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 퇴임 앞둔 박찬모 총장 인터뷰
8월말 퇴임 앞둔 박찬모 총장 인터뷰
  • 정민우 기자
  • 승인 2007.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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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2020 달성여부는 우리 의지에 달려”
가능성 사고 갖고 구성원 모두 혼연일체 되면 성공


오는 8월말이면 박찬모 제4대 총장의 임기가 막을 내리고, 제5대 총장 체제가 출범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박찬모 총장의 지난 임기를 되돌아보고, 발전적인 방향에서 점검해보고자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 오는 8월말로 총장 임기가 끝나는데, 대행까지 5년의 재직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해 1년간 진행된 개교 20주년 기념행사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침 재임기간 중에 개교 20주년을 맞았고, 기념행사로 포항에서 ‘포스텍 비전 2020 선포식’을, 서울에서 ‘포스테키안의 밤’을 개최했다. 20주년 개교기념식도 성대히 거행했다. 그리고 또 특기할만한 건 동아시아연구중심대학협의회(AEARU) 회장이기에 총회를 우리대학에서 열면서 세계 대학총장 포럼을 개최한 것이다. 그때 AEARU 회원교 총장뿐만 아니라 아헨공대 등 기타 대학 총장도 초대했다. 지난 5년을 돌이켜볼 때 포스텍 비전 2020을 마련한 것이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대학발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 가장 보람된 일과 아쉬운 일은
4대 총장 재임 중 우리가 추구했던 국가의 대형 국책과제를 많이 유치했다. 개교이후 지금까지 유치한 33개 사업 중 17개 사업을 유치했다. ERC·NCRC·ITRC·GRL 등 14개 정부 연구 사업을 유치했고, 누리사업, BK21 2단계 사업과 기술경영대학원과정도 유치했다. 특히 ITRC는 우리대학으로서는 2004년에 처음으로 유치한 것이다.
또한 포스코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많은 지원을 받았다. 포스코국제관 건립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철강대학원을 전문대학원으로 승격하고 전용 건물을 짓기로 했다.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경우 2004년 7월 가속기연구소를 방문하신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건설지원 약속을 받았고, 지난 5월 30일 포스코 파이넥스 준공식 후의 오찬 때와 나노기술집적센터 개소식에 오셨을 때 재확인했다.

특히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 연속 1위를 했다.
미흡했던 점은 캠퍼스 국제화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되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한 순위가 밀려나기도 했다.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캠퍼스 국제화는 영어로 강의하는 것 외에도 학생들이 국제화 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우수한 교수님과 학생들을 해외에서 많이 모셔오고, 우리 학생들을 해외로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많이 시행하는 것 등이 있다. 그런데 이것이 미흡했다.

한편 I-Bio, 기술경영대학원(MOT) 등 학제간 협동과정도 개설했다. 또한 학제간 협력을 위해서 SA(Split Appointment)제도 즉, 한 교수가 한 학과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고 두개 이상의 학과에 속하는 것을 도입했는데, 사실 내가 바라는 것은 앞으로 SA 제도가 확대되어 학과와 연구소에 속하는 것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과 주임교수뿐만 아니라 연구소장도 소속 교수의 연구 성과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데, 현재는 주임교수만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등 아쉬운 점이 있어 차기 총장에게 제안하려 한다.

- 지난해 ‘포스텍 비전 2020’을 선포했는데, 세계 20위권 연구중심대학 달성을 확신하시는지
많은 사람들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염려하고, 회의를 가지는 사람도 있어 사실 이 행사를 할 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포스텍 비전 2020’은 대학발전위원회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지표를 확정하고, 컨설턴트한테도 자문을 구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다. 즉, 주먹구구식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작년에 영국의 ‘The Times’지에서 연구역량을 측정하는 지표의 하나인 Citation (인용)/Faculty 성적을 발표했는데, 우리대학은 세계 500개 대학 중 25위를 차지했다. 이런 결과로 비추어 볼 때 우리대학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철강대학원은 세계정상급으로 되기 위해 외국 철강계의 유명한 석학을 많이 모셔오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화에 진력하고 스타급 교수를 여러분 영입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가 기울인 노력 중의 하나는 비전 2020을 앞당기기 위해 국제적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사의 자문을 받아 ERP를 구축했는데, 이는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ERP로 다른 대학의 ERP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20위권에 들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져야 한다. 이는 결론적으로 우리의 의지에 달렸다. 우리가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가능하다고 믿고 교수와 학생·연구원·직원 등 구성원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 ERP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고 평가하시는지
ERP는 올해 2월 23일 가동했는데, 처음에는 문제점이 많았다. POSIS도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문제가 많았다. 원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 안정화될 때까지 문제가 있는 것은 전문가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POSIS와 병행하는 것도 생각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 대신 안정화가 빨리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원래 8월 말까지가 안정화 기간인데, 처음에는 한주에 200건 이상씩 헬프데스크에 글이 올랐으나, 지금은 평균 40여건이다. 보통 안정화된 시스템의 헬프데스크 글 수도 40건 정도이므로, 요즘에는 안정화가 잘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8월 말까지는 완벽하게 안정화시킬 계획이다.

