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란 무엇인가
양자컴퓨터란 무엇인가
  • 권오대 / 전자 교수
  • 승인 200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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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istory of collective obsessions and controlled schizophrenias;. . some discoveries remind one of a sleepwalker’s performance....’(from A. Koestler’s The Sleepwalkers ) 이상은 케플러, 갈릴레이까지 포함한 코페르니쿠스적 혁명 과정을 요약하는 말이다.
[J. S. 벨의 ’Speakable and unspeakable in quantum mechanics’ 글에서]

최근 양자컴퓨팅(QC: Quantum Computing) 분야의 유럽군단이 왔다갔다. 양자론의 아버지 보어(Bohr)의 제3세대, 야망의 소장학자들이었다. 물리학과가 주관(석성호, 김재삼, 홍정기, 김승환, 김동언 교수)하여 QC워크샵을 개최하면서 학내에 QC연구가 촉발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QC연구가 이 물리학과 교수들에 의하여 만발하기를 기대하며 외람되나마 QC연구의 현주소를 요약하여 본다.
[미 전자공학회 2001년 논문, 미 물리학회 2000, 2001년 논문, D. DiVincenzo의 사이언스 1995년 논문 등 참조]


양자 컴퓨터 연구의 현주소

기본입자들의 현란한 미시계 운동을 기술하는 데는 기존 디지털컴퓨터가 애를 먹는다. 아예 슈뢰딩거 (Schroedinger)방정식에 기초한 양자컴퓨터가 있어야겠고 있을 수 있겠다는 R. 파인만의 논문이 이론물리학지에 발표된 것은 1982년의 일이다. 그 전 해에 오스틴 텍사스대의 어느 파티에서 C. 베닛과 얘기하던 옥스퍼드대의 D. 도이치는 양자론에 기초한 미래컴퓨터의 가능성을 머릿속에 그리게되고, 그런 내용을 구체화한 획기적 논문을 1985년에 발표하니 이것이 QC의 실제적 원조가 된다. 1991년에는 옥스퍼드대의 A. 에커트가 양자암호학을 구상하고, 1993년에는 IBM의 C. 베닛이 양자통신을 발표한다.

기존 디지털컴은 ‘0 또는 1’의 2진법 코드에 근거한다. 그러나 QC의 근거인 큐빗(qubit: quantum bit)은 ‘0과 1을 동시에’라는 색다른 특성까지 내포한다. 일례로 전자의 스핀 상태가 상향이냐 하향이냐의 두가지 가능성은 ‘0 또는 1’에 해당한다. 그런데 전자의 스핀 상태는 ‘0과 1을 동시에’ 내포하는 중첩의 특성을 갖는다. 만약 이러한 전자의 특성에 기초한 계산을 한다면 한번 계산으로 두가지의 결과를 얻는 ‘일거양득’이 가능하다. 큐빗 두 개가 중첩할 경우 00, 01, 10, 11이라는 4가지의 상황을 ‘동시상영’ 하는 셈이다. m개의 큐빗으로 증가하면 2m 개의 상황들을 동시 병렬처리 하는 지수함수적 ‘대박’이 터지는 것이다.

94년 AT&T 벨연구소의 P. 쇼르는 기존 컴퓨터로는 분해할 수 없는 거대숫자의 암호 코드를 QC가 재빨리 소수로 분해하여 풀어내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런 기존 비밀코드에 의존하여 장사를 벌이는 AT&T 등의 통신업계의 미래가 무너질 수 있는 경악할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비밀 통신에 생명이 걸린 국방관련 조직에 비상이 걸리고 급기야 QC연구에 연구비를 쏟아 붓기 시작하였다.

한편 이러한 QC알고리듬에 기초하면 수백만 가입자의 전화번호부 찾기도 획기적 개선이 가능함을 벨연구소의 L. 그로버가 또 발표한다. 즉 가입자수 N인 경우 어떤 번호의 주인을 찾을 때 기존컴으로는 평균하여 N/2번을 찾아야하나 QC로는 √번으로 비교적 잽싸게 찾아낸다. (항상 그렇지는 않다는 이견을 프린스톤과 MIT 학자들이 제기하였지만.)돌아보면 30년대 아인슈타인과 보어 사이의 양자론 근거에 관한 뜨거운 논쟁이 QC의 발단이라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신이 주사위를 던지는 식으로 우주를 창조할 리는 없을 것이다.‘ 고 말하자 보어는 ’당신이 신더러 어찌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마시오.‘라고 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죽기 얼마 전에야 그 확률론적 양자론이 옳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아인슈타인은 B. 포돌스키, N. 로젠과 함께 맘에 들지 않는 양자론의 허점을 찾는 게당켄[thinking]실험을 고안한다. 즉 양자 상태로 서로 엉킨(entangled: 슈뢰딩거는 vershraenkt라 표현) 입자 한 쌍을 염두에 둔다. 그 양자 쌍둥이 중 하나를 탐색하면 다른 하나가 동시적으로 이를 감지한다.

이러한 양자엉킴의 입자쌍둥이는 허리가 붙어있던 샴쌍둥이(Siamese twins)와는 달리 서로의 공간적 거리가 얼마이든 무관하다. 그게 양자론적 사실이라면, 먼 거리에 놓인 양자엉킴 쌍둥이 입자의 동시적 정보공유가 가능한 것이니 광속보다 빠른 어떤 신호가 존재하고 상관해야 한다는 모순을 낳는다. 이것을 유명한 EPR 패러독스라 하고 양자엉킴 상태의 EPR쌍둥이라 한다. 10여 년 전 당시 대학원생이던 물리학과 홍정기 교수가 주도한 Hong-Ou-Mandel 간섭계 광학실험도 EPR쌍둥이를 이룬 광자관련한 것이다.

