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의 글] 포항공대에서 제 2의 인생을 마치며
[정년퇴임의 글] 포항공대에서 제 2의 인생을 마치며
  • 김유성 / 재료 명예교수
  • 승인 200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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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경쟁하면서도 따뜻한 인간관계 경험
참여 교육, 현장실습 교육 등 보강하길
포항공과대학교를 10년간 재직한 후 떠나며 포항공대신문을 통해 그 동안의 소감을 몇 마디 남기고자 합니다.

먼저, 세월이 참으로 무상하다는 말을 새삼 느끼게 되며,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옛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마치 포항에 와서 오늘 은퇴를 하고 떠나는 기분이 들면서, 지나고 보니 시간이 너무 짧아서 하고 싶은 일을 다 못하게 되어 매우 아쉽습니다. 포항에 온 지도 엊그제 같은데 ‘정들자 이별’이라는 말처럼 벌써 정년퇴임을 하고, 그 동안 많은 정이 들었던 포항공대를 이렇게 떠나게 되니 섭섭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감개 무량하기도 합니다. 또한 재료금속공학과에서 처음으로 정년퇴임을 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게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포항공대에 오게 된 것은 1980년대 중반 현재 부총장으로 재임중인 백성기 교수를 미국 세라믹 학회에서 만나 포항공대로 와줄 것을 권유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뒤 1989년에 30년간 근무하였던 미국의 AT&T 벨연구소(Bell Labs.)에서 은퇴를 결심하고 포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포항에서의 생활은 제 인생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으며 한국에서 재료금속계열의 후학들을 양성하는 제 2의 인생의 시작이었습니다.

1990년에 재료금속공학과에 처음 부임했을 때 많은 교수들이 매우 반갑게 환영해 주었고, 그 이후 선배로서 대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동안 미국의 AT&T 벨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후, 처음 포항에 온 뒤 학생들과 같이 생활을 하게 되어 나 자신도 젊어지는 듯하였고, 또한 원로 교수님들과 같이 친분을 가지며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진 교수들이 학문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니 매우 자랑스럽고 동시에 젊은 교수들의 뛰어난 연구자세에 포항공대의 발전된 앞날을 보는 것 같습니다.

포항공대는 다른 대학교과는 달리 시작할 당시부터 모든 교수들이 권위에 구애됨이 없이 선진국 대학교처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한다는 것이 뚜렷하였습니다. 즉 실력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반면 인간관계는 매우 한국적이어서 선배는 후배를 돌보아주고, 후배는 선배를 존경하며 따라주었습니다. 이러한 관습을 실천에 옮기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며 기대만큼 선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여 매우 아쉽습니다.

교수님들은 대부분 선진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으시고 각 전문 분야에 많은 경험을 가지신 분들이어서 강의 및 연구의 질이 매우 우수합니다. 그리고 학교의 연구설비 및 장비들이 최신형으로 잘 구비되어 있어 연구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교육방법이 주입식이어서 학생들의 현실적인 훈련이 부족한 감을 느낍니다. 앞으로 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전 지구가 하나의 지역으로 인식되는 만큼 교육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즉 참여적인 강의법과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늘려야 합니다. 특히 전문과목들의 경우 국제적으로 공용의 개념이 사용되는 만큼 더욱 시급한 실정입니다. 사실 선진국가에서는 대부분 참여교육(Participatory Teaching) 방법을 실행하여 매우 능률적이고 효과가 매우 큽니다. 본인은 대학교원 수업을 담당하여 영어로 진행하며 참여교육 방법을 사용한 강의를 하였으며 학생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습니다.

포항공과대학교의 건학이념 중 하나인 산*학*연 협동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하여 학생들의 현장 실습 제도가 필요합니다. 이미 MIT의 재료공학과에서는 학생들을 일년간 산업체에 파견하여 실질적 작업을 통해 석/박사 논문 등을 준비하여 성공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끝으로 교수들간, 학생들간의 정보교류가 활발하고 긴밀하게 이루어져야 됩니다. 정보를 독점하고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잘못된 행동입니다. 커다란 안목에서 서로간의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나누어 갈 때 더 큰 연구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교수들의 대우를 실력에 의한 정당한 평가를 거쳐 선진국 교수들과 같은 인센티브 개념의 연봉제도를 도입하여 연구중심대학교로 선진화한다고 하니 매우 기대가 큽니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되어 학교의 발전을 이끌어 나가는 한 축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 동안 총장님을 비롯한 행정직원, 학과 직원 여러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10년 근무를 마치게 되어 매우 감사합니다. 포철의 전, 현 회장을 비롯한 간부들도 그 동안 여러모로 도와주신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합니다. 산업과학연구원 역대 원장님과 현 신현준 원장님, 그리고 임직원들께서 본인에게 기회를 주시고 도와주시어 산업과학기술연구소의 부소장직이라는 새로운 행정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재료금속공학과 교수님들이 지도 편달하여 주셨고, 동료로서 같이 일하며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저는 이제 한국에서의 제 2의 인생을 마치고 제 모교인 미국의 Rutgers 대학교에서 강의와 연구활동을 계속하며 남은 기간동안 제 3의 인생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한국에서의 모든 추억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며 이제는 고별하면서 재료금속공학과와 포항공과대학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