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방사광가속기 10년 그후
포항방사광가속기 10년 그후
  • 강진은 기자
  • 승인 2004.12.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범국가적 공동 연구시설로 자리잡아···4세대 가속기 건설중 빔라인 23개·연간 이용자 1,300여명·총2,200여 과제 수행
1994년 12월, 국내 최초의 거대과학 프로젝트 포항방사광가속기가 7년 여의 준비 끝에 그 완연한 모습을 드러냈다. 최첨단 기술의 결집으로 광범위한 응용 및 파급효과를 창출하여 과학기술분야 국력의 척도로 인식되어온 가속기가 건설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가속기 보유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실로 한국 과학계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포항방사광가속기 건설은 1986년 우리대학이 설립될 당시 초대 총장이었던 고 김호길 박사의 깊고 오래된 염원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 국내 전문가가 전무하다시피 한 것은 물론 거대과학에 대한 개념조차 미미했다. 게다가 건설비와 기술, 이용자가 전무한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자금과 오랜 시간 투자를 요구하는 사업계획은 비난과 조롱을 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김호길 박사는 결코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정부와 기업, 전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을 설득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88년 4월, 젊은 과학자들의 열정과 박태준 설립이사장을 필두로 한 포스코의 지원에 힘입어 방사광가속기 건설본부를 발족시키며 본격적인 건설에 돌입했다. 지반조사와 설계 등으로 수년간을 준비한 끝에 91년 4월 착공하여 93년 9월과 94년 7월 건물과 저장링을 잇달아 완공, 94년 9월 시험가동 성공 이후 그 해 12월로 기나긴 단장을 마친 것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포항방사광가속기 준공 이후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가속장치 건설을 통해 확립된 여러 국산화된 기술은 핵융합장치, 양성자가속기, 의료용 가속장치 등의 건설에 활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방과학기술, 포스코의 공해방지시설, 풍력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시설개발 등 대형 산업기술개발에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더불어 불모지였던 국내 방사광 연구분야 역시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이용자 교육을 강화, 이용자 저변 확대를 토대로 꾸준히 빔라인을 증설한 결과 94년 당시 단 2기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 23기로 늘어났으며, 방사광 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자수는 연간 1,3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이제까지 수행한 과제가 총 2,200여 건이며 실험 인원은 8,515명으로, 이 또한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속기는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생명기술(BT) 등 광범위한 분야 연구에 활용되어 학계와 산업체에서 각종 성과를 내고 있으며, 네이쳐(Nature), 피지컬리뷰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어드벤스트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미국화학학회지(JACS) 등의 최상급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의 편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논문의 질적인 척도를 나타내는 SCI 중요도(Impact Factor)도 2003년의 경우, 3.4로 국내연구기관 중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발전에 힘입어 가속기분야제어학회인 ICALEPS(2003년 10월)와 아시아 가속기 학회(2004년 4월), 방사광연구분야의 최대 국제학술대회인 방사광관련기기학회(Synchrotron Radiation Instrumentation, SRI, 2006년 개최 예정) 등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행사들을 포항방사광가속기로 유치함으로써 국제적인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범세계적인 실험장치로 추진 중인 차세대 선형가속기사업의 국제 기술권장 토론회(International Technology Recommendation Panel)를 개최, 선형가속기 기술로 초전도기술을 적용하기로 결정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더불어 해외 과학 선진국들과의 협약을 통해 새운 시설을 건설하고 기존 시설을 개조하여 제3세대 방사광 시설의 국가적 용량 확충을 기하는 한 편, 미국·독일과 함께 제4세대 방사광원인 자유전자레이저(Free Electron Laser, FEL) 개발을 선두하며 보다 큰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제, 당장의 목표는 4세대 가속기다. 가속기 설계 당시의 선견지명으로 제4세대 가속기를 염두에 두고 선형가속기를 길게 건설한 덕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게 되어 보다 손쉬운 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인수 포항가속기연구소장(물리)은 “포항방사광가속기는 지난 10년간 꾸준한 발전을 해옴으로써 최첨단 연구분야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 연구 기반시설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며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성공적인 운영에 만족하지 않고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건설을 추진 중에 있으며, 지금까지 해외 과학 선진국들을 쫓아가던 연구에서 벗어나, 방사광 분야에서만은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건설을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선두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 소원들과 함께 노력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포항방사광가속기는 1994년까지의 건설기를 지나 지난 10년간의 운영기간을 통해 정착단계를 지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고 소장은 “이 기간 동안 가속장치의 운영 및 개발 기술의 고도화를 이룩하고 방사광 이용분야의 저변을 확대하였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것은 과학기술부의 과감하고 전폭적인 지원과 가속기 건설과 운영에 참여해온 포항가속기연구소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포항방사광가속기 건설은 20세기 한국과학사의 톱 10에 선정될 정도로 한국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큰 업적이었다. 이는 비단 방사광가속기의 활용의 측면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기술발전 전반에 미친 파급효과 면에서도 의미가 매우 큰 것”이라며 포항방사광가속기 준공 10주년에 대한 의의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