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의 출현은 가능한가
새로운 ‘문화’의 출현은 가능한가
  • 승인 200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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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서구의 교육에서 인문학과 과학이라는 양 갈래의 학문 구조가 자리 잡히기 시작하면서 두 학문 사이의 반목과 대립구조는 발전적인 학문활동을 방해할 만큼 심화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는 C. P 스노우의 리드강연으로 인해 촉발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적절한 대안은 모색되지 않고 있다. 이미 서구화된 교육 체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도 이 문제는 마찬가지로 드러나고 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과학기술자나 과학적 지식이 전무한 인문학자 모두가 바람직한 형태의 지식인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학자들 간에 인문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형태의 문화를 지닌 새로운 성격의 학문이 등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각기 ‘두 문화’가 그리는 ‘세 번째 성격의 문화’의 청사진은 마치 인문학과 과학의 극심한 간극을 반증하는 것처럼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한측에서는 인문문화와 과학문화의 차이를 언급하면서 과학문화에 가까운 형태로 인문문화가 변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며, 다른 한측에서는 과학지식의 상대성을 강조하면서 과학 영역에 인문학계의 참여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본다는 것도 큰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흔히 인문학과 과학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전인적 교육’이 제시된다. 하지만 이 또한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자칫하면 학문의 전문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놓칠 수도 있다.

현재 사회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두 문화’의 간극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만큼, 이공계 단일 계열로만 이루어진 우리 학교가 학생들의 교육에 있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