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연구 어떻게 볼 것인가> 생명공학 연구 활성화 통해 국가 경쟁력 도모해야
<줄기세포연구 어떻게 볼 것인가> 생명공학 연구 활성화 통해 국가 경쟁력 도모해야
  • 황우석 /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 승인 200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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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체 및 배아 줄기세포 개념도
최근 생명복제에 관한 뉴스가 주요 이슈로 등장하여 세인들의 관심까지 집중시키고 있다. 얼마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취임후 첫 정책발표에서 차년도 연방연구기금 중 2억5천만 달러를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투입시키겠다고 하였다. 여기에는 이미 확립된 64개 세포주에 국한시킨다는 단서가 달려있지만, 미국의 과학기술정책이 보수 기조로부터 전향적이며 능동적으로 전환한다는 신호로 보고 싶다. 그러나 인간개체 복제나 배아 복제 또는 냉동배아 등을 파괴하여 이루어지는 새로운 연구는 기금지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부시 대통령은 선거공약에서 인간배아 연구를 반대했으며, 교황도 부시대통령에게 인간배아에 관련된 어떤 연구도 허용시키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부시 대통령 그 자신이 기독교신자이면서 많은 종교계의 반대여론이 일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와 같은 결정을 한 배경은 무엇일까?

필자 나름대로의 판단으로는 수많은 난치·불치 질환의 해결 가능성이 있는 과학기술분야를 도외시 할 수 없었을 것이고, 2010년부터 500억 달러의 잠재시장이 예견되는 산업분야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즉 인간유전체사업(Human Genome Project)에 이어 생명과학의 두번째 영역을 미국이 주도하고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야심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책은 당장 줄기세포 연구를 비롯한 생명복제 관련 연구 영역에 넓은 지평을 열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 연구의 새바람

이번 결정으로 인해 세계 각국은 자국의 기술경쟁력 확보 및 국민보건복지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과학기술 정책을 펼칠 것이다. 또한 생명윤리와 과학기술발전 사이에서 논란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적지 않은 국가들에서 과학기술개발 쪽에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바야흐로 국가경쟁력을 놓고 치열한 선두 다툼과 산업재산권 확보에 매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도 올해초 과학기술부 장관의 위촉을 받아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발족되어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이 마련되었고, 정부도 이를 토대로 여러 측면을 검토한 후 후속조처를 취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시안은 과학기술 발전과 생명윤리 존중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조화롭게 만족시키고자 고뇌를 거듭한 결과일 것이다.
여기에 대해 일부 종교계에서는 윤리적으로 미흡한 내용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며 반대로 관련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지나치게 규제일변도여서 과학기술 발전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 핵심은 인간과 동물의 세포를 상호 융합시키는 행위 금지 및 인간배아복제 금지 사항이다.

결론적으로 필자의 의견은 이 두가지 사항에 대한 금지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특정유전자 적중에 의한 의약품과 기능성 물질생산, 그리고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이용한 초기배아 복제로 면역거부 현상이 완전 해결되는 치료용 세포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의 금지법 예를 들어 우리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은 법 제정 이전에 민간 연구자금에 의한 인간배아복제 연구가 지속되어 왔으며 인간과 동물의 세포융합을 금지하는 국가는 독일 뿐이며 그것도 인간과 동물의 생식세포를 상호 융합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를 금하고 있는 것 뿐이라는 점이다.


생명공학 수준이 국가 수준 되는 21세기

부존자원과 잠재력이 한정적인 우리나라는 생명공학기술 수준에 의해 국가 서열이 재매김될 21세기에 총력을 경주한다 해도 선진국을 추월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물며 생명윤리의 고귀함과 과학의 민주화를 앞세워 갈등이 증폭되고 종교계와 시민단체의 지적에 대응하느라 과학계의 에너지가 소진된다면 우리의 앞날은 누가 준비하고 국가경쟁력은 누가 세울 것인가.

얼마전 인간복제를 시도하겠다는 종교계 인사가 방한하여 복제희망자를 모집하고 회를 설립하는 등 한바탕 소란을 부린 일이 있었다. 이것은 하나의 해프닝이다. 이런 사건으로 진정한 생명공학 연구마저 제한된다면 우리의 앞날은 참담할 것이며 우리의 자손은 기술종속국의 멍에를 안고 살아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와 과학계가 더 이상 평행선을 긋고 각자의 길을 걸을 수는 없다. 함께 모여 진지한 대화와 토론으로 국민들에게 상큼한 대타협의 맛을 보게 해주자. 그들은 서로가 적이 아니며 우리사회를 함께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그 바탕 위에서 정부는 미래를 향한 원대한 과학정책을 수립하고 과학계는 떳떳하고 보람있는 연구활동을 펼칠 때에 시민 모두가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