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긴밀한 관계형성과 상업적 가치 높은 연구 중요”
“기업과 긴밀한 관계형성과 상업적 가치 높은 연구 중요”
  • 이한결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원(화학과) 교수 인터뷰
- 어떠한 기술을 기업으로 이전하였으며 그 당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지난 2000년에 ‘기질상 높은 아민기 밀도를 갖는 분자’를 개발해 외부 기업으로 기술을 이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때 외부 기업으로부터 이전을 원한다는 연락이 와서 큰 어려움 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생명공학연구센터의 포스코 지원으로 연구하고 있어 특별한 기술이전을 하지는 않았다.


- 그렇다면 기술이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기술이전은 우리대학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라고 본다. 일단, 우리나라 대학에서 좋은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산업화가 힘들다. 실제 대부분의 기술시장은 선진국, 특히 미국에 집중되어 있어 그 곳의 회사에 우리가 끌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정작 좋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하더라도 동등한 값에 이전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 기술력 또한 문제이다. 삼성과 같은 기업은 원천기술은 부족하지만 기술생산력이 뛰어나 상품화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내가 관여하는 국내 바이오분야에서는 PCR과 같은 원천기술도, 기술생산력도 거의 없다. 이를 나타내는 한 예로, 한 유명한 미국 바이오 회사 CTO(Chief Technology Officer)가 일본, 싱가폴, 한국, 대만 등 아시아를 돌아본 뒤, ‘시장 잠재력은 크나 아직 상업성이 높은 원천기술은 없다’고 전했다고 한다.

또한 미국을 보면, 대학에서 나오는 특허나 기술을 바탕으로 대학이나 랩에 속한 학생들이 직접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 회사들이 모두 성공하지는 않지만 몇 개라도 성공한다면 그것은 대학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애초에 대기업으로 10억 원 정도에 이전할만한 기술도, 대학에서 벤처를 차려 2~3년간 일정한 수준까지 끌어올려 놓으면 그 때는 1000억 원 이상으로 회사를 넘길 수도 있다. 그러므로 결국 이제는 다양한 기술이전방법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 기술이전 수입 증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당장 기술이전을 통해 큰 수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우선 연구의 질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본다. 물론 최근 교수들의 실적 발표를 보면 SCI 게재 논문과 특허의 수가 올라가고 있지만, 아직 질적인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 단적인 예로 바이오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만든 핵심 원천기술은 거의 없지 않은가?

그리고 계속해서 산업체가 원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 차원에서 산업체 CTO와 마케팅 인사들의 세미나·프리젠테이션 등을 개최해 교수와 기업간의 긴밀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류가 부족해서인지 현재 대부분의 교수들의 연구는 산업체가 요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기술이 대학에서 연구·개발되었을 때 이를 기업에 선전할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수많은 논문들을 기업들이 모두 관심을 가지겠는가. 우리대학이 가진 기술을 기업으로 하여금 어떻게든 한번 관심을 가지고 볼 수 있게끔 만들고 대학과의 미팅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기술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국제무대에서 손색없는 언어능력을 갖춰야 하고 기술이전과 관련된 법에도 능통해야 한다. 현재 외국으로 나가 공부하고 있는 한국유학생들 중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국내대학의 기술이전이 활성화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