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경공학에서의 학제간 연구의 중요성-기초학문과 환경분야와의 교류 풍토 조성되어야
횐경공학에서의 학제간 연구의 중요성-기초학문과 환경분야와의 교류 풍토 조성되어야
  • 최지나 / 환경 석사 2년
  • 승인 200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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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생활체를 둘러싸고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 또는 사회의 조건이나 형편’으로 설명되어 있다. 다시 말해, 환경이란 어떤 주체와 접하여 서로 연관되어 있는 사물이나 현상을 말하는 것이며, 인간을 주체로 본다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곧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환경공학은 이러한 총체적인 개념을 포괄한 학문이므로 어느 특정한 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양한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의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는 다른 어떠한 학문 분야보다 더 다양하고 세부적으로 나뉜다. 그렇기 때문에,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전문분야에 깊이 몰두해야만 하기도 하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이끌어 온 많은 과학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한가지 분야만이 아닌 여러 분야로부터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연구한, 이른바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 study)의 산물인 경우도 적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환경이 포괄하고 있는 넓은 범주와 현대사회 환경문제의 복합성을 고려할 때, 환경공학 분야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학제간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현대 사회에 중요한 이슈로 대두된 청정기술

지난 세기 동안 인류는 과학의 발전에 바탕을 둔 산업의 대규모화를 통해 번영을 이룩해왔다. 이러한 산업의 대규모화는 지구에 존재하는 자원의 이용을 극대화함으로써 가능하였다. 그러나 산업 활동의 증대, 에너지 사용의 증가, 새로운 기술에 의한 신종 산업의 출현으로 인하여 새로운 환경 문제들이 대두되었으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환경공학은 대두 초기의 관심사였던 안전한 음용수의 공급과 분뇨의 위생적인 처리 분야에서, 보다 넓은 영역으로의 범주 확장이 요구되었다. 이른바 청정기술(Clean Technology)이 현대 산업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또한, 환경 연구 범주의 확장과 함께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환경 문제들의 복잡한 메커니즘 및 상호 관련성을 고려해야만 하게 되었다. 환경 문제는 여러 가지 원인과 현상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한 분야의 연구만으로 종합적인 해결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쉬운 예로, 최근 사회적으로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환경호르몬 다이옥신을 생각해 보자. 다이옥신은 과학적으로 ‘내분비 교란 물질’(endocrine disrupters)이다. 그런 물질이 인간의 산업화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고 생명체에 전염된다. 합리적인 제거기술을 모색하려면, 다이옥신의 생성 경로 파악에서부터 인간을 포함한 여러 생명체 도입/작용 메커니즘 규명, 위해성 평가 등의 연구가 단계적,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다이옥신 문제의 총체적인 해결은 생물학,의학,화학,물리학,기계공학,산업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통해서 가능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주로 과학적 사실의 영역이다. 그런데 다이옥신과 기타 환경호르몬 물질에 오염된 가축과 어패류가 인간의 먹이가 되고, 그럼으로써 인간에게 질병을 가져다 주는 어느 단계에 이르면 사회적 사실의 문제로 증폭되어 사회과학의 조명을 받게 된다. 이후, 그런 사회적 사실에 직면하여 우리 인간이 향후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로까지 비화하게 되면, 우리는 마지막으로 인문과학의 윤리 및 종교 영역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성 더욱 커지는 학제간 연구방식

이와 같이 환경 분야는 환경이란 개념의 특수성과 보편성으로 인해, 환경공학 분야에서의 학제간 연구(이학-공학분야의 다양한 학제간 연구) 외에도, 더욱 다양한 학제간 연구가 가능한 영역이다. 이미 서구권에서는 환경 문제가 띠는 복합성으로 인해, 대학과 운동단체 그리고 정부에서 학제간의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 정부는 환경 문제를 인종, 계급, 성별 그리고 인간 세대간의 문제로 인식하는 환경 정의법 제정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미국의 환경운동단체는 일찍이 철학과 이념에 토대를 둔 운동을 전개해 왔다.

그린피스는 세 가지 생태학적 법칙, 첫째 모든 생명 형태는 상호의존적이고, 둘째 생태계의 안정성은 다양성과 복합성에 의존하며, 셋째 자원은 제한되어 있고 생명체계의 성장은 제한적이라는 법칙을 명료화하면서, 그 실현을 위해 운동방식에 일대 전환을 도모하여 세계 최대의 단체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대학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이론적 연구와 정책적 반영 그리고 실천적 적용에 매진하는 분위기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상당수의 대학은 ‘Environmental Studies Program’을 앞다투어 개설하여 학제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 현실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미국에서 학제간 연구가 가능한 것은 미국이 그동안 기초학문 분야에서 많은 전문가를 배출해왔기 때문이다. 기초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축적돼 있고, 그들이 모여 한 문제를 놓고 씨름할 때만, 학제간 연구는 ‘연구’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법이다. 각 분야의 튼튼한 학문적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학제간 연구가 이루어질 경우, 학제간 연구는 오히려 연구의 집중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학제간 연구는 이제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연구 방식이다. 또한 앞으로 펼쳐질 21세기에는 새로운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더욱 다양한 학제간 연구에 기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사회적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욱이 환경 분야는 환경이 매우 넓은 범주를 포괄하고 있다는 사실과 현대 사회의 환경 문제가 매우 복잡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다른 어느 분야보다 활발한 학제간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튼튼한 기초학문의 육성과 더불어 그 결과들이 환경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교류되는 풍토가 하루 빨리 조성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