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바이오 강국 성패 좌우할 유전자 은행 운영
21세기 바이오 강국 성패 좌우할 유전자 은행 운영
  • 황정은 기자
  • 승인 2003.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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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은행이란 생물의 유용한 유전 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유료 또는 무료로 제공하는 기관이다. 유전 정보를 보유하거나 제공하는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단순한 유전 정보 데이터베이스는 DNA 염기서열만 가지고 있다가 수요자가 원하는 생물종의 DNA 염기서열을 요청하면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은행이 가능한 것은 대장균, 효모, 쥐, 인간 등 몇몇 종의 지놈 분석이 끝나 유전자 염기서열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DNA 염기서열 데이터베이스 방식은 미국, 영국, 일본에서 전 세계의 데이터베이스를 모두 모아 각국의 연구자들에게 제공해주고 있다. 별도의 수납공간이 필요없고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와 충분한 저장매체만 있으면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검색하기에도 편리하다. 그러나 DNA 염기서열은 그 종의 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말해줄 뿐 그것을 직접 조작하거나 실험에 사용할 수는 없다.

흔히 쓰이는 방법은 DNA library라는 방법으로, 이러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저장매체는 박테리아의 플라스미드이다. 이 방법은 사람이나 쥐 등의 큰 지놈을 무작위적인 기계적 절단이나 제한효소로 처리하여 DNA 절편 세트들로 분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각각의 절편을 클로닝하여 얻어진 DNA 절편 복제물의 집합을 DNA 라이브러리라고 한다. 인간의 지놈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인간의 지놈 전체를 절편화한 다음 박테리아 플라스미드로 재조합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생기는 박테리아 군집이 곧 ‘Genome library’ 이다. 인간 유전자의 다양한 절편들을 가진 이 박테리아 군집을 액체배지에서 희석한 다음 고체배지가 든 배양접시에 도말하면 박테리아 세포 하나하나에서 유래한 군집들을 얻을 수 있는데, 이 때 각각의 군집은 한 특정 인간 DNA 조각을 지닌 클론이다. 따라서 이러한 라이브러리의 수백만 개의 군체는 인간 지놈 전체를 상징하게 된다. 주로 사용되는 박테리아는 쉽게 배양할 수 있고 조작이 편리한 E.coli이다. 지놈 라이브러리 유전자은행은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들의 지놈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으며 연구자들이 특정 종의 지놈 라이브러리를 요청하면 한 세트의 박테리아 균주를 배양하여 분양한다.

이런 방식의 유전자은행은 한 연구자가 특정한 유전자를 분리하려고 할 때마다 라이브러리를 만들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DNA 라이브러리는 DNA 염기서열 분석이 안 된 종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며, 이 방법은 특정한 유전자를 찾아내는 데 많이 사용된다. 사람을 비롯한 진핵생물의 세포는 대장균에 비해 배양하기도, 실험실에서 조작하기에도 어렵기 때문에 유전자를 대장균에 넣음으로써 배양과 조작이 쉬워진다.

한편 cDNA 라이브러리는 라이브러리라는 점에서는 앞서의 지놈 라이브러리와 비슷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지놈에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서열도 있지만 단백질을 암호화 하지 않는 조절부위들과 유전자 발현에 별다른 역할이 없는 서열도 많이 들어있다. DNA로부터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서열을 알아내거나 클론된 유전자를 박테리아나 효모 세포에 발현시켜 단백질을 대량생산해낼 생각이라면 DNA 라이브러리에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부위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부위의 서열만 모아서 라이브러리를 만든 것이 cDNA 라이브러리이다. cDNA를 이루는 DNA는 한 특정 조직이나 배양세포에서 추출한 mRNA로부터 역전사효소를 통해 합성된 DNA이다. 역시 이 DNA 절편들을 박테리아에 재조합 시키면 단백질 암호화부위의 DNA 라이브러리인 cDNA 라이브러리가 된다. cDNA 라이브러리는 지놈 라이브러리보다 작지만 단백질을 연구하는 목적으로는 매우 유용하다. 많은 연구실에서는 지놈 라이브러리와 cDNA 라이브러리를 동시에 이용하여 유전자의 조절부위를 찾아내기도 한다.

흔히 사용되는 유전자은행의 다른 방식은 유전 정보 뿐 아니라 다양한 종의 세포주를 배양, 보관하고 있다가 요청에 따라 분양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유전자은행은 거대한 수납공간과 특별한 환경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유전자은행인 KCTC(Korean Collection for Type Cultures)가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1985년에 정부로부터 정식 사업 승인을 받고 1990년 6월 세계지적소유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로부터 부다페스트조약에 의거한 특허 미생물 국제공인 기탁기관(International Depository Authority, IDA)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KCTC는 표준미생물균주, 동식물 세포주, 유전자 라이브러리 등의 유전자 재조합 자원을 국내 및 국외로부터 지속적으로 수집, 보존하며 일반에 분양하고 있으며, 이들로부터 화학분류학적 정보, 계통분류학적 정보, 분자생물학적 정보 등을 직접 생산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인터넷상으로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인터넷으로 신청서를 받아 균주를 대부분 냉동건조 앰플로 제공한다.

그리고 한 종의 유전자에 대한 각종 돌연변이들을 보유하고 이로부터 나오는 정보를 제공하는 유전자은행도 있다. 4월 24일자 ‘네이처’에 특집으로 실려 큰 관심을 모았던 우리 학교 안진흥 교수의 벼 10만 돌연변이 집단이 이에 속한다. 벼의 지놈 DNA 염기서열 분석은 지난해 말 모두 끝났지만 기능을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았는데, 각 유전자에 대한 다양한 돌연변이 개체들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유전자의 기능 규명에 큰 도움을 주게 됐다. 돌연변이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각 유전자의 기능과 조절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유리하며, 이 돌연변이 집단이 유전자은행의 형태로 제공됨으로써 벼의 유전자 기능을 알아내려는 연구자들이 매번 돌연변이 집단을 되풀이하여 만드는 수고와 시간을 절약하게 된다. 카이스트 생물과학과는 초파리의 돌연변이 집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쥐로 이러한 유전자은행을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인간을 비롯한 인간에게 중요한 몇몇 종들의 지놈 프로젝트가 끝난 지금, 관건은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것이고 이것이 곧 지적재산권으로 연결된다. 유전자의 기능은 먼저 밝히는 팀이 지적재산권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유용한 유전자은행의 정보는 자기 나라의 연구기관에만 제한적으로 공급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므로 포스트 지놈 시대가 시작된 지금, 세계 생명과학계에서의 국가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유용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제공하는 유전자은행 센터를 만드는 것이 필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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