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기술 이야기 - 토양오염 및 지하수 복원
환경기술 이야기 - 토양오염 및 지하수 복원
  • 백기태 /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환경에너지연구센터 환
  • 승인 2004.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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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이용한 지하환경 복원기술 연구 활발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중에 ‘에린브로코비치’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화 속 환경문제는 바로 대표적인 중금속이며 발암물질인 크롬의 지하수 오염에 관한 것이다. 크롬은 자연상태에서 3가와 6가의 산화상태를 가진다. 3가 크롬은 탄수화물 소화에 필수원소이나, 6가 크롬은 피부병을 일으키고 암을 유발하는 맹독성 물질이다. 크롬은 금속의 부식을 방지하는 특성 때문에 금속관련 산업체와군수업체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PE&G라는 회사가 금속의 부식 방지를 위해 크롬을 사용했고, 폐수저장 우물의 밑바닥 방수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 폐수가 지하로 흘러들어, 지하수를 주 식수원으로 사용하던 인근 주민들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고 피부암이나 유산 등으로 고생하는 일이 생긴다. 이런 사실들을 추적해 가고 주민들을 위해 PE&G라는 회사를 상대로 싸워서 결국은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이 영화 전체의 줄거리이다.

환경기술은 사후처리 즉 오염이 발생한 이후에 폐수처리장 등에서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1세대 환경기술 방식에서 오염물질의 배출량을 줄이거나 생산공정을 개선하여 오염물질의 배출 자체를 예방하는 청정생산기술인 2세대 환경기술을 거쳐 오늘날에는 오염된 환경을 오염되지 않은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 놓으려는 ‘복원’에 초점을 맞춘 제 3세대 환경기술로 발전해왔다.

오염된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이 되지 않은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키는 기술은 제 3세대 환경기술에 속한다. 1세대와 2세대 환경기술의 초점은 ‘정화 (clean-up)’이다. 이는 오염물을 어떻게 제거하고 처리할까가 주된 관심사이지 원래상태로 회복시키는 ‘복원(remediation)’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 국토에는 토양 및 지하수 오염원이 산재해 있다. 현재 2만 리터 이상의 석유류 제조 및 저장시설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특정 토양오염 유발시설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2001년 환경통계연감에 의하면 이러한 시설이 약 20,412여 개이며 이중 주유소가 12,472개소, 석유류 및 유독물 취급 산업시설이 4,743개소, 기타 난방시설류가 3,197개소로 집계되었다.

미국의 경우 지하저장시설에서 유류의 누출이 약 10-29%로 조사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관리소홀로 인해 30%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류나 유독물 저장시설은 발암물질로 잘 알려진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과 자일렌, TCE(trichloroethylene), PCE(tetrachloroehtylene)의 주요 오염원이다. 이러한 오염물은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성질 때문에 NAPL(non-aqueous phase liquid)이라고 불려진다.

이 외에도 사용이 종료된 불량 매립지가 1997년 통계에 의하면 약 898개소나 되며, 이곳에서 발생되는 침출수가 주변 토양 및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것은 이미 신문지상을 통해 보고되었다. 광산 또한 주요 오염원이다. 우리나라 전체 광산수는 992개소이며, 이중 휴광 또는 폐광된 곳이 814개소에 달하며 금속광산도 303개소나 휴광 또는 폐광되었다. 1996년 현재 전국에 공업단지 또한 93개소로 집계되었으나 현재는 농공단지나 첨단산업단지 등의 조성으로 더 증가하였다.

또한 농경지에서의 농약 및 화학비료 살포, 전국에 산재한 골프장에서의 농약 사용 등도 잠재적인 토양 및 지하수 오염원이다. 군부대 주둔 시설 또한 주된 오염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산재한 잠재적 토양 및 지하수 오염 유발 시설의 효과적인 관리와 지하환경의 중요성 때문에 1996년부터 토양환경보전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오염된 지하환경에서 오염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생태계를 오염되기 이전으로 돌려 놓기란 쉽지 않다.

