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학 총장 좌담회]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세계대학 총장 좌담회]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 정리 : 안준형 기자
  • 승인 2006.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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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대학 경쟁력 갖추려면 산업계 리더 배출해야
▲ 좌담회 모습. 좌로부터 박찬모 총장, 주칭스 총장, 버크하르트 라우흐트 총장, 오이케 가즈오 총장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우리대학 개교 20주년을 기념하여 동아시아연구중심대학협의회(AEARU) 총회 및 세계대학총장 포럼을 개최되었다. 행사 기간 중인 27일에는 경주 현대호텔에서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주제로 동아일보가 마련한 좌담회가 열렸다.
우리대학 박찬모 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좌담회에는 중국과학기술대 주칭스(朱淸時) 총장, 일본 교토대 오이케 가즈오(尾池和夫) 총장, 독일 아헨공대 버크하르트 라우후트(Burkhard Rauhut) 총장이 참석하여 각 대학의 발전 전략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편집자 주>


‘정상’에 오르기 위한 기초학문 양성도 중요



사회 : 교토대는 기초 학문이 강한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노벨상·필즈상 수상자만도 7명이나 된다. 교토대가 이처럼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은?

오이케 : 노벨상·필즈상과 같은 상을 수상하는 것을 산의 정상에 올라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상 정복은 그 밑받침이 되는 산 자체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교토대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초학문의 저변 확대를 통해 산을 쌓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교토대는 연구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학문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2004년 대학이 법인화된 이후 여러 분야에서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학문의 자유를 존중하는 전통은 이어나가려 하고 있다.


사회 : 아헨공대는 독일의 실용주의 교육 정신을 가장 철저히 지켜나가는 유럽 최대의 공과대학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개교 이후 긴밀한 산학협력 시스템으로 독일의 산업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학협력을 어떻게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는가?

라우후트 : 대학 연구진들이 산업계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자는 산업 현장에서의 경험이 있어야 산업계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정확히 알 수가 있다. 아헨공대의 경우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산업 현장에서 5~15년 동안 일을 하고 다시 학계로 돌아온다. 이 사람들이 정식 교수로 임용되어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결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연구소를 대학에 설립하는 것도 산학협력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대학 교수들이 기업 연구소의 장을 동시에 맡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산학연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사회 : 중국 정부가 과학 발전과 대학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소개와, 그로 인한 중국의 변화를 소개해 달라.

주칭스 : 현재 중국 정부는 2가지 중요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먼저 ‘211 작전’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작전의 목표는 21세기가 끝나기 전까지 중국 내에 100개의 우수 대학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연구중심대학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중국 정부의 계획은 ‘985’라는 것이다. 1998년 5월에 수립된 이 계획은 3류 대학의 질을 높여 1류 대학으로 만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수립된 후 중국 내의 과학기술대학들은 정부로부터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대학 캠퍼스에는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게 되었고, 교수겳П망便湧?급여도 많이 올랐다. 이로 인해 해외에서 공부한 우수한 재원들이 중국으로 돌아오는 일도 많아졌다.


사회 : 교육에서 인재를 발견하고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수인재 확보와 양성을 위해 특별히 강조하는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라우후트 :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는 홍보의 한 방편으로 재능 있는 학생들을 대학 강의에 초대한다. 또한 과학 트럭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고등학교를 방문하면서 실험을 보여주어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교수들이 고등학교로 찾아가 강의를 하기도 하는데, 다수의 고등학생들이 대학으로 찾아오는 것보다 소수의 교수들이 고등학교로 찾아가는 것이 상식적이다.
오이케 : 교토대에서는 정보의 교류를 도모하는 의미에서 열린 강좌(Open Course Ware,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에서 이뤄지는 강의를 공개함)를 장려하고 있다. 이는 미국 MIT의 한 교수의 소개로 시행하게 되었다. 또한 대학원생들에게 인턴십의 형태로 실제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쌓도록 하는 등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사회 : 한국 대학들의 교육투자비는 높지만 우수 인재 배출이라는 교육의 실질적 효과는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라우후트 : 대학은 학생들에게 학문의 소비자인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커리큘럼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을 단순한 엔지니어가 아닌 지도자로 육성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졸업생들이 산업계의 리더가 됨으로써 대학은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유명한 자동차 회사인 포르쉐의 CEO가 아헨공대 출신인데, 선배의 명성은 우수한 학생들을 아헨공대로 모으는 역할을 한다. 대학 경쟁력 확보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사회 : POSTECH은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아 Vision 2020을 발표하고,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하는 등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POSTECH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라우후트 : 뚜렷한 기준 없이 상위 20위 안에 든다는 것은 어찌 보면 막연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목표를 설정하는데 있어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하나, 아무리 우수한 교수겳П망坪?있다 하더라도 행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학이 발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하루하루 발전하는 대학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