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학이 변한다-M I T] 신기술 개발, 순수학문 육성으로 돌파구 찾아
[21세기 대학이 변한다-M I T] 신기술 개발, 순수학문 육성으로 돌파구 찾아
  • 박준원/화학 교수
  • 승인 2000.08.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학교 연구 환경 MIT에 크게 뒤지지 않아… 실험실 환경보존책 본받을 만

이 학교에서 연구년가로 육개월동안 MIT에서 연구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지 일년이 넘었지만 그곳에서 느낀 바를 포항공대 구성원 여러분께 잠깐 소개할까 합니다.

IMF로 인하여 학술진흥재단의 해외방문연구비가 끊기는 바람에 연구연가를 실행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던 상황에서, 다행히도 생리분자연구센터에서 경비를 지원해 주신 관계로 MIT에서 새로운 일과 접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오래전에 서부(LA)와 중부(시카고)에서만 공부를 했기 때문에, 상당히 새로운 분위기를 가졌으며 역사가 깊은 보스턴은 인간생활에 대한 호기심까지 충족을 시켜주어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865년에 첫 학생을 받은 MIT는 찰스강변을 따라 약 19만평의 넓이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6개의 단과대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공과대학에는 10개 학과가 이과대학에는 6개 학과가 있습니다. 학부학생수는 4,300명, 대학원생수는 5,600여명이며, 교수수는 930명으로서 우리학교 규모의 4배 정도가 됩니다. 현재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이 학교도 초기에는 재정적으로 어려워서 하버드대에 팔릴 뻔 하였으나 이를 극복하고 지금처럼 성장하였습니다. 상업적으로 응용, 상품화가 가능한 기술의 연구에 초점을 맞춘 결과 보스턴 근처에 수많은 벤처를 육성하였고, 이를 통하여 미국의 부를 축적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는 평을 듣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순수학문에서의 발전이 기술의 성장에 돌파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경험하고는 이러한 분야의 연구도 크게 육성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남학생 10만명, 여학생 15만명이 보스톤 근처의 학교에 등록하고 있답니다. 보스턴은 MIT와 하바드를 위시하여 수많은 대학들이 모여 있는, 한마디로 젊은이의 도시입니다. 학교 옆을 끼고 도는 찰스강변을 보면 항상 젊은 남녀들이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또는 프리스비를 갖고 뛰어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일요일에는 도로 전체를 막고 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도시 어디를 가도 젊은이들인데, 가끔 가는 한국마켓에서도 대부분 나이가 어린 학생이거나 젊은 부부들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이곳에 오니 젊음이 부러워서 다시 젊어질 수만 있다면 교수직 팽개치고 다시 학생이 되어서 같이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습니다. 화학과의 김만주, 박재욱, 김윤 교수가 이 곳 하바드와 MIT의 학생이었을 때를 생각하니 좋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군요. 특히, MIT의 Memorial Science Library를 들어가 보면,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아주 그만이어서 매일 가서 앉아 있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낙원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 졸업생들이 그곳에서 공부를 시작했으니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보스턴에 오시면 구경할 곳이 꽤 되지만, 하바드의 자연박물관을 오셔서 유리 꽃(glass flower)을 한번 보기를 추천합니다. 하바드에서 학부를 마친 교수님이 꼭 가보아야 하는 곳이라기에 실행에 옮겼는데, 유리 꽃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박물관은 하바드 화학과 바로 옆 건물에 있는데 수십 년에 걸쳐 완성한 유리 꽃들은 학문과 공예가 어우러진 최고의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들이 유리로 만들어 졌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의 꽃, 줄기, 잎, 그리고 뿌리까지 모양과 색을 그대로 재현하였습니다. 이대에 걸쳐 만든 부자의 정성과 의지가 모두 그 곳으로부터 뿜어 나오는 듯 했습니다. 영상기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서는 이것이 최고의 해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당시 MIT로 유학 온 우리학교 졸업생들은 황홍섭(90학번), 김성지(91학번), 이광덕(91학번)으로서 황 군은 대기과학과에, 김 군은 화학과에, 이 군은 기계과에 등록하여 공부를 막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화학과를 졸업한 정인희양도 합류했답니다) 황 군과 김 군은 포항의 화학과 건물에서도 자주 보던 얼굴인데 이 곳 교정에서도 만나니 더욱 반갑고, 학생들도 나를 보면 반갑게 인사를 하니 선생 된 보람을 더욱 느낍니다. 이들 모두 뛰어난 학생들이니 공부를 잘 마치고 좋은 일을 많이 할 것임에 확신합니다. 가끔 점심을 같이 하면서 이야기를 하면 나의 유학생시절을 회상하며 대화를 하곤 합니다. 우리 졸업생들은 계속 이곳에 유학을 와서 선후배간 정을 돈독히 하면 더 이상 바랄 바가 없겠습니다.
그곳 시설을 이용하면서 자연적으로 우리 학교와 비교하게 되는데 앞에서 언급한데로 MIT와 같은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들이 많은 동시에, 일부의 경우는 우리 학교의 시설과 환경이 더 뛰어난 것들도 발견이 되어서 나머지 약한 부분을 보완하면국제적으로 빼어난 학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험실에서는 두 명의 postdoc이 추진하는 일에 동참하여, 참견도 하고 실험의 일부도 거들고 있으며, 되도록 많은 학생들과 교류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과거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던 일들, 예를 들자면, Beilstein database 찾는 법 배우기, AFM 다루는 법 훈련 받기, X-ray 결정구조 풀기, 형광 및 전도도를 이용한 센서 만들기 등을 직접 해보았는데, 오랜만에 하는 실험이라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몸이 몹시 고단하였습니다 . 아울러 좋은 세미나가 많으니 전공분야 공부에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곳 실험실에 들어가 보니 hood의 controller가 우리학교 화학동의 것과 같은 것임을 발견했는데, 박재욱 교수가 건물 설계자들을 이끌고 미국에 직접 와서 고생을 한 보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방에 여러 개의 후드가 있을 때 이들을 조절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소음 또한 매우 줄어 들어서 매우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한국에서도 구자강 교수에게 종종 드린 바가 있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특이하게 느낀 바는 실험실에서 내보내는 배기가스, 용매, 폐기물에 대해서 매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배수구에 용매가 들어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며, 심지어는 후드 내에서 용매가 증발해서 대기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사용하고 버리는 용매는 모두 마개가 달린 병에 넣어서 회수합니다. 이런 것들이 이 곳 환경청(EPA)의 요구사항이랍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돈 들이지 않고도 실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본받을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MIT와 같은 곳에 명문대학에 졸업생들이 대학원생으로 그리고 박사후과정으로 가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느끼는 기회가 많기를 바라며, 학교 구성원들도 모두 노력을 해서 MIT에 비견할 수 있는 포항공대가 가까운 장래에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