스탠퍼드대의 경우도 가동한지 1년이 지나서야 교수들이 ERP를 인정했다 한다. 어떠한 문제점이 있으면 그것을 지적하는 것은 좋으나, 동시에 같이 해결해 나가는 구성원들의 협조와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학생들이 공학교육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POVIS가 완벽해지면 이 절차가 매우 수월해질 것으로 본다.

- 취임 시 구성원들의 화합과 단합을 강조했는데, 2005년도 연구비 감사나 작년 교원임면권 사태를 거치면서 구성원들의 갈등이 생겼다
나에게는 매우 쓰라린 기억이다. 처음에 취임했을 때 나와 법인에 대한 교수들의 감정이 매우 나빴다. 화합과 단합을 첫 번째로 내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화합이 많이 이루어졌다.
화합과 단합은 우리 구성원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대학과 법인, 우리대학과 포스코의 문제이기도 했다. 우리대학과 포스코의 관계는 좋게 개선되어 포스코로부터 철강대학원과 국제관, 인화동편부지(1만 9천여평) 등의 많은 지원을 받았다. 매우 고마운 일이다.

우리대학과 법인의 경우, 몇몇 교수들은 총장이 법인에 너무 약하게 처신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철학은 싸워서 쟁취하는 것보다 대화와 설득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여하튼 법인이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여학생 기숙사 건립, 기숙사 냉난방 시설, 운동장 인조잔디 등 많은 지원을 해주기로 한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교수들은 내가 법인에 약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법인은 오히려 내가 교수들에게 너무 약하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연구비 감사와 관련한 K교수 건은 법리적인 문제보다 연구비 집행에 있어서의 윤리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연구비는 본인이 따왔어도 대학의 재산이다. 그 당시 S대갞대가 연구비 유용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언론이 우리대학을 주시하고 있었다. 연구비 유용 의혹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교수들의 연구비를 다 뒤지겠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대학과 많은 교수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취해졌다. 이 일은 우리대학의 윤리도덕성을 중시하여 벌여진 일이다. 즉, 엄격한 윤리를 세우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교원임면권은 교수들이 볼 때 20년 동안 총장이 가지고 있던 임면권을, 엄밀히 말해 총장에 위임했던 것을 현 총장이 법인에 환수시켰다고 해서 불만이 많았다. 대학의 자율권을 박탈하거나 축소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었으나 교수들을 설득시키지 못한 것은 총장의 힘이 부족했던 탓이며, 이러한 사태가 발생된데 대해 매우 죄송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 당시 시기적으로 좋지 않은 때라고 이사장님께 말씀드렸으나 그대로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갔다. 이 문제는 새로 취임하신 이사장님께도 말씀드렸다. 어찌되었든 제일 좋은 것은 정관에 총장에게 위임한다는 것을 다시 명기하는 것이다. 그것이 안 되더라도 새 총장이 오면 다시 총장에게 위임될 것으로 본다.

- 구성원들이 화합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구성원들이 화합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는 미안한데, 내가 좀 바빴다. AEARU 회장과 해외대학과의 교류협정, 북한과의 공동연구 등의 활동을 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가 없었다. 외국출장으로 북한과 중국을 자주 간 것은 우리나라의 앞날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쁘다보니 교수들과의 대화가 부족했다. 앞으로도 화합하려면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또 취임시 강조하셨던 세계적인 석학초빙 등 캠퍼스 국제화와 발전기금 모금 등 대학 재원 확보는 당초 계획했던 만큼 달성했는지?
세계적인 석학 초빙의 경우 철강대학원 등 일부분야에서는 이루어지고 있고, 물리학과 정상욱 교수와 Robert Laughlin, Peter Fulde 교수 등 석학교수를 초빙했다. 수학과의 경우 필즈메달을 받은 석학을 초빙할 가망성이 크다. 앞으로도 더 많이 모셔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별도의 교수 T/O를 마련해 놓았다.