이 EPR패러독스를 1960년대에 고찰한 학자가 유럽가속기연구소(CERN)의 양자철학자 J. S. 벨이다. 프랑스의 A. 애스펙트도 70년대에 이를 연구한 결과, EPR쌍둥이는 양자론을 잘 따르는 것으로 규명하였다. 그들은 또 초광속의 신호란 없다는 것, 그래서 쌍둥이는 초광속신호로 쏠 수가 없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EPR패러독스는 존재치 않음을 증명하였다. 그러나 EPR쌍둥이가 엉킴의 공존상태에 있음과 바로 그 엉킴상태가 전술한 QC알고리듬 등의 응용 핵심이다.

실용화까지는 아직 먼 길

그럼 어떻게 양자엉킴과 중첩상태를 구현하여 양자컴 등 QC의 미래를 실현하는가? 그 근간인 큐빗의 보존상태가 써보기도 전에 깨어지면(decoherence라 함) 무용지물이 된다. 이 문제에 90년대 중반 처음 서광을 비춘 것은 엉뚱하게도 화학 분석용으로 자주 쓰는 NMR(핵자기공명)장치이다.

NMR의 경우 시료 분자 핵들의 스핀 세차운동을 강력한 자장으로 정렬한다. 거기에 라디오주파수를 걸어 특정 스핀을 반대로 눕혀버린다. 엉킴상태의 두 개의 핵에서는 2큐빗 구동도 기대할 수 있다. NMR을 외부 자장에서 격리시켜서 스핀상태의 깨어짐을 몇 초 동안(컴퓨터에서는 엄청 긴 시간)방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NMR을 실제 다수 큐빗을 활용하는 계산에 쓰려면, 용액 속 분자들의 핵스핀들은 제각각 딴 방향으로 흩어진 상태라는 첫 걸림돌이 버틴다. 이들을 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방법들이 IBM, MIT, 하버드 등에서 모색되고, 로스 알라모스와 옥스퍼드 팀은 7큐빗까지 작동하는 NMR 컴을 시도하였다. 한편 큐빗 수를 증가함에 따라 출력신호가 대폭 감소하는 제2의 걸림돌이 나선다. 결국 12개쯤의 엉킴 큐빗으로 만족해야 하는 NMR컴으로 귀결한다.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룩대 I. 시락 등은 쿨링(cooling)한 이온들에 의한 양자논리회로 구성과 그러한 스핀트로닉스를 1995년에 제안하고 나섰다. W. 필립스가 레이저 쿨링으로 1997년 노벨상을 수상한 미 표준연구소(NIST) 연구그룹의 D. 와인랜드 팀은 그 제안을 보고 두세 달 만에 제어형 NOT-gate를 실현하였다. 이러한 저온형 이온 트랩기술은 4개의 엉킴상태까지 진전을 보았다. 그러나 이것도 더 이상 확장이 용이치 않은 scalability 문제에 봉착한다. 이온스핀들의 엉킴상태 구현은 분자떨림으로 되는데 이 때문에 엉킴의 깨짐이 심해진다는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다.

메릴랜드대의 B. 케인은 좀 색다른 아이디어를 내었다. 실리콘 기판에 형광성 원자 어레이를 만들어 양자컴을 구현하자고 한다. 원자들 사이에 바이어스를 걸어 엉킴상태를 만든다. 반도체로 만드는 아이디어이니 *scalability 문제도 없어 더욱 실현성이 높으나, 진짜 문제는 아직 아무도 그런 원자 어레이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딱한 노릇이다. 물론 아무도 그러한 전자의 단일 스핀을 측정한 적도 없다. 내가 1년 6개월 여간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UCLA 연구팀은 바로 그걸 한다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극저온 현상이란 점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여기에 ‘살얼음’ 초전도체가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90K 정도를 자꾸 ‘고온’이라고 하는 요즘 물리학자들은 좀 이상하지만.]

한편 양자점(quantum dot) 안을 들고나선 이들이 IBM의 D. 디빈센조 및 스위스 바젤대의 D. 로스이다. 현재 UCSB 그룹 및 프랑스의 제라드 그룹이 이 가능성에 매진하고 있다. 이 양자컴 기술이 실현되는 것은 양자통신, 양자인터넷 기술에 동시 파급을 의미한다. 기술의 동시엉킴상태라고 할까? IBM의 C. 베닛은 EPR쌍둥이 즉 엉킴상태의 전파를 전화선 신호 정도로 생각하고 지난 1993년 양자통신을 제안하였었다. 인스브룩대의 A. 자일링거가 97년 1미터 양자통신에 성공하고 지금 1킬로미터 도약을 예약하고 있다. 양자인터넷은 칼텍의 J. 킴블, UCLA의 E. 야블로노비치 등이 추진중이다.

앞에서 언급한 A. 에커트, I. 시락 및 옥스퍼드의 D. 버미스터, 덴마크 아르허스대의 E. 폴직 등이 모두 보어의 제3세대로 이번에 우리 대학을 찾아준 것이다. 양자컴을 위한 광원연구로서는 필자의 양자광소자 연구실의 양자테 기술이 양자점을 능가할 수도 있음을 제안한 것에 그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나의 기쁨이다. 누가 100큐빗 이상의 실용 양자컴을 먼저 만들 것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scalability : 확장과 집적의 용이한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