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 어떻게 볼 것인가-1. 21세기 ‘과학문화’의 정착을 위하여]
[과학문화, 어떻게 볼 것인가-1. 21세기 ‘과학문화’의 정착을 위하여]
  • 오진곤 / 전북대 교수, 과학문화연구 통합센터장
  • 승인 200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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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과학과 사회의 접점이 커지는 ‘과학의 시대’

현대 사회에 있어서의 과학의 중요성이 증대되는만큼 과학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과학문화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4회에 걸쳐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주


요즈음 우리는 TV화면을 통해 야구, 축구, 농구 등과 같은 운동경기 장면을 자주 접한다. 경기장 열기는 대단하다. 경기장의 선수와 관람석의 관중이 호흡을 같이하면서 하나가 된 느낌이다. 관중들은 경기 규칙은 물론, 선수 각자의 경력, 특기, 신체조건, 출신학교, 가정환경 뿐만 아니라 감독의 작전까지 정확하게 꽤뚫어 보면서 열광적으로 즐긴다. 음악이나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스포츠, 음악, 미술이 이미 ‘문화’로서 깊이 뿌리를 내리고 일반시민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은 아직 ‘문화’로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일반대중과 호흡을 함께 하지 못하고 있다.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해 온 핵물리학은 핵폭탄과 핵발전소로 이어졌고, 1940년대부터 발전해 온 반도체이론은 트랜지스터 시대를 시작으로 컴퓨터, 자동화, 로보트, 통신수단의 혁명으로 이어지더니 정보화시대를 꽃피웠다. 1950년대 초기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더니 복제양, 복제인간, 인간유전자 연구로 줄달음치고 있다.

이처럼 과학은 하루가 다르게 전문화되고 또한 세분화되어 가고, 일반대중은 과학을 오로지 전문가의 것만으로 생각함으로써 과학에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고 점차 멀어져 가고 있다. 그래서 과학은 음악, 미술, 스포츠처럼 아직 문화로서 정착하고 있지 않은 형편이다. 하지만 앞으로 과학은 문화로서 정착하여 사회에 존재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과학은 사회와 밀접한 관계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과학문화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의 정착을 위한 두 방안을 제시해 본다.

과학도 문화로 정착되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한 마디로 ‘과학의 시대’라 말한다. 그것은 그의 변화의 정도나 속도에서 뿐만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대한 영향력이 막대하며, 특히 일반시민들의 일상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을 ‘문화’로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과학과 사회의 ‘상호관계’를 깊이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오늘날 처럼 과학이 넓고 깊게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 그 이전에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과학은 인간생활을 풍요롭고 쾌적하게 만들어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과학은 사회 구성원들을 제어할 수 없는 위험 속으로 빠뜨리는 부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어떻든 과학의 효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과학과 사회와의 접점(interface)이 크게 형성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등장한 것이 과학에 대한 인문학적이고 사회학적인 연구이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과학의 사회적 이해, 즉 과학과 사회가 서로 어떻게 작용하여 충격을 주고 있는가를 밝히는 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중대하고 시급한 일이다. 따라서 과학과 사회의 상호관계를 연구하고, 또한 이를 일반 시민에게 인식시키는 일이야 말로 과학을 문화로서 정착시키는데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운동은 일찍이 영국에서 거세게 일어났다. 1969년 당시 뜻있는 소장파 생화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이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회(BSSRS)’를 조직했고, 또한 그후 브리스톨대학의 죤 자이먼 교수와 신진 과학사가 레빗츠가 새로이 ‘과학과 사회회의(CSS)’를 조직하여 과학과 사회의 상호관계에 대한 연구활동을 활발하게 진행시켰다. 최근 서구의 많은 대학들은 과학, 기술, 사회(STS)라는 학제적 학문 분야를 설립하여 과학과 사회와 문화의 상호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이는 과학을 전문 지식의 차원을 벗어나 문화로서 정착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로 과학을 문화로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이 ‘대중화’되어야 한다. 1996년 11월 1일 동경에서 OECD 20개국 대표단과 전문가, 그리고 EU대표단이 함께 모여 과학의 대중화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이 심포지엄에서 그들은 과학의 대중화를 과학정책의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까닭은, 첫째로 과학이 우리 문화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고,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야 할 가치가 있으며, 둘째로 과학이 모든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며, 셋째로 많은 공공정책의 결정에 과학이 관련되어 있으며, 넷째로 과학연구에 자금이 지원되고 그러한 자금 지원에 대해 대중들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일반적으로 말한다.

세계 각국의 과학의 대중화 정책

그래서 선진 주요 국가는 과학의 대중화(영국에서는 ‘과학의 대중이해-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미국에서는 ‘과학식자율-Scientific Literacy’, 유럽에서는 ‘과학문화-Science Culture’) 사업을 각각 특색있게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시작한 ‘프로젝트 2061’은 장기적으로 여러 국면에 걸쳐 전 미국인의 과학 식자율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계획으로서, 유치원과 초·중·고생의 과학, 수학, 기술교육의 개혁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영국은 과학 대중화 사업의 역사가 길다. 1801년 설립된 왕립연구소(Royal Institution)는 화학자인 험프리 데이비를 초청하여 시민을 상대로 강의를 마련하였다. 이 강의를 듣는 사람은 주로 서민층으로 특히 여성 팬들이 많았다. 14세의 소년 제본사 페러데이는 이 강의를 듣고 과학자의 길을 택하였고, 그 후 그는 전자기학을 수립하는 대단한 업적을 남겨 놓았다. 이 업적은 스승인 데이비의 업적을 훨씬 능가하였다. 또한 영국의 여러 과학단체는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목적으로 1986년 대중과학이해위원회를 설립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10년이 넘는 활동기간에 일반대중과 과학기술자 사이의 중추적인 가교 역할을 수행하였다.

일본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의 3년을 과학기술 이해증진의 중점기간으로 설정하고, 과학기술 이해증진 3개년 운동을 과학기술진흥사업단에서 전개하고 있다.

‘과학문화’를 한 말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 개념은 학자들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과학문화란 과학의 장기적 발전의 원동력이며, 인류문화에 기여하기 위한 올바른 지침역할을 하는 필수적인 요소로서 정신적, 물질적 차원에서 과학과 인류의 복된 삶을 연결시킬 수 있는 매개영역이라 말한다.

이러한 과학문화의 정착을 위해 1999년 12월 23일, 과학기술부와 과학재단의 후원으로 전국적인 ‘과학문화연구센터(SCRC)’가 설립되었다. 전국을 세 지역으로 나누어 수도권센터(서울대), 동부권센터(포항공대, 센터장 임경순 교수), 서부권센터(전북대)가 각각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맡아 연구중에 있다. 이 연구는 미래에서의 과학문화 정착에 크게 이바지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