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탐구] 우리의 수면, 얼마나 건강한가?
[집중탐구] 우리의 수면, 얼마나 건강한가?
  • 김정기/인문 교수, 학생생활연구소장
  • 승인 2001.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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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는 적게 자면 ‘부지런하고, 야심이 있고’, 반면에 8시간 이상 잔다면 왠지 ‘게으르고, 성공하고는 거리가 멀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험생들의 ‘4當 5落’, 적게 자야 성공한다는 유명인들의 일화들을 우리는 많이 들어왔다.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한 1879년 이전에는 사람들이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잤으나 지난 120 여년간 문명세계 현대인들의 수면 시간은 20% 이상 감소하였다. 우리의 수면을 빼았긴 계기를 마련한 에디슨 자신은 수면을 “동굴 시대의 유산으로 시간의 낭비일 뿐”이라고 하며 하루에 3∼4시간 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에디슨은 낮잠을 잘 잤다고 한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자야만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일생의 거의 1/3을 수면에 보내면서도 그 동안 우리는 깨어있는 상태만 중시했을 뿐 수면의 상태는 단지 비활동의 아까운 낭비의 시간으로 여겨온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수면 연구들에서 수면시의 뇌는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이며, 수면의 상태가 깨어 있을 때의 우리의 사고, 행동, 정서 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수면의 역할이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잠은 무조건 적게 잘 수 있으면 좋다는 기존의 통념들은 이제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수면 부족시의 문제점들

인간의 경우, 며칠만 잠을 못 자도 정신이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망상, 환각 등을 보일 수 있으며, 오래 더 지속되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물론 이런 극단의 상황으로 가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대부분 현대인들은 종종 수면 부족상태에 빠진다. 수면이 부족하면 우선 졸림을 많이 느낄 뿐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아주 짧은 기간 동안 깜빡 잠이 드는 Microsleep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학생들은 흔히 강의시간에 깜빡하는 경험을 할텐데, 몇 초간의 짧은 Microsleep도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서, 실제로 1∼2초의 Microsleep 동안 고속도로를 주행중이라면 몇 백미터를 달려갈 수 있고, 핵 발전소 계기판의 중요한 신호를 놓칠 수도 있다. 수면 부족시에는 또한 짜증이 쉽게 나고, 우울해지며, 참을성이 적어져서 대인관계에서 적대감을 잘 드러내고, 유머 감각이 없어지는 등의 기분상 변화가 나타날 뿐 아니라, 집중력, 사고력, 지각능력, 기억력 등의 저하에 따른 성취도 및 생산성의 감소가 나타난다. 이외에도 면역성의 저하가 나타나는데, 시험기간 중 감기에 걸린 학생들이 급증하는 경우들에서 알 수 있다. 또한, 수면 부족시에는 술(알코올)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서, 평소보다 적은 양의 술로도 감각, 운동 및 인지 능력이 크게 저하된다. 따라서 수면부족 시에는 절대 술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적의 상태를 위한 건강한 수면

우리는 수면 부족이 가져오는 많은 문제점들과 그 심각성을 별로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만성적인 수면부족 상태에 익숙해진 나머지 정말 충분한 수면 후의 심신이 맑은 최적의 상태가 어떤 것인지 조차도 모른 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수면부족은 축적되는 성격이 있어서 보충하지 않는 한 계속 그 영향은 가중된다. 수면연구자인 미국 Stanford 대학의 Dement 교수는 미국인의 수면부족상태를 우려하면서, “미국인들의 수면 부채가 국가 부채보다 더 많고 심각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음은 그 동안 수면 연구들의 결과 밝혀진 점들을 중심으로 건강한 수면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들이다.

◈ 본인의 적정 수면 양을 매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전적 요인 등으로 인한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7∼8시간 정도의 수면이 적정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4시간, 혹은 5시간 정도의 수면으로 성공적으로 활동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낮잠 등으로 알게 모르게 보충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 자는 시간에 따른 효율성으로 보면 오히려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크다.

