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200호를 맞는 포항공대신문의 다짐
지령200호를 맞는 포항공대신문의 다짐
  • 김정묵 기자
  • 승인 2003.11.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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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 200여개 대학 대다수가 대학신문을 발행하고 있습니다만 발행주체와 재정지원 뿐만 아니라, 편집방향과 학내외적인 역할 등 모두가 제각각입니다. 이는 대학마다의 특수한 환경에 따른 것이기도 하겠지만 시대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많은 고민과 실험,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이 대학신문 고유의 특성이자 나아가 그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신문들이 처한 시대와 환경은 큰 난관으로 보입니다. 사회와 학생 지성들에 대한 명확한 역할론과 사명감으로 대학신문의 전성기를 맞이하였던 민주화와 학생운동의 시대를 지나, 사회는 후기 민주화 시대로 접어들어 학생 집단이 아닌 사회가 함께 발 맞춰가는 운동으로 걸음을 계속해 나아갔고 대학사회는 사회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을 벗고 대학문화의 다양화와 대중화를 향해 급속히 달렸습니다.

연이어 찾아온 디지털 혁명은 더욱 큰 변화입니다. 활자가 매체의 전부이던 시대에서 일상 생활 전체가 매체가 되어버린 시대에 대학신문의 역할과 기능은 초라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이같은 고민에서 포항공대신문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만, 포항공대의 대표 언론매체로서의 포항공대신문의 고민과 현실이 만나는 교차점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선 학내 공론화의 장으로서의 역할이 있을 것입니다. 국내 최초의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숨가쁘게 달려온 17년, 이제는 기존의 문제의식 위에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이 제시되어야 할 때임은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으로 잘 정제된 대학 조직 내에서도 많은 시간을 지나오면서 얽힌 이해관계와 인식의 간극 차가 상당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번 보여졌습니다. 따라서 대학의 새로운 비전은 개교 초기와 같은 강력한 리더쉽에 의해 제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 간에 현실 인식과 문제 의식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이에 근거한 토론과 합의에 의해서만이 제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공론화를 위해서는 전체 구성원들에게 폭넓은 접근성과 함께 정제 과정을 통한 논의의 심도, 그리고 활자를 통한 명백한 선언성을 지닌 포항공대신문이야 말로 적합한 매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인 포항공대의 학내 과학저널로서의 역할이 있을 것입니다. 과학기술 각 분야는 점점 더 다양한 방향으로 더욱 깊이 발전해 나가고 있는 한편으로, 이러한 성과물들을 연결하여 아이디어를 얻고 새로운 결과물들을 창출해 내는 것 또한 크게 강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학내 연구자들 간에 학문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교류의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알리고 공유할 수 있는 장으로서 역할할 수 있는 것 또한 포항공대신문일 것입니다.

학내에 국한된 역할에서 더 나아가 과학기술의 사회적 논의를 이끄는 담론 생산지로서의 역할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 과학기술 발전의 영향은 기존의 산업ㆍ경제적 변화와 발전을 불러오는 것을 넘어 철학, 윤리, 문화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것을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과학기술계를 이끌어나가는 위치에 있으면서 동시에 학문과 지성의 장인 대학으로서 포항공대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사회적 담론 형성을 위한 가치 판단, 사실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이를 위해 사회의 다양한 시각차를 담아내며 논의의 주제를 제시하는 것 역시 포항공대신문만이 할 수 있는 과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5년, 200호의 신문을 내면서 그래왔듯이 포항공대신문은 항상 고민해 나가고 소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포항공대신문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들과 독자 여러분들의 깊은 이해와 관심,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포항공대신문이 포항공대와 독자 여러분들을 위한 신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참여와 따끔한 질책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