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 이야기] (2) 콜럼부스의 달걀 ②-21세기 에너지 환경문제 해결할 절묘한 선택
[풍력발전 이야기] (2) 콜럼부스의 달걀 ②-21세기 에너지 환경문제 해결할 절묘한 선택
  • 전중환 / 기계 교수
  • 승인 2000.03.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재생 에너지로는 수력, 풍력, 태양광, 조 파력, 지열, 바이오메스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수력과 풍력은 이미 중세 15세기경부터 수차와 풍차에 의해 동력원으로 이용되어 18세기에 증기기관이 발명 보급될 때까지 오랫동안 무한정, 무공해, 무대가의 에너지원으로 군림하였다. 수력은 현재에도 수자원과 지리적 여건이 주어진 경우에 잘 활용되고 있으나 풍력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지난 70년대의 석유파동 때까지 에너지 동력원으로 아무런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오늘날의 풍력 에너지의 부활은 석유파동에 자극되어 약 15여 년 전후하여 미국의 칼리폴르니아 주에 대대적인 풍력단지가 조성되면서 시작되었다. 재생 에너지 중 풍력과 태양광은 근본적으로 그 에너지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시간적으로 일정하지 않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는 ‘천대’받는 에너지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 기술은 그 동안의 꾸준한 연구 개발의 성과와 풍차의 대형화에 힘입어 경제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현재시점에서 단위 에너지 당 전력단가가 풍력 발전의 경우 연평균 풍속이 초속 10m인 풍력단지를 기준으로 했을 때 단위 전력에너지 1kWh 당의 발전단가가 미화 약 0.03불로서, 최신 석탄 화력발전소의 발전단가 미화 약 0.036불보다도 더 저렴하며, 연평균 풍속이 초속 5m로 풍자원이 그리 좋지 않은 경우에도 풍력발전 단가가 미화 약 0.08불로서 보통 높은 원자력 발전단가와 동일한 수준이다. 위의 상호비교에서 명백히 들어 놓았듯이 오늘날의 풍력발전은 발전단가의 경제성에서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과 거의 같은 수준에 도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의 단가 추산시 이자율 연 5%와 발전시설 수명 20년을 풍력, 화력, 원자력에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반드시 언급해야 할 것은 화력발전에서 CO2 배출에 대한 세금과 원자력 발전의 폐기물 처리 및 수명이 다한 시설의 엄청난 폐기 비용이 상기 발전단가에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원인 제거 및 복원 비용을 같이 고려하면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은 풍력에 비해 월등히 비싸져서 풍력의 상대적 우월성이 절대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게 된다.

풍력발전에 비해 실리콘 박막을 사용한 태양광 에너지 발전단가는 아직 5배에서 10배정도 높은 실정으로 현시점에서는 일반 발전용으로는 경쟁력이 없다할 수 있다. 물론 우주정거장이나 통신위성의 경우같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는 경제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다음으로 풍력발전이 제철소의 선철 생산시 발생하는 CO2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한 번 생각해보기로 하자. 우선 가정하여 광양제철소 앞 광양만에 수심이 10m 미만인 얕은 바다 속에 1.5MW급 풍력발전기 300 대로 구성되는 대규모 풍력단지를 조성한다고 하자. 이런 근해연안 풍력단지(Offshore Wind Farm)의 장점은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해면 위의 평균풍속이 육지에서보다 일반적으로 높아, 풍속의 3승에 비례하는 풍차출력 특성에 따라 큰 발전량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풍은 난류성 돌풍성분이 낮아 회전자에 걸리는 동하중의 감소로 풍차 수명이 약 5년 정도 증가한 총 25년으로 연장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5MW 풍력발전기의 회전자의 직경은 약 70m로 보잉 747 점보 여객기의 날개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길이보다 10m가 더 길고, 회전자의 중심부와 발전기가 올려져 있는 탑의 높이 역시 약 60-70m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이런 풍차는 현재 덴마크나 독일의 풍차 전문 업체들이 제작하고 있다. 이 가상의 풍력단지의 연간 총발전량은 약 10억kWh/a 정도가 될 것이다. 이 가상 시나리오에서는 이 전력을 이용하여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발생시키고, 이 수소를 코크스 대신 철광석 환원에 사용하여 선철을 생산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10억kWh/a의 이 ‘무-이산화탄소‘ 전력으로 연간 생산할 수 있는 수소의 양은 전기분해 효율을 68%로 가정하였을 때 약 2,070만kg/a이다. 이 수소의 양으로 철광석을 환원하여 얻는 ‘무 이산화탄소‘ 선철량은 연간 약 60만톤에 달한다. 이 선철량은 광양과 포항의 양 제철소의 총 연간 선철 생산량 2000만톤의 3%에 해당한다. 이로서 양 제철소의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 감소한 효과를 달성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수치는 포항제철이 1999년 대비 2004년까지의 CO2 절감 목표로 하고있는 3%와 일치한다.