지하환경은 고상의 토양입자, 액상의 토양 공극수 및 지하수, 기상의 토양증기의 3상이 공존하는 다매체이고, 이러한 다매체가 오염되면 고상과 액상, 액상과 기상, 기상과 고상이 서로 화학평형을 이루며 오염물이 분배된다. 하나의 상(phase)에서 처리하는 대기나 수질오염 정화에 비해 지하환경 복원은 3상(phase)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렵다. 또 다른 문제점은 지하환경에서 오염물이 제거되고 복원되었는가를 정확히 조사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대기나 수질오염의 경우 냄새나 맛으로 오염정도 파악이 가능하며, 이것이 불가능하더라도 다양한 분석기기를 사용하여 오염정도 및 정화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한 곳에서 시료를 채취하면 이것이 전체 시료를 대표할 수 있는 균질계(homogeneous system)이다. 그러나 지하환경에서의 오염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염의 확인이 쉽지 않으며, 오염의 개연성이 있어도 시료의 불균질성(heterogeneous) 때문에 지하환경의 전체적인 오염도 측정이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지하환경의 복원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미국에서는 러브운하사건(러브운하 지역에 불법 매립된 유해성 폐기물로 인한 막대한 피해)이 시발점이 되어 슈퍼펀드라는 자금을 조성하여 전국적인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도 오염된 국토의 효율적인 복원을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며 지하환경 복원에 힘쓰고 있다.

국내의 오염토양 및 지하수 분야 복원 연구는 ‘토양환경보전법’이 시행된 1996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고, 몇몇 기업에서 실제로 복원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초창기 지하환경의 복원을 위해서는 오염된 토양이나 지하수를 퍼내어 별도로 처리하고 깨끗한 토양과 지하수를 다시 지하로 되돌리는 현장외(ex-situ) 처리가 주종을 이루었다. 오염지역을 신속히 복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오염부지가 크고 오염물의 양이 많을 경우 적용이 곤란하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하에서 오염물을 직접 처리하는 지중(in-situ)처리 기술이 개발되어 적용되고 있다. 휘발성 유기 오염물의 정화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토양증기추출(soil vapor extraction)이라는 기술이 쓰이고 있다. 토양 공극수에 녹아 있거나 토양입자에 흡착되어 있던 오염물을 토양기공으로 휘발시키고 이를 지하에 매설한 파이프를 통해 진공으로 뽑아내는 기술이다. 그러나 토양입자의 크기가 작아 토양 증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면 이 기술은 적용될 수 없다.
오랫동안 생태계는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의 균형적인 역할로 유지되어 왔다. 지하환경의 복원을 위해 오염물을 분해하는 능력을 가진 분해자, 즉 미생물을 이용한 복원이 경제적이며 완전히 오염물을 분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히 연구되며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철 온도가 낮아 미생물의 생장이 저해받기 때문에 한계가 있으나, 최근 저온에서도 생장이 가능한 미생물을 분리하여 이를 이용한 복원공정이 연구되고 있다. 오염된 토양이 점토질(clay)이라면 토양의 투수성이 낮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많지 않다. 점토질 토양에는 동전기를 이용한 기술이 가장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전기(electrokinetic) 기술은 직류전류를 토양에 공급하여 오염물을 전기이동(electro-migration)이나 전기삼투(electro-osmosis)현상을 이용하여 토양층에 강제적인 흐름을 만들어 제거하는 기술이다.

유기 오염물의 양이 많아 지하수층과 분리된 하나의 층(NAPL)을 형성하고 있을 때에는 계면활성제 용액을 인위적으로 주입하고 한쪽에서는 뽑아올려 처리하는 기술인 SEAR (surfactant-enhanced aquifer remediation)기술이 효과적이다.

지하수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방법이 가장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반응투수체(permeable reactive barrier)를 지하수의 흐름을 고려하여 지하에 설치하고 오염된 지하수는 투수체를 통과하며 환원되거나 흡착되어 제거된다 [그림2]. 최근에는 0가 철을 이용한 반응투수체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0가 철은 2가나 3가 철로 산화되면서 6가 크롬이나 염소계 화합물을 환원시켜 처리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기술 한 가지만 적용하여 지하환경을 효과적으로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몇 가지 기술을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통합복원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의 정화를 위한 기술을 선택할 때에는 오염물의 물리화학적 성질과 오염된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이 반드시 고려되어 한다. 지하환경의 복원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그 중요성이 깊이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오염된 지하환경을 방치하고 내버려 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후손들의 몫이 될 것이다. 지하환경 복원 기술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국토를 후손에게 줄 수 있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