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건강한 캠퍼스 생활을 위한 제언
[건강칼럼] 건강한 캠퍼스 생활을 위한 제언
  • 하명화 / 산업의학·예방의학 전문의
  • 승인 200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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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인 식사가 건강유지의 왕도
동틀 무렵 지곡회관 연못으로 해서 운동장까지 아침 운동을 나가면 78계단으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도서관에서 밤샘을 하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내려오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의과대학 시절부터 오랫동안 밤을 낮같이 보내기를 밥먹듯이 했던 오래 전 기억을 떠올리면서 밤샘을 하고 아침에야 잠자러 기숙사로 돌아오는 학생들의 생활이 너무도 훤히 들여다보였다.

많은 질병과 치료법에 대해 배우는 학문을 접하면서도 이들 질병이 근본적으로 왜 오는지, 도대체 안 오게 할 수는 없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불규칙적인 생활이 반복되는 공부가 직업(?)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이 불리하기 때문에 한 때 건강을 해치기도 했던 자신을 돌아보면서 밤샘하며 내려오는 학생들의 모습이 더욱 안쓰럽게 느껴진다.

지난해 문화프로그램 행사 중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보통신연구소에서 많은 포항공대생들을 만났던 적이 있다. 현재 일하고 있는 포항제철에 근무하기 시작한 이래 수도 없이 직원들에게 건강교육을 했던 경험과 비교해서 그 때 건강강의를 통해 학생들을 만났던 경험은 아주 색다른 것이었다. 한 시간 가량 강의를 하고 30분 질문을 받았는데 학생들 자신이 생각보다 건강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또 건강에 실제로 문제가 있는 학생들도 적지 않을 뿐더러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과 예리한 질문은 학생들 스스로의 건강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충분히 느끼게 하고도 남는 귀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서 포항공대 식구들을 다시 만나면서 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그 때 다하지 못했던 건강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려고 한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던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라도 해야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대학생 시절은 가장 젊고 패기가 넘치는 시절이고 건강에 자신하는 때라 이에 대해 무심하지만 이 때 형성된 생활습관이야말로 평생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는 것, 누구나 다 아는 건강관리법이라도 자신의 것이 안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최근에 와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질병의 양상은 과거 전염성 질환이나 소화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많았던 경향으로부터 성인병 질병의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들 질병의 공통적인 원인은 잘못된 생활습관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하는데, 통계청에서 발표한 1998년 사망통계를 보면 전체 사망 중에서 네 명 중 한 명 꼴로 암으로 사망하였으며 일반 질병으로는 뇌혈관질환으로 가장 많이 사망한 것을 알 수 있다(전체 사망의 1/7). 우리 나라 사람들은 현재 위암으로 가장 많이 사망하고 그 다음이 폐암, 간암, 대장/직장암, 췌장암의 순서를 보이며, 일반질병으로는 뇌혈관질환 다음으로 간질환, 당뇨질환, 허혈성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이 많은데 주 요인을 살펴보면 흡연, 폭음, 적절하지 못한 식이습관, 운동부족, 비만 및 스트레스 등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산소가 필수적이나 잘못된 생활습관, 화학물질, 스트레스 등은 산소의 바깥 원자궤도에서 전자를 잃거나 더해 산화력이 아주 강한 불안정한 활성산소 즉 유해산소를 형성시켜 오히려 몸의 기본구성이 되는 세포막을 산화하여 손상시키고 세포 내 DNA의 유전형질을 변화시켜 돌연변이를 일으켜 노화를 일으키며 면역력을 감소시키고 각종 질병 및 암을 발생한다. 건강한 생활습관이란 이러한 유해산소 발생의 원인을 막아주고 혹시 발생한 유해산소는 신속히 제거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다.

첫 번째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식이 습관을 들 수 있다. 몇 해전 포항공대 신입생들의 건강진단에 참여했던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입시에 시달린 끝이라 창백하고 근육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왜소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남자들은 성장발육 과정이 여자보다 길어 잘 먹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운동하면 만 25세까지도 성장이 가능하다. 대학생이 된 자유로움을 만끽할 틈도 없이 다시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 것은 건강을 지키기에 제약이 될 수 있지만 불규칙한 생활 가운데에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찾고 식사는 한 끼도 거르지 않고 먹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며 운동을 틈틈이 해주면 놀랄 정도로 체력이 강해지고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건강강의 중 학생들 질문 중에 야식을 계속 먹는 것이 건강에 해롭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아무리 늦어도 11시경에는 취침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은 밤늦은 시간의 야식은 위장에 부담을 주며 체중을 늘게 할 수도 있고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렇지만 밤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분명히 아침이면 늦게까지 잘 것이고 아침식사는 거르기 일쑤이고 하루에 2끼만 먹는다면 영양섭취가 모자랄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야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생들이 선호하는 야식은 대개 라면 종류이기 때문에 이러한 식사가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침을 거르더라도 우유와 과일 정도는 꼭 먹는 습관을 가지고, 점심과 저녁식사는 규칙적인 시간에 그리고 야식은 탄수화물 및 적당한 단백질과 야채 등의 섭취를 골고루 할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하도록 한다. 물론 학교 식당에서 제공되는 아침, 점심 및 저녁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식이습관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백혈병이 걸린 어린이의 식이습관을 조사한 결과 건강한 어린이에 비해 핫도그나 햄버거와 같은 간편식을 즐겼다는 연구가 있다. 이러한 식품에는 방부제나 발색제 등의 화학 첨가물이 다량 함유된 음식을 즐겨먹는 아이들은 과일이나 야채 및 양질의 단백질 등에서 섭취할 수 있는,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영양소의 섭취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보았다. 선진국에서는 인류 건강 최대의 적인 암 예방과 노화 방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이 두 가지를 위한 건강관리법이 서로 비슷한 것은 흥미롭다.

특히 요즈음은 천연식품 속에서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가 활발한데 녹차, 토마토, 녹황색 과일, 야채에 들어있는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은 좋은 항산화제로 항암효과가 있고 마늘에는 발암유발을 억제하는 효소 생성을 증가시켜 항암효과를 갖는 성분이 있으며, 콩의 소르빅산은 전립선 암과 같은 생식세포암 억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옥수수, 면화, 콩기름과 같은 식물성 지방에는 오메가6지방산 성분이 암세포의 분열증식을 일으켜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고, 등 푸른 생선, 올리브오일, 들기름 등에는 암세포의 분열 증식을 막아주는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하여 이러한 것의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붉은 포도의 리스베라트롤 성분은 암세포의 혈관증식을 막아주는 아주 좋은 항암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항암성분을 갖는 식품 외에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 비타민, 미네랄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은 건강한 피를 만들어, 적혈구가 온몸 구석구석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게 해 주고, 백혈구 중 T 임파구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물질, 세균, 바이러스 및 암세포를 끊임없이 제거해 주는 면역기능을 튼튼하게 해준다.

이렇게 골고루 먹어주는 식이습관 이야말로 지친 학교생활로부터 건강을 지켜주고 스트레스도 너끈히 이겨내는 활력소가 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