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차세대 이동통신은 어디로 가는가?
[독자논단] 차세대 이동통신은 어디로 가는가?
  • 서주형 / 재료금속공학과 연구원
  • 승인 2001.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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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벨이 유선전화기를 발명한 후 전세계적으로 전화가 보급되기까지 100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무선전화기가 발명되고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은 2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통신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으며 사업이 글로벌한 스케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통신 산업은 국가 경제를 좌우할 정도이고 삶의 질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80년대와 90년대 초의 아날로그 이동통신 시대(일명 1G)에는 국내 시장은 모토롤라의 독무대였다. 이러한 독점구도를 깨는데 일조를 한 것이 디지털 이동통신(일명 2G)중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의 도입이었다. 모토롤라는 CDMA의 성공여부에 회의적이었고 그만큼 대응이 소극적이었다. 허나 국내 대기업들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업적을 이룩하며 모토롤라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모토롤라는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이 3년내 10% 미만으로 추락하고 아직까지 20% 미만의 점유율(국내기업과의 합작분 포함)만 유지하는 실정이다. 또한 CDMA 가입자가 4천2백만명에서 2005년 4억3천만명으로 무려 10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수출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무역수지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정보통신업계의 대변혁기

현재 정보통신업계가 맞이하고 있는 대변혁의 시작은 ‘3G 이동통신(일명 IMT-2000)’이다. 실시간 동영상 및 데이타 전송, 화상통신이 가능하여 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리워진다. 3G의 출현으로 인한 통신산업의 발전방향은 NTT도코모의 I-Mode 서비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다양한 무선컨텐츠의 개발되고 실시간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컨텐츠를 담기 위한 컬러 플레이의 휴대폰으로의 적용이 이루어질 것이다. 3G에서는 I-Mode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더 발전된 컨텐츠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자 채팅을 하는 대신 화상 채팅을 하거나, MP3 화일을 다운받는 대신 동영상 화일을 다운받고 텍스트 위주의 게임에서 그래픽이 가미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꿈의 이동통신은 벌써부터 신혼의 단꿈이 깨지기 시작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주파수 경매에서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충당금을 업계로부터 받아내었다. 업계는 2G 서비스에서 벌어들인 돈 뿐만 아니라 주식을 대량으로 발행하여 충당금을 채워넣었으나 3G의 수익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2개의 비동기 사업자 모두 2.5G에 해당하는 IS-95C(일명 CDMA-2000 1x)에 초점을 맞출 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제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통신업계에서 차세대로 넘어가기 전에 더많은 수익을 올려놓기 위한 시간벌기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국내 통신장비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고려한 측면도 있다. 먼저 비동기 장비를 개발한 LG전자와 외국 비동기 장비업계에 시장을 선점당한 것을 우려한 삼성전자측의 볼멘소리를 2G사업을 더 끌고 나갈 구실로 삼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비관론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제일 먼저 3G 사업을 전개하는 NTT도코모가 얼마나 성공을 거둘 것인가에 있다. NTT도코모는 I-Mode의 대성공을 표본으로 삼아 3G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IS-95C와 같은 144kb의 데이타 전송속도를 가지고 I-Mode에 비해 획기적인 컨텐츠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3G 특히 비동기 사업권을 획득하고 주식까지 공모한 국내의 두 업계는 NTT도코모가 부디 대박을 터뜨려 줄 것을 간절히 빌고 있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초에 불거져 나온 3G 사업의 동기, 비동기 논쟁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야 겠다. 업계는 동기식의 시장 협소 및 글로벌 로밍(전세계 어디서나 통화가 가능한 서비스)를 이유로 비동기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였다.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릴 것이나 업계가 실제적으로 노리는 것은 외국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한 자본이득 취득에 있다. NTT도코모나 영국의 보다폰 등이 국내시장 진출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비동기식 채택을 들고 있어 이들과의 제휴를 위해서 동기식을 희생시킨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비동기보다 동기식의 발전가능성이 더 크고 국내업계의 축적된 기술력 또한 더 크다. 비동기 사업의 개시 초기부터 노키아, 에릭슨 등의 비동기 강자의 시장잠식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 초기 단계로 노키아는 벌써부터 국내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어 10%의 시장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유의 저가전략으로 전세계 시장점유율을 30%까지 높인 노키아의 국내시장 진출은 국내 통신산업의 기반을 흔들수 있다.

장삿속 궁리보다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동기식 사업을 통해 통신서비스업계가 10조를 벌어들인 반면 통신 장비업계는 무려 30조가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또한 장비 수출을 통한 외화 취득도 무역수지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장 측면에서도 전세계적인 사업 연기 및 포기로 인해 글로벌 로밍은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가능하며 통신서비스 사업은 컨텐츠 위주의 엔터테인먼트로 변질할 우려가 있다. 동기식 사업자 선정은 이미 동기식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 두 업계와의 경쟁력 차이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초기 동기식 3G 사업은이미 투자를 끝낸 CDMA-2000 1x와의 경쟁에서 서비스 사업자의 노하우와 1조가 넘는 출연금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밀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포철 및 삼성전자 등은 동기식 사업에 뛰어들기를 주저하고 있으며 LG는 사업 자체를 포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퀄컴의 참여는 물건너 갔으며 비동기 사업자에 대한 높은 로열티를 부가하여 돈을 벌 궁리만 하고 있다. 따라서 동기식의 미래는 상당히 불투명하고 사업 자체의 존속여부도 점칠 수 없게 되었다.

그럼 국내 통신사업은 외국에 종속적으로 끌려가야 하는가? 지금까지의 노하우와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하면 절대 그럴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기회가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다. 먼저 차차세대(4G)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4G부터는 동기, 비동기의 구분이 사라지고 그야말로 진정한 글로벌 로밍이 가능해질 것이다. 전세계 시장이 하나로 묶이는 것이다. 동기 사업에서 많은 돈을 벌고도 퀄컴 좋은 일만 시킨 전례을 교훈삼아 4G의 표준선정에 정부 및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향후 몇년 동안은 2.5G의 시대가 될 것이다. 유럽에서는 그나마 2.5G의 보급도 더디게 일어나고 있다. 이 귀중한 시간을 차차세대 이동통신 기술개발에 쏟으면 3G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고 오히려 전세계 시장 진출을 다른 나라에 비해 먼저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CDMA 신화를 창조했던 대한민국이 앞으로 전세계 통신시장에서 또다른 신화를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