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극미세 나노선 개발 후기 - 학제간 연구의 성공적 모델 제시
세계 최고 극미세 나노선 개발 후기 - 학제간 연구의 성공적 모델 제시
  • 박정준 기자
  • 승인 200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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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수 교수 연구팀의 극미세나노선 개발 연구 내용을 커버 기사로 다룬 'Science' 10월 12일자 표지
나노기술(Nano Technology)의 원천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나노선(nano wire) 개발 부문에서, 화학과 김광수 교수 연구팀이 나노기술의 기본단위인 1nm보다 작은 0.4nm 선폭의 획기적인 나노선을 개발하여 세계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결과는 지난 10월 12일자 Science지 표지 기사 및 국내외 많은 언론에 다루어지며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나노기술은 그 특성상 나노 신소재의 합성, 구조분석, 물성분석, 소자화,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학제간 다양한 분야의 전공지식을 가진 과학기술자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이번 나노선 프로젝트도 우리대학 화학과 김광수 교수 연구팀을 중심으로, 신소재공학과, 화학공학과, 물리학과 이외에 삼성종합기술원 나노분석기술 연구실, 하이닉스 반도체 분석실 등 기업연구소까지 망라하는 다양한 전공의 첨단 연구인력들의 학제간 연구 협동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학제간 협동 연구의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우선 화학과 내에서의 다양한 전공 출신의 연구자들에 의해, 이 나노선이 탄생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이번 연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CHQ(calix[4]hydro quinone)라는 물질은 전기화학적 특성이 뛰어나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연구되어 왔음에도 그 구조를 규명하는데는 실패가 거듭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광수 교수 팀에서 CHQ를 이용해 세슘 이온을 잡는 실험을 하다가 이 결정 구조를 세계 최초로 얻는데 성공한 바 있다. 세슘 이온이 CHQ 결정을 크게 자라게 하는 역할을 하여 X선 결정구조 분석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렇게 결정구조 정보를 바탕으로 나노튜브를 형성한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는 컴퓨터 화학 시뮬레이션이 큰 역할을 했으며, 전자현미경을 통해 가늘게 형성된 실제 나노튜브 구조를 확인하였다. 이러한 정보에 기초하여 CHQ와 질산은 용액을 반응시킨 결과 세계가 놀란 0.4 나노미터 굵기의 나노선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실을 맺기까지 컴퓨터 분자 모델링을 담당한 전산화학 전공의 홍병희 박사과정생, 나노선 구조를 분석한 실험 물리화학 전공의 배성철 박사, 나노선 합성에 주형으로 쓰인 나노관 결정을 합성한 유기화학 전공의 이치완 박사, 전산물리 계산을 담당한 정석민 박사 등 화학과 내의 다양한 전공끼리의 협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이 연구팀을 이끈 화학과 김광수 교수의 경우, 공대 학사 출신으로서 물리학 석사와 화학 박사를 취득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화학과와 물리학과의 겸직 교수로서 이번 연구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합성을 넘어, 분석의 문제해결은 한 학과의 경계를 뛰어 넘어 여러 학과, 나아가서는 기업체 연구소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협력으로 가능했다. 나노선 배열의 구조를 분석하는 데에는 세계 수준의 분석기술을 자랑하는 신소재공학과 박찬경 교수팀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는데, 고분해능 전자현미경 사진을 얻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비교한 결과, 기존 최고 집적도의 200배에 이르는 바둑판 모양의 나노선 배열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배열의 집적도는 기존 최고 집적도의 200배에 이르는 것이었다. 너무 획기적인 결과에 사이언스지 심사위원들은 의혹의 눈길을 보내면서 더 상세한 분석 결과를 요구했는데 나노선의 1차원 구조의 새로운 물리적 성질을 밝힐 수 있는 EELS(Electron Energy Loss Spectroscopy: 전자에너지손실분광법) 실험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순탄치 않았는데, 이 장비가 우리학교에 없었기 때문에 국내 여러 기업체 연구소 및 학교에 의뢰를 해보았으나 장비의 결함 및 경험 부족으로 인해 여러 번 실패하였다. 그런 와중에 하이닉스반도체 분석실 및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도입한 신형 장비를 통해 실험에 성공할 수 있었고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현재는 물리학과 등과 공동으로 저에너지 EELS 분광 실험 및 자성 실험 등의 후속 연구가 진행중이다.

나노 테크놀러지나 바이오 테크놀러지와 같이 21세기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학문의 경우, 이미 한 학과나 전공의 범위를 뛰어 넘고 있다. 즉 서로 다른 학과, 서로 다른 전공 사이의 학제간 연구가 필수로 자리잡고 있고,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원활한 의사 소통이 성공적인 연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제는 자신의 좁은 우물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넓은 시야로 다른 전공의 기초지식을 습득해두는 것이 학제간 연구시의 의사소통에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며, 학교 차원에서도 이런 학생을 배출하기 위해서 다양한 학제간 교류 및 협동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보이는 복수전공과 부전공을 하는 학생이 많은 것은 이런 면에서 바람직한 실태로 볼 수 있다.

아울러 학과를 초월하여 공통의 관심사를 논의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데, Web상에서 Newsgroup이나 bbs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적격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생물학정보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BRIC(http://bric.poste ch.ac.kr/)과 같은 홈페이지는 바람직한 방향 제시를 해주고 있다. 다른 연구 분야에서도 이런 시도가 널리 확대되어, 더욱 원활한 학제간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