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세계가 주목한 생명공학연구의 획기적 업적
[집중취재] 세계가 주목한 생명공학연구의 획기적 업적
  • 황정은 기자
  • 승인 2004.0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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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문신용 교수팀 배아 줄기세포 유도 성공
지난 주 황우석(서울대 수의학), 문신용(서울대 의학) 박사가 이끄는 국내 연구진(이하 황교수 팀)이 난자를 이용한 인간 체세포 복제와 배아 줄기세포 유도에 세계 최초로 성공하는 개가를 올려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논문은 Science 인터넷 판에 게재되었고, 2월 13일자 Science 인쇄판에는 논문을 소개하는 기사만이 실렸다. NYT, BBC 등 전세계 언론이 황교수 팀의 성과를 대서특필하고 학계에서는 연이어 놀랍다는 반응을 쏟아내는 등 황교수 팀은 이번 성과로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본지에서는 Science에 실린 논문과 해설기사 원문을 통해 국내 일간지에 보도되지 않은 연구 과정에서의 이야기들과 성과의 의의를 다루었다.

이 논문이 주목받는 이유
황교수 팀은 사람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Cumulus Cell’이라는 난소 세포의 핵으로 치환하는 체세포 복제 방법으로 배아를 얻어냈고, 이로부터 배아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배아 줄기세포는 다양한 장기나 조직으로 분화될 수 있으며, 따라서 파킨슨병, 당뇨병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데 혁신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또, 자신의 체세포를 복제하는 방법이므로 수정란 줄기세포를 사용하는 기존방법의 부작용인 면역 거부반응이 없다. 게다가 수정란을 죽일 필요가 없어 윤리적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된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리라는 것은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였고 세계의 수많은 연구진들이 먼저 성공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는데, 황교수 팀이 그 경쟁을 뚫고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영장류 복제의 벽 뚫었다
지금까지 체세포 복제 및 배아 줄기세포 추출이 양, 소, 쥐를 비롯한 여러 포유동물에서 성공했지만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에서는 실패를 거듭해왔다. 영장류에서는 핵을 뽑기도 쉽지 않았고 체세포 핵을 성공적으로 난자에 주입시켜도 이상이 생겨 4세포기를 넘기지 못하고 발생을 멈추었다. 이 때문에 최근 학계에서는 영장류로는 불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었다. 그러나 황교수 팀은 가는 유리관으로 흡입하여 핵을 뽑아내던 기존의 방법 대신 세포에 흠집을 낸 다음 세포를 짜서 핵이 그 틈으로 나오도록 하는 방법을 개발해 이 장애물을 넘었다. 왜 흡입하는 방법으로는 안되고 짜내는 방법으로 되는지는 앞으로 연구할 과제로 남았고, 황교수 팀은 경험을 통한 중요한 노하우를 쌓은 것이다.

복제와 추출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황교수 팀은 16명의 여성에게 호르몬을 투여, 난자가 과다 배출되도록 하여 242개의 난자를 얻었다. 많은 난자의 개수 덕분에 다양한 방법과 배양액을 시도해볼 수 있었고 이 중 최고의 ‘요리 비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66개의 난자가 복제에 성공했고 이 중 19개가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배반포(blastocyst)로 발생했다. 이는 쥐나 소에 비하면 낮은 성공률이지만 로슬린 연구소의 Ian Wilmut 박사는 “이 분야에서는 희망적인 성과”라고 평했다. 그러나 태반이 될 세포들을 제거하고 태아가 될 세포만 분리하여 배양하는 방법으로 시도한 줄기세포 유도로는 단 하나의 줄기세포주를 얻는 데 그쳤다. 이는 영장류 복제에서 흔히 나타났던 염색체 이상 때문으로 보인다고 황교수 팀은 추측했다.
MIT의 Rudolf Jaenisch박사는 “복제에 의해 줄기세포가 유도된 것이 맞겠지만, 모든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난자가 처녀생식을 통해 배반포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처녀생식은 수정되거나 체세포 핵으로 치환되지 않은 난자가 배아로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황교수 팀의 성과가 무효화될 수도 있다. 황교수 팀은 이러한 가능성을 체크하기 위해 모계와 부계의 대립형질을 확인하였으나, Rudolf 박사는 “그 결과는 처녀생식이 아님을 뒷받침 해주지만 확증해주지는 못한다.”라고 말했다.

연구 허용범위, 윤리성에 대한 논쟁 촉발
유럽과 미국 언론들은 이같은 연구가 복제 인간 탄생을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자국의 성과가 늦은 것은 배아 연구에 대한 지나친 규제 때문이라고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황교수 팀이 만든 복제 배아가 복제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시민·종교단체가 윤리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착상 과정은 없었고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에게 아무런 보상없이 난자를 기증한다는 서면 동의를 받았으며 연구 목적이 난치병 치료였기 때문에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된 생명윤리법에는 저촉되지 않는다. 황교수는 2002년 우리 학교 바이오 포럼에서 “체세포 복제는 아주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일이라서 한국인에게 유리한 분야다. 손놀림이 섬세하지 못한 외국인들에게는 우리의 노하우를 다 가르쳐줘도 따라하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복제 연구는 많은 설비를 요구하기 때문에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급진적인 과학자가 이 논문을 참고하여 악의적인 목적으로 몰래 복제 인간을 만들 가능성은 아직 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