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과학 연구의 세계적 동향 - ITER, ILC
거대과학 연구의 세계적 동향 - ITER, ILC
  • 남궁 원 / 물리 교수 · 대학원장
  • 승인 2004.1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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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거대과학 프로젝트로는 국제핵융합연구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ITER)와 국제선형가속기 (International Linear Collider, ILC)를 들 수 있다. ITER의 경우 한국은 유럽,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와 함께 참여국이며, ILC의 경우 최근에 국제적인 의견 수렴이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이며 우리도 참여국이 되려는 시점에 있다.

국제핵융합 프로젝트 (ITER)

핵융합반응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인류의 궁극적인 에너지원임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서는 오직 강대국의 수폭개발에서만 성공하였고, 평화적인 이용에는 아직도 개발 단계에 있다. 중수소의 핵을 합쳐 헬륨 핵을 형성하는 간단한 원리이지만, 모든 핵은 양전하를 갖고 있어 서로 밀어내는 전기력이 문제를 어렵게 한다. 두 핵이 서로 접촉하려면 중수소핵의 운동에너지가 매우 커야한다. 달리 표현하면 중수소 온도가 섭씨 1~10억 도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초고온에서는 모든 물질이 기체와 다른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고온 플라스마를 수용하는 용기가 필요하고 또한 플라스마를 고온으로 올려야 한다. 지난 반세기동안 핵융합을 위한 용기와 온도를 올리는 연구에 많은 진전이 있었으며, 소련 학자들이 고안한 토카막장치가 가장 좋은 결과를 보여 주었다. 냉전시대를 정리하던 1985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초프 공산당서기장은 아이스랜드 수도인 레이카빅크에서 핵융합의 공동연구에 합의하였고 유럽연합과 일본이 참여하여 ITER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소련의 체재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ITER 프로젝트는 미국, 일본, 독일에 센터를 운영하여 연구개발과 설계를 진행하였다. 15년의 시간과 15억 달러를 투자하여 모든 준비를 마무리한 시기인 2000년에는 러시아가 아직 안정되지 못하고,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변경으로 ITER에서 탈퇴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편 일본,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는 자국에 ITER의 유치를 희망하는 복잡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렇게 곤경에 빠진 ITER 프로젝트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든 것은 한국과 중국이었다.

우선 중국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에너지 정책에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미래의 에너지개발인 핵융합연구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장처면 주석은 허페이 소재 핵융합연구소를 방문하고, 이 분야는 절대로 한국에 뒤지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에 중국은 ITER에 공식으로 가입의사를 표명하였고, 부시 행정부는 30-40년 이내에 에너지원을 확보하겠다는 정책의 변경으로 ITER에 재가입하게 되었으며, 마지막으로 한국이 가입하여 상황이 급전하였다. 2003년 전반 6개월 간에 벌어진 사건이며, 일본과 유럽 중에서 유치국이 40%, 패배자가 20%, 그리고 미국, 한국, 중국, 러시아가 각기 10% 로 분담하되 각자가 원하는 분야의 현물을 제공하는 형태의 협상이 마무리 되었다.

그런데 2003년 12월까지 결정해야 하는 유치국 결정에서 다시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일본을 지지하는 한국, 미국과 프랑스를 지지하는 중국, 러시아로 진영이 양분되어 또 다시 결정을 연장하게 된 것이다. 양 측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이며, 현재 미국 대통령선거결과가 교착 상태를 해결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장래의 에너지 확보는 모든 국가의 국운과 직결되며, ITER를 거처야 상용화 프로그램을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원자력기술의 자립과정에서와 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세계 첨단 기술을 초기에 확보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ITER 건설비용은 50억 달러(약 6조원), 건설기간은 10년, 운영은 15년 이상으로 계획한다. 한국은 ITER 본체의 조립완성에서 최종 책임국가이다. 그리고 연료부분과 전원장치에서는 주도국이며 초전도체공정 등 모든 부문에 참여 분야가 확정되어 있다.

