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 심포지엄 지상중계] ‘인간, 환경, 생명의 공존’
[과학문화 심포지엄 지상중계] ‘인간, 환경, 생명의 공존’
  • 김혜리 기자
  • 승인 200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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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이제 지구의 종말은 머지 않았다’라고 단언한다. 인간중심적 사고로 인한 환경의 파괴, 하루에도 수 종씩 멸종하고 있는 생태계, 첨단생명과학 발달의 급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생명윤리의식과 실천의 현주소에 대한 극단적인 절망의 목소리이다.

그 심각성으로 인해 꾸준히 사회문제로 언급되어 왔던 환경 문제와 생명 윤리. 이에 대해 서울과 대구·경북의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관심사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지난달 25일 인문사회학관 201호에서 마련되었다. ‘인간, 환경, 생명의 공존’이란 주제의 이날 심포지엄은 우리 학교 과학문화연구센터와 경북시민환경연구소가 공동주관하고 과학기술부, 포항제철 후원으로 개최되었다.

과학문화연구센터장과 경북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임경순(인문) 교수 외에 신희섭(생명) 교수, 황상익(서울대 의대) 교수의 생명기술의 미래, 우리나라 의료계와 생명윤리, 의료 윤리에 관한 주제 강연이 오전 10시부터 있었다. 오후에는 장윤석(환경) 교수의 차세대 환경개술의 개발, 이인현(시민환경연구소) 박사의 몇 가지 사례-동강댐 건설, 새만금 간척 사업, 경의선 복원-로 본 2000년 개발 한국의 풍경이라는 주제 강연과 정수복(사회운동연구소) 소장의 대안적 사회발전모델과 대안적 과학기술이란 마지막 주제 강연이 있었다.

주제 강연 후 김형기(대구사회문제연구소) 경북대 교수의 사회로 종합토론과 이날 주제 발제자와 대구 경북 시민단체 실무자들이 지역 환경 현안 및 생명 윤리 문제를 두고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되었다. 환경과 생명, 두가지 주제로 심포지엄의 내용을 정리해 본다.

생명기술, 생명윤리의 현재

이제 유전체 연구가 완결, 뇌 과학의 발달, 생명현상 조작기술의 발전, 생명기술과 정보·전자·기계·재료공학의 접목 등으로 생명기술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기술을 발전시킨 인간이 생명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살펴보면 밝다고만 할 수는 없다.

지난 8월 영국에서 하복부가 서로 맞붙은 쌍둥이가 태어났는데, 이 중 한명은 다른 하나의 심장과 폐에 생명을 의탁하고 있는 상태였다. 둘을 분리해내지 않으면 모두 목숨을 잃게 되고 한 생명을 포기하면 하나는 살릴 수 있다는 데에서 딜레마가 생겨났다. 둘 가운데 하나라도 살리는 것이 의학적으로 합당하고 윤리적으로도 바람직하다는 의사들과 한 아이를 위해 다른 아이를 희생할 수 없다는 가톨릭 신자인 부모 사이에서 이 문제는 법정까지 가게 되었다. 영국법원은 의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부모들도 결국 결심을 꺾어 일단락 되기는 하였으나, 이 문제는 생명종식에 대해 누가 결정권을 갖는가 등 생명윤리에 대한 많은 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런데 한 전문의는 우리나라 의사들이 법정투쟁까지 무릅쓸 이러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여 생명의료윤리에 대한 우리나라 의사들의 태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의사윤리지침’이나 ‘생명복제연구지침’의 제정도 의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유산되고 마는 것이 우리나라 생명윤리의식의 현주소다.

환경의 대안기술

20세기가 성장과 개발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환경의 세기라 할 수 있다.

앞으로 환경기술의 개발은 매체 중심적인 단일기술보다는 공학과 이학, 의학 등이 어우러지는 학제적 통합환경기술의 발전으로 방향을 잡아갈 것이다. 향후 10년간의 환경기술개발의 원동력이 될 정부의 Eco-technopia 21 사업은 G-7사업에서 축적한 기술역량을 선택적으로 개발, 핵심환경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 수출산업화하고 광역화, 복잡화된 환경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여 국민에게 쾌적한 환경권을 보장하는 환경복지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 생태위기에 대한 인식에서 나온 것이 ‘대안’이라는 전체적 용어이다. 대안적 사회발전 모델과 대안적 과학기술은 그 중심축을 대안사회의 구성원리인 생태주의에 두고 있다. 환경이라는 용어가 모든 자연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간중심주의’ 입장을 담고 있는데 비해 생태라는 용어는 생물체는 그 자체로 독립적 가치를 지닌다는 ‘생태중심주의’를 담는다. 생태주의적 접근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포함하는데 새로운 패러다임의 내용은 무엇으로 채워지는가. 알렌 카터는 크게 지방분권화와 참여민주주의, 자급자족과 평등주의, 대안적 과학기술, 평화주의와 국제주의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내용을 제시한다. 스털링은 지속가능한 문화(sustainable culture)를 창조할 생태학적 세계관이 분명한 형태로 등장해야 하며, 이미 패러다임 이동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가 생태학적 세계관을 더욱 의식적으로 추구할수록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이곳저곳에서 대안교육, 대안문화, 대안기술 등의 논의가 이루어지지만 그들의 연관성이 전체적으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대안적 사회발전모델을 지향하는 전체적인 틀 속에서 환경친화적인 대안기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실천작업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