다음으로 60만톤 무-이산화탄소 선철 생산으로 절약한 이산화탄소를 종전같이 계속 방출하였다고 가정하였을 때 지불해야 했을 이산화탄소세를 1톤 CO2에 미화 10불로 계산하면 연간 약 170억원이 된다. 여기서 CO2 톤당 미화 10불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책정한 값이며, 유럽연합의 관련 부서에서 예측한 CO2로 인해 발생되는 ‘외적’ 또는 ‘사회비용’도 톤당 미화 10불로서 타당성 있는 수치로 생각할 수 있다. 이외에 선철 60만톤의 생산에 절약하는 코크스의 가액을 약 180억원으로 보면 CO2 세 절약액 170억과 합산하여 연간 총 약 350억원의 수익을 300대의 풍력발전으로 달성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300대의 풍력발전단지 건설 투자액은 총 약 5400억원으로 추산할 수 있으므로 투자액의 이자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 이 풍력발전 시설의 수명을 25년으로 보면 이 25년동안 매년 350억원의 수익을 올려 건설 후 약 15.5년만에 건설투자 원금을 완전 상환하고, 그 이후 9.5년간 매년 350억원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이 시나리오에서 가정한 수소환원 제철공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기술이나, 앞으로 제철 전문가들에 의해 원칙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풍력과 수소에너지와의 연계는 철광수소환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더라도, 전기에너지의 중간 저장수단으로 매우 적절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풍력의 특성상 지속적이고 일정한 전력의 공급이 불가능하므로, 바람이 강해 발전량이 크고 전력수요가 적을 때 잉여전력을 이용한 전기분해로 수소를 발생하여 전력을 수소에너지 형태로 저축하였다가, 혹 바람이 잠잠하고 전력수요가 클 때 수소연료 전지를 통하여 다시 전력으로 변환하여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풍력수소에너지 시스템’은 21세기의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그리고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절묘한 선택이라고 믿어진다. 그러나 이 풍력수소 에너지 시스템의 경제적 실현을 위해서는 앞으로 기계공학, 화학, 재료공학 등의 학제간 협력을 통한 많은 연구 개발의 노력이 다음의 핵심 분야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1. 풍력에너지 고효율 변환 기술, 2. 수소전기분해 고효율화 기술, 3. 높은 에너지밀도의 수소 저장기술(탄소 나노 관 등), 4. 고효율 수소 연료전지 기술, 5. 통합 시스템 최적화 기술 등이다.

앞으로 쾌적한 지구환경과 풍족한 삶에 중요한 한몫을 책임져야 할 우리 과학, 공학도들에게 이 풍력 수소 에너지 시스템은 한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분야로, 필자는 서슴지 않고 추천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이것이 곧 콜럼부스의 달걀이기 때문이다.

결론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부존량이 원천적으로 유한한 화석에너지는 가까운 장래에 가격이 폭등할 것이고, 그 후 고갈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사전 대처방안은 재생에너지 이용이다.

- 무한정, 무공해, 무대가의 재생 에너지 중 풍력 에너지의 경제성이 가장 우수하며 오늘날 이미 화력발전과 원자력 발전의 발전단가와 같은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 앞으로 이때까지 고려하지 않았던 화력발전의 이산화탄소세와 원자력발전의 폐기 복원비용을 발전단가에 포함시키면 풍력발전이 더욱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부각될 것이다.

- 1.5MW급 300대로 구성되는 근해연안 가상 풍력단지를 사례로 철광수소환원과 이산화탄소세를 고려한 경제성을 간단히 분석하였다.

- 수소에너지와 풍력발전을 연계하여 통합적인 무-이산화탄소 에너지 활용 체계를 구축해서, 철광의 수소환원뿐만 아니라, 수소에너지 저장기술, 수소 연료전지 기술 등을 통하여 자연자원을 지속적으로 보존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