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의 학문세계
프리고진의 학문세계
  • 황정은 기자
  • 승인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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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학문세계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소산구조(dissipative structures)와 자기조직화(self organization) 이론이다. 프리고진 이전의 열역학이 다루던 것은 평형계로서, 시간은 대칭성을 가지고 있고 가역적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리고진의 생각은 우주에는 평형계보다 열린 비평형계가 더욱 일반적이며, 시간은 비가역적이라는 것이었다. 열린 비평형계의 대표적인 예는 생명체다. 생명체는 외계와 물질 및 에너지를 교환하면서 외부의 엔트로피를 더욱 증가시켜 내부를 더욱 질서정연하게 만든다.

프리고진은 열린 비평형계가 미시적 요동(fluctuation)을 통해 무질서한 외계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거시적으로 안정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밝혔다. 이 구조를 소산구조라 하고 그 과정을 자기조직화라고 한다. 프리고진 업적의 의의는 이러한 발견이 카오스로부터 질서가 형성되는 메커니즘과 생명현상을 설명하는 실마리가 된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의 업적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그의 저서 중 하나의 제목이기도 한 ‘있음에서 됨으로’이다. 고전 열역학이 다룬 것은 안정된 평형상태인 ‘있음(being)’뿐이었지만 프리고진은 열역학의 영역을 ‘됨(becoming)’으로 확장시켰다.

프리고진은 이러한 제안을 가상적인 화학반응계인 브뤼셀레이터(Brusselator)를 통해 수식화 했고,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여러 화학반응들에 적용되리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이 이론은 러시아의 과학자 벨루소프(Belousov)와 자보틴스키(Zhabotinsky)에 의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말론산, 브롬산 이온, 세륨 이온을 묽은 황산 용액에서 반응시킬 때 특정 온도가 되면 분기현상(bifurcation)이 일어나고 복잡한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벨루소프-자보틴스키 반응을 설명하기 위해 오리건 대학의 학자들은 프리고진의 이론에 따라 오레고네이터(Oregonator)라는 반응 모델을 세웠으며, 이 모델을 통해 이 새로운 화학반응을 성공적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하여 프리고진의 학설은 공인되었으며 이 업적을 인정받아 그는 1977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