국제선형가속기 (ILC)

입자가속기는 새로운 원소의 발견을 비롯한 20세기 과학기술을 선도한 기초과학연구 설비로써 특히 고에너지 물리학연구의 기본실험설비이다. 현재 우주의 기본원리 규명에 최대 관심사는 힉스(Higgs)입자의 발견과 초 대칭이론 (Super Symmetry)의 실험적 증명이다. 학계는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지난 20여년간 입자가속기건설을 추진하였는데 미국(NLC), 유럽(독일의 TESLA), 일본(GLC)이 각기 다른 기술을 채택하였다. 공통점은 가속기의 형태가 원형이 아닌 직선이며, 입자는 전자와 양전자(전자의 반물질로서 질량은 전자와 같으며 양전하를 갖는다)이고, 정면충돌에서 5,000억 내지 1조 전자볼트의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 포항선형가속기가 25억 전자볼트 급이므로 25배 정도 큰 규모라고 상상하면 되겠다,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35~40km의 전자가속기와 양전자가속기가 필요하며 이를 국제선형가속기(ILC) 프로젝트라 한다.

미국의 경우 이를 중장기계획 중에서 최우선 순위에 선정하고 있으며 건설경비가 50~70억 달러(6조~8조원)로 추정하여 개별 국가 또는 지역차원의 프로젝트가 아니고 아시아, 미주, 유럽지역이 공동으로 추진하기에 이르렀으며 따라서 ITER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시작은 ITER보다 먼저이지만 국제공동추진체계 형성이 늦은 셈이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유치희망국이고 미주에서는 미국이 유치를 원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이 두 기구를 유치해야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최근에 3지역 대표 12인으로 구성된 국제기술추천위원회(ITRP)가 객관적인 조사 분석을 통하여 유럽(독일)이 추구하는 방식인 초전도체 선형가속기(Super-conducting Linear Accelerator) 방식을 추천하고 학계는 이를 채택하였다. ITRP의 최종회의는 지난 8월 포항가속기연구소와 경주현대호텔에서 진행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으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KSTAR 책임자인 이경수 박사가 ITRP위원이며, 경북대 손동철 교수(ICFA 위원)와 필자(ILCSC 위원)가 ILC 프로젝트 추진에 기여하고 있다. 이제 ILC는 새로운 설계본부 구성과 상세설계를 진행시키고 이를 지원하는 지원체제 구성을 국제기구로 추진하며, 우리 정부도 기초과학육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ITER와는 달리 초기단계에서부터 참여를 추진 중이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탁월한 선택

포항가속기연구소 설립 당시 우리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거론되었었지만 결국 선형가속기를 선택하였다. 그 결과 미국, 일본에 이어 제3위의 대형 전자선형가속기를 운영하게 되었고, 이를 활용하여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최소의 비용과 기간에 건설할 여건을 구비한 것이다.

또한 ILC와 같은 프로젝트도 고려하여 일본과 함께 아시아지역의 프로젝트인 GLC의 연구개발에 일익을 담당하게 되었다.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ILC 관련 연구개발의 결과를 활용한 부산물로 간주하며,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1988년의 포항선형가속기는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그리고 국제선형가속기로 이어지는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포항방사광가속기 건설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겠다. 언급한 바와 같이 당시 선형가속기는 보편화되지 않아서 국제자문회의는 이의를 제기하였다. 이에 고 김호길 박사는 건설경비가 같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추천을 받았고, 학계와 후원자인 포항제철에게는 기본계획변경의 정당성을 향후 자유전자레이저(FEL)와 고에너지물리학 실험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하였던 것이다.

당시에는 보편화 되지 않은 방법을 채택하며 먼 훗날을 생각한 지도자의 용단이 후일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과 유리한 입장을 제공하였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라 하겠다.

국제선형가속기 프로젝트와 같은 순수기초과학연구는 단순 경제논리에 입각한 투자 정당성 확보가 어렵다. 그러나 정부차원에서는 기초과학연구에 소요되는 다량의 소액장비는 개인연구실에 보급해야하고, 고가장비는 지역별로 보유하거나 국가공동이용설비로 해결한다. 그 보다도 더 많은 비용이 요구되는 설비는 국제공동으로 추진하여 우리 과학자들에게 국제적으로 최고의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한편 우리의 능력과 경제규모가 국제적으로도 수준급에 진입하여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참여를 요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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