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졸업을 맞이한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오늘 여러분의 졸업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있습니다. 여느 졸업과는 달리 새 천년의 첫 졸업식이란 의미가 담겨져 있고 또한 여러분은 20세기에서 받은 교육으로 21세기의 불확실한 미래를 해쳐나가는 최초의 졸업생이 된 것입니다. 졸업이 갖는 의미도 지난 16년 이상의 기나긴 교육의 여정을 마감하고 여러분은 여태껏 학문의 수강생이었으나 지금 이후부터는 배운 지식의 전도사로서 개인, 가족, 사회 그리고 국가를 위해 열심히 터득한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고 봉사하여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는 인식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앞으로 여러분 앞에 전개될 세상은 분명히 예전과 달라지리라고 예견합니다.

돌이켜보면 과거 우리의 인류역사가 기술환경에 크게 좌우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기술패권주의의 역사도 고대로마로부터 산업혁명에 힘입은 영국의 팩스 브리타니카(Pax Britanica)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서 교통, 통신기술, 대량생산체제에 이어 정보통신분야에 앞장서고있는 미국의 팩스 아메리카(Pax America)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 추세는 21세기에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과학기술을 앞세운 독일, 일본의 경우는 잘못된 운용으로 국가가 패망을 하는 수모도 겪은바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국가의 성쇠를 가늠하는 현대에는 각 나라가 기술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으며 과거의 우방도 과학기술에 관한 한 적대국이 되는 현실에 놓여있음을 여러분은 잘 알아야 하겠습니다. 따라서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나 국가의 의존도가 점차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현대과학기술의 특징으로는 과거 기초과학 과 응용기술로 분리되었던 간격이 점차 좁아지고 있어 연구와 개발이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으며, 과학기술이 더더욱 전문화 세분화가 돼가면서도 시스템화가 요구되고 과거와 달리 과학기술 변화와 발전의 속도가 급속히 가속되고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과학기술로 선진국대열에 있는 나라들이며 중국은 무진장한 노동력과 거대시장으로 패권국가로 부상할 요인을 갖추었다 봅니다. 거기에 반해 우리 나라는 과학기술, 시장성, 그리고 경영혁신 측면에서 낙후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을 익힌 여러분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빈곤정신과 우리들이 갖고있는 고유의 투지로 우리는 오늘날의 남부럽지 않은 한국을 일구어 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에 첨가해서 창의적 아이디어와 우리만의 국적 있는 고유기술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여러 졸업생들의 오늘은 단순히 센티멘털한 예식으로가 아니라 각오를 다짐하는 자리이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몇 마디 부탁의 말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가 인성입니다. 세기가 바뀌고 주위환경이 바뀌어도 인간사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됨됨입니다. 세계는 시간이나 공간적으로 좁아지면서 인간집단은 핵화가 심화되고 근래에 들어 정보화로인한 개인주의의 팽배와 인성의 메마름이 정보지식의 속도만큼 급속화 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발생하는 이원적 구조 속에 살고 있습니다. 문명의 발달이 환경의 황폐화를 가속시키고 있는 것도 한 예라 하겠습니다. 여러분 각자는 앞으로 학문이나 지식이 넓고 깊을수록 겸손된 덕목과 걸 맞는 인성을 갖추기를 부탁하며 이것이 삶의 비결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려주고 싶습니다. 둘째는 앞으로 나아갈 자기인생의 지도를 그려보길 부탁합니다. 우리는 먼길을 떠날 때 지도를 펴보고 목적지까지를 계획합니다. 무작정 떠나는 여로에는 항상 예기치 못하는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지금서부터 앞으로 여러분의 인생을 한번 계획하여 보길 바랍니다. 평범한 인생의 성공은 그것이 돈을 조금만 벌더라도, 그리고 명성을 적게 내더라도 내가 계획한 코스를 따라 무난히 내가 계획하고 추진하였던 바대로 목적지에 도달하면 성공적인 삶이라 봅니다. 여러분의 경우 야망찬 인생항로의 설계를 곧바로 해보십시오. 노벨상 수상자들을 살펴보면 보통 20대 중반 전후에서의 아이디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을 통계적으로 보는데 여러분의 연령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도 일깨워주고 싶습니다. 끝으로 여태껏 긴 여정에 여러분에게 도움을 준 부모님과 형제자매, 스승님, 친지, 그리고 사회와 국가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보답할 수 있는 자세로 살아가길 부탁하는 바입니다.

포항공대 가족 일원으로서의 긍지와 야심찬 희망을 갖고 새로운 미래에 도전하는 여러분 앞날에 신의 가호가 항상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