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노벨 화학상과 생물물리학
2003년 노벨 화학상과 생물물리학
  • 이진옥 / 생명 교수, 세포생리학
  • 승인 2003.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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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막에 존재하는 통로 단백질의 구조 규명
2003년 노벨 화학상은 세포막(cell membrane)에 존재하는 통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밝힌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물은 우리 체중의 60-70%를 차지하고 있어 인체의 구성 성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약 40%는 세포내부에, 약 30%는 세포외부에 분포되어 있다. 물을 세포내부와 외부에 같은 농도로 일정한 양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 인체 및 세포의 정상 기능을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세포 내부와 외부에 물 분자 (H2O)의 농도가 다를 때에는 물은 세포막을 통하여 높은 농도에서 낮은 농도 쪽으로 확산에 의하여 이동하게 된다. 어떤 기작으로 물 분자가 세포막을 통과하느냐 하는 것은 오랫동안 숙제로 남아 왔었다. 이 숙제는 1992년 존스홉킨스 대학의 피터 아그리(Peter Agre) 교수에 의하여 세포막에 존재하는 물 통로(water channel)가 발견됨으로써 풀리게 되었다.

우리 인체의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 다양한 기능들은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기관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이 기관계 중에서 신경계와 근육계의 기능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여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연구에도 불과하고 자세한 기작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해서 우리 두뇌에서 생각한 것이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는가? 이 기능은 신경 세포막과 근육 세포막에 존재하는 이온 통로(ion channel)에 의하여 발생되는 전기 신호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세포막에 이온 통로가 존재하는 것은 이미 50 여년 전에 알려졌었다. 그런데 중요한 숙제는 이온 통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즉 그의 원자적 구조를 밝히는 것이었다. 지난 20 여년 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이 숙제를 해결하려고 심혈을 기울여 연구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다가, 1998년 록펠러 대학의 로데릭 매키논 (Roderick Mackinnon)교수가 처음으로 K 이온 통로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밝혀 학계의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물 통로 발견의 의미

이미 18세기 중반에 세포막에 물 분자나 이온을 통과시키는 구멍(pore)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1950 년대에 세포막에 물 분자만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작은 구멍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작은 구멍은 양이온 이나 음이온은 통과시키지 않고 중성인 물 분자만을 통과시킨다는 것도 규명하게 되었다. 이 한 개의 작은 구멍이 1초에 몇 십억 개의 물 분자를 이동시키는 것도 밝혀졌다. 매우 놀라운 속도로 물 분자가 이동하는 것이다.

연구의 초점은 물 분자만을 통과 시키는 작은 구멍 또는 통로의 실체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드디어 1992년에 이 통로의 실체가 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며 그 구조도 밝히게 되었다. 그림의 왼쪽에 물 통로의 모양이 나타나 있다. 이 발견에 피터 아그리 교수가 주된 공헌을 하였다. 그는 1980년대 말에 적혈구와 신장 세포에서 물 분자만을 통과시키는 단백질을 발견하였으며, 이어서 이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과 이를 결정하는 DNA 서열을 밝히게 되었다. 그는 이 단백질을 ‘아콰포린(water pore)’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는 이 아콰포린을 가지고 있는 세포는 물을 통과시키고 가지고 있지 않은 세포는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실험으로 아콰포린의 역할을 증명한 것이다. 2000년에 피터 아그리 교수는 이 단백질의 3차원적 구조를 밝혀 아콰포린이 어떻게 다른 분자는 통과시키지 않고 물 분자만을 통과시키는지를 규명하였다.

물 통로의 발견은 의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피터 아그리 교수는 신장 세포에서 특이한 물 통로를 발견하였다. 인간의 신장은 사구체를 통하여 하루에 약 180L의 물을 여과하고 있다. 이 여과된 물의 99%인 178L는 신장의 세뇨관 세포에서 재흡수되고 나머지는 오줌으로 배설된다. 하루에 이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흡수하는 것도 아콰포린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밝혔다. 용붕 환자(diabetes insipidus)는 물을 흡수하는 아콰포린이 항이뇨 호르몬의 부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을 흡수할 수 없어 많은 오줌이 배출되는 것이다. 아콰포린의 발견으로 이러한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온 통로의 분자적 구조 규명

신경 세포와 근육 세포에서 전기적 신호를 발생시키는 기본요소는 이온통로이다. 이들 세포가 이온 통로를 통해 이온들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킴으로써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의 성질과 기능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그의 구조는 밝혀지지 않았다. 원자 수준에서 이온통로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X-ray를 사용하여 이온통로의 분자적 구조를 밝히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런데 세포막에 있는 이온통로를 포함한 단백질들은 불안정하여 연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많은 연구자들이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다.해결의 돌파(breakthrough)는 의외의 방향에서 오게 되었다. 1998년 록펠러 대학의 로드 매키논 교수가 X-ray 구조결정 방법을 사용하여 원자수준에서 K 이온통로의 3차원 구조를 발표하여 연구계를 놀라게 하였다. 의외의 방향이라는 의미는 그의 연구 경력에서 기인한 것이다. 로드 매키논은 구조생물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보스톤에 있는 터프트 의과대학을 1982년에 졸업한 의사였다. 약 4년 간 레지던트 기간을 마치고 1986년에 보스턴에 있는 부란데이스 대학의 크리스 밀러(Chris Miller)의 실험실에서 전기 생리학을 주로 하여 박사 후 과정을 시작하였다. 그러니 그가 실토했듯이 그의 연구 경력은 나이 30세에 시작한 것이다. 1989년에 하바드 대학에 부임하여 정교수까지 승진하였다. 1996년에 록펠러 대학으로 옮겨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혼자서 X-ray 구조결정학을 공부하면서 생소한 분야에 도전한 것이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지 3년 여도 되지 않은 1998년, 로드 매키논은 K 이온통로를 원자수준에서 구조와 기능을 최초로 밝혔다. 개념적으로 알고 있던 이온통로를 그에 의해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림의 오른쪽에 이온통로의 모양이 나타나 있다. 이 이온통로의 윗부분에 한 개의 K 이온만이 통과할 수 있는 선택적 걸음부위(selective filter)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부위의 벽에 산소 원자가 있어 K 이온이 딱 맞게 통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반면에 크기가 작은 Na 이온은 이들 산소 원자에 딱 맞게 어울릴 수 없어 통과할 수 없다. 이 이온통로의 중간부위에는 여러 개의 물 분자들이 체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이온들이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온통로의 문이 열려야 한다. 로드 매키논은 이온통로의 아래 부위에 있는 문이 어떻게 열리는 가를 규명했다. 이 문이 열리도록 감지하는 분자(sensor molecule)도 발견하였다. 이렇게 해서 전 세계의 생물 물리학자들이 가지고 있던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심장의 부정맥 등 인간의 많은 질병이 이온통로의 비정상적 기능과 관계가 있다. 이온통로의 구조가 밝혀짐에 따라 이들 질병의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필자는 다행스럽게도 이온통로에 관한 연구로 1963년(안드류 헉슬리), 1991년(에드윈 네어와 버트 사크만), 2003년(로드 매키논)에 노벨상을 수상한 분들을 가깝게 알게 되었다. 로드 매키논은 필자가 1998년부터 록펠러 대학의 방문교수를 겸직하고 있어 알게 되었다. 지난 5월 (2003) 즉 노벨상을 발표하기 약 5개월 전에 우리대학에 초청하여 특별 강연을 하였다. 로드 매키논은 포항공대의 교수진, 연구 시설 및 캠퍼스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은 강연 후 포항공대 교수들과 촬영한 것이다. 젊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는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옆을 보지말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