세계적 첨단연구 그룹 형성과 연구 수행이 가능할 정도의 연구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하여 일부에서는 이번 조 박사 건을 계기로, 해외에서 활동중인 우수한 연구자들을 앞 다투어 모셔오려는 ‘초빙러시’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한다.
가천의대 측은 조 박사를 초빙해오며 그가 미국에서 받던 연봉인 30만 달러를 그대로 제시했다. 대한민국 과학계를 통틀어 ‘이례적’ 혹은 ‘파격적’이랄 만한 액수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 반기거나 아니거나 이다. 전자의 경우 ‘이제 우리나라에도 인재에게 제값 대우를 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반면 후자의 주장은 ‘많지도 일정하지도 않은 연구비로 고생하는 현실에 고액 초빙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물리학과 김승환 교수는 “조장희 박사 이전에 러플린 교수의 우리 대학 석학교수와 아태이론물리 센터 소장영입 및 카이스트 총장 취임에서 보듯이, 세계적 연구를 선도하기 위하여 우수한 인재를 최고의 대우로 스카우트 해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분명한 것은 지금이 바로, 우리나라 과학계가 인력을 움킨 손아귀가 인색인지 합리인지를 돌아보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미 우리 대학의 여건은 세계 어디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게 갖추어져 있다. 김 교수는 “우리 대학이 갖춘 좋은 조건 중의 하나가 방사광가속기다. 우리 대학이 보유한 국내 유일의 방사광가속기는 영상분야 연구에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다. PET는 일종의 작은 가속기를 활용하여 만든 장치이므로 가속기 연구가 PET 연구·개발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며,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건설되면 가속기의 방사광을 이용한 X선 영상 방법의 해상도를 향상시켜 뇌 세포 등 미세 조직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아울러 “이제 우리 학교도 세계적 연구자 초빙 및 선도적 우수 연구그룹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섣부르게 마신 김칫국은 입맛만 버려놓기 십상이다. 으리으리한 건물에 값비싼 장비가 들어서는 사이, 우리네 의식은 어디까지 올라갔을까. 물리적인 변화의 저변에 건강하게 깨어있는 의식이 다져있지 않는 이상, 백만의 조장희 박사를 얻는다 하여 일류로의 도약이 절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과학계, 나아가 세계의 과학계를 이끌어갈 포항공대인의 비전을 찾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