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초록] 염재호 교수의 ‘미래사회와 조직’
[강연초록] 염재호 교수의 ‘미래사회와 조직’
  • 문재석 기자
  • 승인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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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발전할수록 과학과의 관련성 더욱 커져

지난 3일, 문화콜로퀴엄의 일환으로 지난 대통령선거 떼, 대선 후보 토론회 사회자로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던 고려대 행정학과 염재호 교수의 ‘미래사회와 조직’을 주제로 강연이 있었다. 염재호 교수는 산업정책이나 비교행정 등의 전문가이면서도 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으로 있을 정도로 과학기술에 대해 평소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염 교수는 교내 학우들이 모르는 부분이라기보다는 알지만 누군가 외부에서 확인받고 싶어한 부분들을 잘 짚어주었다. 과학과 기술의 전문가가 아니라 과학기술정책의 전문가인 만큼 최첨단 신기술을 나열하기 보단, 우리들이 수업시간에 친근하게 접하던 내용을 가지고 이러한 기술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부분들로 강연을 이끌어 나갔다. 염 교수는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대다수 기성세대의 조언은 2~30년 전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활동을 할 때는 1~20년 뒤이다. 50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조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대해서 비판적 시야를 가지고 살아갈 것을 당부하면서 시작하였다.

염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사회는 점차 발전을 해 가면서 과학과 더욱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정보통신과 의료기술의 발달을 들 수 있다.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재화의 이동은 물리적 거리와는 관계없이 눈에 띄지 않은 채 인터넷 선만을 타고 돌아다니기 시작하였으며, 낮과 밤이 무의미한 사회가 되어 시ㆍ공간 개념이 점차 붕괴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서 다른 기술을 요구하는 것이다. 과학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놓으면 그로 인해 사회가 변화하고 그 변화로 인해 다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서로 공진하는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 과학의 힘을 빌어 사회 전반의 시스템부터 문화, 가치관이 급속하게 변하였지만 태풍의 눈에 있으면 날씨가 오히려 맑듯이, 우리는 그 거대한 변화의 태풍의 한 가운데에 있기에 오히려 그 변화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것일 뿐이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 “과거의 대규모 관료조직은 사회에 과학적 관리법을 적용시키기 위해 탄생한 것으로, 중간관리층이 두터운 것이 그 특징인데, 이 역시 정보통신이 발달함에 따라 점차 붕괴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고 재화의 이동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인사관리나 재고관리, 회계등의 업무를 사람이 해오는 것이 관례였다면, 정보통신이 발달한 지금부터는 굳이 그런 사람이 필요없기 때문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개인의 입장에서는 이제 더 이상 하나의 조직에 목메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21세기 정보화사회에서 선택받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개성을 살려 자신만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을 펼쳤다.

염 교수는 “조직은 끊임없이 배신한다”는 말로 이날 강연을 끝마쳤다. 즉, 조직이 붕괴되기 때문에 그 안에 갇히려 하지 말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강조하였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게 되는 20년 뒤에는 절대 지금의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에서 한가지 일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기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분야에서의 전문성임을 잊지말라고 당부하였다. 특히 여가와 자신의 직업을 맞물리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그로써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강연이 끝난 뒤 학생들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과학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시 되는 사회가 되어감에도 이공계가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이공계인이라고 사회에 대해 무관심해서는 대우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중국 칭화대학교의 경우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인문ㆍ사회 계열 서적을 100권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이공계인이라도 보편적 고민을 해야 하고 사회에 대한 관심을 끊어서는 리더가 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누구나 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 불안감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앞선 나머지 자신의 신념이나 꿈보다는 안정된 미래를 위해 자신의 젊음을 투자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중요한 만큼 우리에게는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