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우리의 모습] 새로운 IE의 탄생(Integration Engineering)
[2020 우리의 모습] 새로운 IE의 탄생(Integration Engineering)
  • 김수영 / 산업 교수
  • 승인 2000.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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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화사한 봄날, 포항공대에는 새로운 공학의 분야가 그 문을 연다. 지난 20여년간의 긴 산고를 거쳐서 막 태어나는 하나의 분야가 바로 그것이다. 그 명칭은 Integration Engineering, 줄여서 IE로 불린다. 종래의 공학 분야들이 유사하거나 관련된 과학의 지식들을 단지 그 응용 대상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또한 관심분야가 무엇인가에 의하여 획일적인 구분을 지어 가르쳐지고 연구되던 것에 반하여, 이 새로운 분야는 그 발상부터 전혀 다르다.

IE는 우선 공학의 응용분야를 어느 한 분야만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통합이라는 그 의미 그대로, 엔지니어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다양한 분야의 기초 지식을 갖춤을 바탕으로 하여, 기계, 전자/전기로부터 생명분야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분야의 기반을 섭렵한다. 학부의 과정은 이들 전 분야에 대한 포괄적인 기초과정으로 구성되며, 4학년에서야 비로소 이들의 분야를 연결하여 실제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과정이 진행된다. 4학년의 마지막 학기는 교과과정이 아닌 실습위주의 과정으로, 실제 기초 및 응용 과목들에서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개인이 선택한 영역에서의 통합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또한, IE의 주요 과정중의 한 분야는 과거 산업공학(Industrial Engineering)에서 발전한 Human-System-Information-Manage ment(HSIM) Integration 분야이다. 공학적인 지식을 실제 기업이나 사회에서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인간-생산-정보-경영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모델링, 분석, 설계, 운영, 관리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이 HSIM과정은 기본적으로 모든 공대생들에게 필수이나, IE전공에 대하여 Advanced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의 핵심기술은 과거 산업공학에서 주요 기술을 발전시킨 것들로, 인간 및 감성공학, 시스템 최적화, 생산 통합화, 정보공학 및 인터넷기술, 경영 관리 등의 제반 기술들의 복합적인 기술들이다.

이러한 IE가 탄생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21세기의 사회와 특히 기업의 요구가 탄생의 원동력이 되었다. 20세기 기업에서의 대표적인 생산성 향상의 견인차적 역할은 1900년을 전후하여 제안된 분업화 였다. 이 분업화를 기반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 지고, 대량생산 체제로 인하여 비로소 현대의 자본주의체제가 성립하게 되었고, 1차 2차 세계대전과 냉전체제의 붕괴로 이어지는 일련의 변화와 컴퓨터가 가져온 거대한 정보화의 물결이 합하여져서 20세기 말의 사회 및 기업 형태로의 급진적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사회와 기업은 또다시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맞게 되었고, 그것은 20세기의 어떠한 변화보다도 크게 삶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게 되었다. 그 변화의 물결은 20세기말의 인터넷 보급과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시작되었고, 그 물결은 다시 연쇄반응으로 몇 개의 새로운 물결들을 파생시켜 사회와 기업에 새로운 혁신의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기업에 닥친 가장 큰 첫번째 혁신의 과제는, 단지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고객에게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더 많은 정보로 고객에게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가가 바로 세계 시장(global market)에서 살아 남는 척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기업과 고객에 관련된 모든 프로세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엮고 운영하기 위한 정보 및 업무 처리 시스템인데, 20세기말부터 도입해 온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system만으로는 21세기의 격심한 경쟁환경에서는 더 이상 불충분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의 보편화와 기술의 급진적 성장은 기업의 이러한 혁신을 매순간 가속화시켜 왔다.

기업의 두번째 혁신 과제는, 20세기의 분업화에 따른 단위업무에서의 전문가들인 엔지니어들과 분야별 전문가인 관리자들로서는 기업전체의 최적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업의 global optimization을 위해서는 개별 업무의 기술적인 측면 뿐 아니라, 인간, 조직, communication, cost, 경영 등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최적화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엔지니어와 관리자가 필요하게 되었고, 특히나 기존의 ERP system이나 대부분의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기간 업무지원system 위에 고부가가치의 지원 system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를 개발해 나갈 수 있는 종합적인 역량의 기술인력이 절실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혁신은 모든 기업들이 20세기의 대표적 기업구조인 관료형 조직으로는 21세기에 버틸 수 없다는 것이고, 이러한 조직의 형태가 작은 벤처형 그룹의 복합체로서 존재하는 벤처형 조직으로 바뀌어 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립적인 벤처형 조직 안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람은 과거 분업형 관료형 조직에서의 자기 맡은 것만 열심히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설계하고, 생산하고, 제공하고, 팔 수 있는 벤처형의 사람인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의 기업에서의 혁신 과제들이 21세기에 들어서 거세게 추진되기 시작하였고, 결국 기업의 변화와 혁신의 물결은 대학의 높은 담을 넘어 밀려와 새로운 방식의 교육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IE 대학원

IE는 석사과정에 이르러 비로소 그 꽃을 활짝 피우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대학원생이 선택하는 2-3개의 핵심분야 를 연계하여, 비로소 수준높은 응용과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계-HSIM의 통합과정을 택한 이몽룡군의 경우를 보자. 이군의 논문연구주제는 철강프로세스의 혁신 이다. 과거의 선배들이 연구한 것과 같은 단위 공정내의 지엽적인 문제가 대상이 아니라, 철강프로세스에서의 복합적인 공정간의 비효율과 문제들을 발굴하고 이를 모델링하여 분석하고, 기존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의 생산성과 품질이 가능하도록 하는 종합적인 방법에 대한 연구이다. 예전의 기계나 산업공학 어느 쪽에서도 개별적으로는 불가능하였던 연구가 가능해 진 것이다. 물론, 이몽룡군의 취미는 여전히 포항공대 통집 이층에서 춘향이에게 이메일을 통하여 보낼 인터넷 카드 속의 애니메이션과 이메일 문구를 구상하는 것이지만.

IE는 20세기의 분업화와 그 결과로 공대 속에서 조각나 있던 서로 관련된 학문과 기술들을 조합한 것 뿐 아니라,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프로젝트나 상품, 서비스 등을 기획하고, 설계하고, 실제 결과로서 개발하고, 이를 사회에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고, 또한 기업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경제적인 이해와 관리적 감각과 능력을 가진 엔지니어들을 배출하게 된다.

포항공대의 IE를 소개하는 모 일간지의 2020년 뉴스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포항공대 새로운 IE 분야를 신설, 전국 최대의 신입생 지원율 기록:

포항공대는 기존의 공과대학들이 시도하지 못하던 새로운 시도를 통하여 2020년의 대학입시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포괄적이고 혁신적인 Integration Engineering(IE)이라는 개념의 이 분야는 과거 세분화되어 있던 공대의 커리큘럼을 통합하고, 연계된 공학의 분야가 서로 만나 시너지효과를 내도록 구성되었으며, 엔지니어링 기술과 인간-시스템-정보-최적화-경영의 기술이 접목되어, 명실공히 21세기 사회와 기업에 요구되는 종합 엔지니어를 키우는 것이 그 목적이다. 포항공대는 이러한 시도를 통하여 그 목표인 ‘2025년 세계1위의 공대’로의 꿈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