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희망] 꿈꾸는 사람들의 땅
[새해 새 희망] 꿈꾸는 사람들의 땅
  • 이중배 동문
  • 승인 2007.0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스컴에서 개교 2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소식을 접하고는 나도 모르게 어느새 머릿속에 20년 전 겨울의 영상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면접과 논술시험을 보기 위해 긴장된 마음으로 난생 처음 포항 땅을 밟은 이래, 그 이후로 꿈같은 4년, 그리고 몇 해 지나서 또 한참 동안을 포항에서 머물며 그렇게 지나온 시간들이 말입니다. 당시 주변의 만류와 우려를 무릅쓰고 포항으로의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개교 20주년을 맞이한 지금의 시점에 그 선택이 이렇게 뿌듯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 뿐만의 감회는 아닐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입학했던 당시 첫해의 POSTECH은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약간은 어수선한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의 강당과 무은재기념관 위쪽으로 학생회관까지의 4개 공학동은 한창 건설 중에 있었고, 지금은 수목이 많이 자라 한여름이면 풍경이 꽤 괜찮지만 당시는 덩그러니 지어진 건물과 심어 놓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조경수들로 왠지 썰렁하기만 했습니다.
선배도 없고 후배도 없고 240여명밖에 안 되는 동년배 학생들은 대학의 수업방식에 익숙지 않아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이리저리 몰려다녔던 것 같습니다. 교수도 학생도 건물도 강의실 의자도 모두 처음이고 새것이었으며, 모두가 낯설기만 한 그 해였습니다. 사회적으로는 1987년 각 대학은 격렬한 시위와 투쟁으로 한참 몸살을 앓고 있었고, 그런 것조차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는 첫 축제인 해맞이 한마당으로 다른 대학의 낭만이라는 것을 어설프게 흉내 내려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렇게 내딛었던 첫 대학생활, 돌이켜보면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그때 그렇게 효자동 언덕의 작은 대학에 모여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슴에 커다란 꿈을 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어 노벨상을 타겠다고 꿈꾸던 이들은 아직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디선가 끊임없이 연구에 정진하고 있겠지요. 한국에 세계적인 공과대학을 이루고자 하였던 설립자의 꿈이 있었고, 고 김호길 총장님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석학들, 그리고 또한 훌륭한 과학도가 되겠노라고 달려온 여러 학생들. 모두가 하나같이 가슴에 커다란 꿈을 한아름 담고 이곳으로 모여들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꿈꾸는 사람들의 땅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과학기술의 초석을 다지고 한국 대학 발전을 선도하고자 했던 많은 뜻있는 분들의 집념과 의지가 이렇게 꽃피고 열매 맺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0년 동안 심고 다져진 그 꿈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라나고 가꾸어지고 있습니다. 비록 기업체에 몸담고 한켠 건너에서 모교의 발전을 바라보고 있지만, 항상 새로운 모험에 도전하고 맡은 바 분야에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라는 모교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원대한 꿈과 포부를 소중히 간직하며, 모교의 지속적인 발전을 더불어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