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노트] 양자론 - 과학사상의 혁명
[과학노트] 양자론 - 과학사상의 혁명
  • 최상일 / 물리 교수
  • 승인 200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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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속성과 양자화

뜨거운 물체에서 방사되는 전자파의 진동수에 따른 분포를 설명하기 위하여 1900년에 플랑크(Planck)에 의하여 빛의 양자화가 도입되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Einstein)은 1905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금속에 빛을 쪼이면 나오는 전자의 에너지 분포는 빛이 에너지 덩어리(알갱이)의 모임으로 되어있다고 가정하면 설명된다고 하였다. 그 뒤 1913년에는 원자핵 주위를 회전하는 전자의 궤도는 운동량과 에너지가 특정한 양자수를 가지는 궤도일 경우에 안정하며,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뛰어 옮길 때에 두 궤도의 에너지 차이만큼 에너지 양자(quantum)를 내보내든지 흡수한다는 원자론을 닐스 보어(Niels Bohr)가 발표하였다. 한 궤도에서 시작하여 연속적 변화를 하여 다른 궤도로 옮기는 것이 아니고,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뛴다는 개념(Quantum Jump)이 들어온 것이다. 고전물리학에서 믿었던 연속적 변화 대신에 원자세계에서는 비연속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로부터 약 20년 사이에 이론물리학의 새 분야 양자론(量子論)이 형성된다. 이는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두 가지 과학사상 혁명 중의 하나이며, 트랜지스터와 레이저 발명 등의 학문적 기반이 되어 새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하였고 정보화사회를 초래하였다.

빛은 파동인가 입자인가?

고전물리학은 인간의 일상생활에서의 경험에서 얻은 상식(常識)을 정리한 것이라 한다면, 양자론은 실험관찰을 설명하기 위하여 비상식(非常識)을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관찰할 수 있는 파동은 파동이고 입자(粒子)는 입자이다. 파동인 동시에 입자일 수는 없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서 빛에 관한 뉴턴과 호이겐스의 논쟁은 유명하다. 뉴턴은 빛이 입자들의 흐름이라고 주장하였고 호이겐스는 빛은 파동이라고 주장하여 서로 굽히지 않았다. 빛이 파동의 특징인 간섭현상을 보인다는 실험적 관찰이 호이겐스에게 승자의 명예를 안겨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양자론은 호이겐스도 옳고 뉴턴도 옳다고 한다. 지하의 뉴턴이 미소를 짓는 모습이 떠오른다. 1801년에 발견되어 빛이 파동임을 확실히 한 영(Young)의 간섭효과를 생각해보자. 빛을 차단하는 평판에 가깝게 두 개의 작은 바늘구멍을 만들고 한 쪽에는 작고 강한 광원을, 다른 쪽에는 또 하나의 판을 두고 그 판에 도착하는 빛의 밝기를 관찰한다. 두 구멍을 지나온 빛이 간섭하여 밝고 어두운 곳이 교대로 위치하고 있음을 보게된다. 이는 틀림없이 빛이 파동임을 증명한다.

이번에는 같은 실험장치로서 실험을 하되 광원이 매우 약한 것을 사용하여 간섭무늬를 눈으로 보는 대신 도착하는 빛 입자(광자)들 한 개씩을 관측할 수 있는 광전자 검출기를 사용하자. 광원이 충분히 약하면, 도착하는 광자 한 개씩을 따로 검출하여 기록할 수 있으며 어느 곳에 도착하였는지도 알 수 있다. 광자가 입자임이 증명된 것이다. 수백 개가 도착한 후에 어디에 얼마나 많이 도착하였는가 보면 많이 도착한 곳과 적게 도착한 곳이 위에 말한 간섭무늬와 같게 나타난다. 즉 간섭무늬에서 밝은 곳에는 많은 광자가 도착하고 비교적 어두운 곳에는 적은 수가 도착한 것이다. 광전자 검출기를 사용하여 검출할 경우에는 광자가 한번에 한 개씩 어느 장소에 도착하여 검출된다. 광자가 입자같이 행세한 것이다. 그런데 많이 도착한 후에 보면 많이 도착한 곳이 있고 적게 도착한 곳이 있어 파동의 간섭무늬와 같은 무늬를 이룬다. 따로따로 도착하는 광자들이 간섭무늬를 형성하기 위하여 어디에 가야하는지를 아는 것 같다.

이 관측 사실을 설명하기 위하여 빛은 바늘구멍을 지나갈 때는 파동 행세를 하고 광자검출기로 측정할 때는 알갱이 행세를 한다고 양자론은 말한다. 다시 말하면, 빛은 파동의 성질을 측정하면 파동 행세를 하고 알갱이 성질을 측정하면 알갱이 노릇을 한다.

전자(電子)는 입자인가 파동인가?

1923년 프랑스의 드브로이(De Broglie)는 물질입자도 파동 행세를 한다는 가설을 제창하였으며, 파장은 플랑크 상수를 운동량으로 나눈 숫자(h/p)로 주어진다고 하였다. 1927년에 미국 벨 전화연구소의 데이비슨(C. J. Davisson)과 영국의 톰슨(G. P. Thomson)에 의하여 전자가 결정을 지나간 후 파동의 간섭무늬를 보인다는 실험결과를 얻어서 물질입자가 파동성질을 갖고 있음을 증명하였다. 이 발견은 이들에게 노벨상을 안겨주었다. 아버지 톰슨(J. J. Thomson)은 전자가 입자임을 발견하여 노벨상을 받고, 아들 톰슨(G. P. Thomson)은 전자가 파동임을 증명하여 노벨상을 받았다.

내가 학위를 받은 미국대학의 물리학과 교수 한 분께서는 벨 전화연구소의 데이비슨에 앞서 전자의 간섭현상을 관찰하였으나 해석이 늦어서 그의 공을 인정받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제자들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교육을 철저히 한다는 평을 들은 기억이 난다.


상보성(Complementarity)

빛이나 물질이 무엇을 관측하는가에 따라 입자 행세도 할 수 있고 파동 성질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양자론의 기본사상이며 이를 상보성(相補性)이라고 한다. 거시적 현상에서 얻은 서로 배타적인 개념인 입자와 파동을 미시세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음을 나타내고 있으며, 미시세계에서는 이 두 개념이 동등하게 함께 필요하며 서로 보완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