◈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라. 규칙적인 습관은 충분한 수면시간 이상으로 중요하다. 우리는 하루를 주기로 자고 깨는 것을 반복하며 사는데, 이는 단순히 외부환경(햇빛, 사회적 스케쥴 등)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우리 신체 내부의 ‘Biological Clock’에 의해 조절된다. 만약 주중과 주말에 자고 깨는 시간이 계속 바뀐다면 ‘Biological Clock’과 외부환경과의 조정이 어렵게 되고 따라서 심신이 피곤하고, 엉뚱한 시간에 졸립고, 자야할 시간에 잠이 안 오는 등의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주말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또 밤에는 졸립지 않아서 늦게 자다보면, 월요일 아침에는 일어나기가 더 힘든 경험을 우리는 흔히 한다. 우리의 ‘Biological Clock’은 주중용과 주말용이 따로 있지 않기 때문이다.

◈ 토막토막 자기 보다 한꺼번에 계속해서 자는 것이 좋다. 연구 결과, 계속 자는 6시간의 수면이 토막토막 자는 총 8시간의 수면보다 더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만약 새벽에야 잠자리에 들었다가 강의시간에 맞추어 일어나느라 4∼5시간 밖에 못 잤다면, 낮에 컨디션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저녁에 숙제나 연구를 계속하려면 너무 피곤하게 느껴서 대부분 오후에 낮잠, 또는 이른 저녁에 2∼3시간 정도 자기 쉽고, 그러고 나면 다시 새벽 녁에야 잠을 자게 되고 또 힘들게 아침에 일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쉽다. 수면에 보내는 총 시간은 적지 않으면서도 가장 정신이 맑고 집중이 잘 되어야 할 시간에 피곤할 수 밖에 없게 되어 수면시간의 비효율적인 사용이 되는 것이다.

◈ 지나친 올빼미형 취침습관은 좋지 않다. 밤새도록 기숙사와 도서관에 불이 켜져 있는 포항공대, 학업과 연구에 몰두하는 바람직한 모습으로 종종 언급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쳐서 항상 새벽 5∼6시 이후에야 잠이 들고 낮 12시경이나 되어야 일어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경우를 수면관련 장애의 하나인 ‘Delayed Sleep Phase Syndrome’이라고 한다. 일단 자면 잘 자지만 그 시간대가 뒤로 늦추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런 올빼미들은 직업 및 기타 사회적 일상의 일들을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다면야 예외가 될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독특한 수면습관으로 인해 사회생활(학교, 직장)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고, 우울 경향이 높다든지 하여 정서적으로도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단 올빼미 형 습관이 들면, 이를 앞으로 당겨서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의 ‘Biological Clock’의 주기는 약 25시간으로 매일 자는 시간을 늦추는 것은 쉬워도 앞으로 당기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적어도 새벽 1시 경에는 자고 아침 8시 전후에는 일어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마지막으로 수면 부족 후에는 이를 보충하라. 아무리 일정한 시간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해도 이를 항상 실천하기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시험준비, 연구주제에의 몰두 및 기타 다양한 일들로 잠을 적게 잘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는 것이 좋으며, 이때에는 취침시간을 앞당겨(기상시간은 평소와 같게) 수면시간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취침시간은 그대로 두고 기상시간만을 늦추게 되면, 다음 날 평소의 취침시간을 지키기가 힘들게 되고 수면습관이 뒤로 늦추어지는 경향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한편, 낮잠이 꼭 필요한 경우라면, 극심한 수면부족 (예를 들어서 2일 이상 잠을 거의 못 잤다거나 하는) 상태를 제외하고는, 낮잠은 15분 정도 많아도 30분 미만으로 자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30분 이상되면 깊은 수면 (Delta Wave Sleep)으로 들어가게 되어서 깨기가 힘들 뿐 아니라, 깨더라도 한동안 멍한 상태가 지속되고, 밤의 수면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