발전기금의 경우 돈 걷는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 어려움 중 하나는 다른 많은 기업이나 개인이 포스텍은 포스코의 많은 재정지원이 있어서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재임기간 중 현금 42억원, 현물 43억원 정도가 들어왔다. 포스코의 900여억원은 제외한 것으로, 역시 우리는 포스코의 지원이 많다. 다행히 교수님들이 정부의 대형 국책과제 및 산업체 과제를 많이 유치해서, 매년 1,000억원 정도의 많은 연구비가 들어왔다. 그래서 사실 우리대학이 돈이 없어서 교육이나 연구를 못 하는 것은 없다. 또한 기술료 수입도 증가하여 2004년 1억 6,000만원이었던 것이 작년에는 6억원이 넘었다. 그리고 우리대학 최초의 학교기업인 NSB 포스텍이 잘되고, 동문들이 하루속히 돈을 많이 벌어서 대학에 많은 기부를 하게 되기 바란다. 발전기금은 앞으로 다음 총장이 많이 끌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돈 끌어오는 능력이 없어서… (웃음).

- 우리 학생들의 자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우리 학생들의 전문지식은 논할 필요가 없이 높이 평가한다. 들어올 때부터 우수한 학생들이 우수한 교수들 밑에서 교육을 받기 때문이다. 인성 면에서는 남을 더 배려하고 어른에 대한 존경심 등의 마음을 더 가졌으면 한다. 이번 어버이날 때 학생들이 대학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위해 많은 신경을 써줬는데,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총장으로서 학생들에게 감사한다. 사회성의 경우 남과 협동하는 활동과 팀워크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휴먼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전문가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기를 바라며, 가능하면 신앙을 갖는 것이 자기수양과 난관극복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항상 포스테키안임을 명심하며 자긍심을 가지고, 졸업 후에도 늘 모교를 사랑하는 동문이 되기 바라며, 세계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 원대한 꿈을 가지고 국제적인 감각을 갖기 바란다.

- 차기 총장에게 바라는 점은
비전 2020이 달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라고, 국제화에 대한 보완을 해주면 좋겠다. 또한 학제간 협력이 잘 되도록 대분야별로 그룹화하는 것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 즉 몇 개의 분야로 크게 나눠 바이오는 바이오끼리, IT는 IT끼리 모아서 그 안에 개별 연구소를 구성하는 등 같은 분야 연구소나 학과가 하나의 그룹을 만드는 것이다. SA 제도도 확대해 주기를 바란다.

또 재임기간 중 못한 것이 있다. 유능한 신진교수를 모셔오려면 기존 교수진의 개편이 필요한데, 이 때문에 명예퇴직 제도를 생각해왔다. 사실 명예퇴직제도는 부작용은 있으나, 신진교수가 올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드는 방법으로 추진할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 재임시 성과에 대해 학점기준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나는 미국에서 가르칠 때부터 학생들의 성적을 Grade로 주는 것보다 PASS/FAIL로 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PASS/FAIL로 치면 PASS라고 생각한다.

- 퇴직 후 계획은
세 가지 선택이 있다. 첫째, 완전히 은퇴해서 손자손녀를 보는 것인데, 가능성이 적고 아직 마음이 젊어서 그러진 않을 것 같다. 두 번째는 과거에 내가 가르쳤던 메릴랜드대의 Overseas 프로그램으로 복귀해서 갈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현재 내가 설립공동위원장으로 있는 평양과학기술대학에 가서 봉사하는 것이다.

사실 이북에 연고는 없지만, 1989년 중국과학원 심양계산기술연구소 초청으로 중국에 간 것이 계기가 되어 1990년 중국 교육성 초청으로 World Bank(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아 연변대학에서 한 달간 교수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게 되었다. 그때 국제현대물리학회가 열렸는데, 북한에서 5명, 남한에서 40명 정도가 왔다. 그 중 하나인 북한 과학원의 려철기 교수로부터 북한의 IT 분야 얘기를 들었는데 남한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에 독일에 1년 살 때 통일 전에 동독과 서독이 기술교류를 많이 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런데도 통일 후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통일되기 전에 IT 분야의 기술격차를 줄일까 해서 1990년부터 북한의 자료를 모으는 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마침 2000년 9월 김책공대와 평양정보센터에서 특강을 하게 되었는데, 평양정보센터 강연에 참석한 200여명의 젊은 연구원들이 정말 열심히 듣고 실력도 매우 좋았다. 그래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01년부터 지금까지 공동연구를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