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특집] 박찬모 총장과 신임 보직자에게 듣는다
[취임 특집] 박찬모 총장과 신임 보직자에게 듣는다
  • 김정묵 기자
  • 승인 2003.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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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대학으로의 도약 위한 기반 임기내 완료하겠다
‘선택과 집중’ 구체화, 응용분야 연구 지원 등에 주력

- 재임기간 중 우리 대학은 개교 20주년을 맞게 된다. 제 4대 총장으로서 중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우리대학은 한국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개교하여 포스코의 도움과 탁월한 교수진,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는데 성공하여 세계 유수 대학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성장하였다. 이러한 성장을 공인받기 위해서 ABET(미국공학교육인증원)의 인증을 받도록 구상 중이다.

이와 함께 대학 구성원들 간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내어서 침체된 학내 분위기를 일신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계를 이끌어가는 분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개교 20주년과 동시에 개관할 수 있도록 국제관 건립계획을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 국제 규모의 학술대회를 치룰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한편, 교수들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에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이러한 사업들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들, 특히 교수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이러한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구성원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기 위해 지난 9월 5일 생명과학과를 시작으로 각 과를 방문하여 교수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수렴하는 중에 있다. 이처럼 총장실뿐 아니라 학내 여러 곳에서 대학 구성원들을 직접 만나는 발로 뛰는 행정을 펼쳐나갈 것이며 이의 일환으로 총장 공관에 입주한 후 많은 구성원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만들려고 한다.

- 일련의 총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재단과 학내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해결할 방안은

재단과 교수들 간의 갈등은 서로 간의 이해와 대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총장이 중재자, 화해자 역할을 하겠다. 한편 이러한 갈등이 불거진 원인인 총장 선임제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총선위가 규정에 입각한 선임 절차를 거쳤지만 교수들 입장에서 선 뜻 받아들이기 힘들만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은 총장 선임 기구의 이원화가 큰 원인이라 생각된다. 교수들과 이사들이 함께하는 일원화된 search committee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더욱 나은 선임제도가 되도록 여러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재단 이사회에 건의하고자 한다.

- 외부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성장 정체감과 위기감이 학내에 퍼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학내의 위기의식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와 함께 기회도 우리에게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와 같이 가능성 사고(possibility thinking), 힘든 일이라도 해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임해야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이끌어가는 교수들의 역량과 대학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애정이 크기에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성장 정체감에 대해서는 교수 정년 보장이 원인이 아닌가 하는 진단도 있다. 그러나 정년 보장은 교수들의 학문적인 활동을 더 자유롭고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 대학 발전을 지원할 재정 확보 방안은

현재 재정을 단기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이고 다른 하나는 포스코 연구비 수주이다. 정부 프로젝트의 경우, overhead 비율이 5~15%에 불과해 대학 운영에 필요한 적정 overhead 비율인 29%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정부 시책에 부합하는 과제 수행은 재정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도 중요하므로 overhead 비율을 높여 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대형 과제 수주에 나서겠다. 금년에도 차세대바이오환경기술연구센터(ERC)와 신기술융합사업에 선정된 데 이어 지능 로봇, 나노, 연구개발 클러스터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포스코 민영화로 예전과 같은 전폭적인 지원은 많이 어려워진 현실이다. 그러나 포스코 역시 R&D만이 유효한 장기 전략임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포스코의 장기적인 발전 전략에 발맞추는 응용 분야의 활발한 연구를 통한 연구비 확보에 관심을 가지겠다.

기부금 수입의 경우, 국내 경기 침체로 대기업조차 어려운 상황이라 전망이 밝지는 않지만 사회적인 기부 문화 확산과 동창회를 통한 기부금 모금에 기대를 걸고 있다.

- 연구지원정책의 방향은

한정된 자원을 가진 상황에서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현재 우리 대학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BT 분야이다. 포스코의 발전 전략과도 맞물려 있으며 생명공학연구센터 개관과 연구 성과를 상용화할 창구도 마련해 놓는 등 상황이 아주 좋다.

그리고 학제간 복합 기술(Fusion Technology)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과학 기술의 발전 방향과도 일치하고 정부의 시책에도 부응하는 방향이다.

한편으로는 바다에 면해 있는 우리 대학의 환경을 고려하여 해양환경 분야와 역시 복합 연구 분야인 지능 로봇 분야와 의공학 연구와 연계된 의료 분야 등도 긍정적으로 고려 중이다.

큰 틀에서는 학문적인 우수성(Academic Excellence)의 추구 위에 응용 분야의 실용 기술 개발, 국가 성장 원동력 사업에 부합하는 노력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 연구중심대학에 걸맞는 탁월한 교수진을 확보할 방안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 위치한 대학이라는 것은 우리대학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인 동시에 교수진 확보에 어려움으로도 작용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주 훌륭한 여건을 제공하는 수 밖에 없지 않나 하고 생각된다. 지금과 같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국내에서 가장 앞서 있는 연구 시설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석좌 교수의 초빙을 이뤄내고자 한다. 기존의 국내에 일반화된 석좌 교수와 달리, 선정된 분야에서 정말 세계 최고의 석학을 초빙하여 대학의 명예와 학문 연구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일반 교수를 초빙할 때도 외국인 교수도 모셔올 수 있도록 하겠다.

- 이공계 전반의 침체된 분위기에 대한 대처는

이공계 기피 현상은 정책적인 큰 실책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다. 우리 나라가 참고해야 할 것은 중국이다. 중국의 경우, 국가 최고 지도자 이하, 지도부의 70%가 이공계 출신이다. 국내 기성 관료 집단의 반발이 있겠지만 정부의 노력을 기대하고 이공계인들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기업체에서도 의사 결정권 그룹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MIT가 학부를 5년으로 늘여 경영을 가르치고 있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어릴 때부터 과학기술자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고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들의 경원감을 없애는 데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 2001년부터 통일 IT포럼 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남북한 학술 교류의 전망은

통일 IT 포럼 회장직은 총장 직무에 충실하기 위해 후임자에게 넘겨줄 생각이지만, 통일 비용과 통일 이후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학술 교류, 특히나 IT 분야의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IT 분야에서 대학으로서는 최초로 북한과 공동 연구를 수행했고 현재도 수행 중에 있다. 최근에는 북한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김책공대와의 공동 연구를 추진 중에 있다. 인적 교류와 병행하는 학술교류도 전망이 나쁘지 않다. 지난 4월 김책공대에서 미국에도 연구원을 파견한 예가 있다. 활발한 교류를 위해 많은 신경을 쓰겠다.

- 교육 정책에 있어 역점을 두고자 하는 방향은

교수들이 연구에 많은 신경을 쓰다 보니 학부 교육에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단순히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이 아니라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교육, 곧, 도덕성, 결단성, 창의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인성 교육과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갈 수 있는 영어 교육에도 신경을 쓰겠다. 대학원의 경우, 활발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며 분야에 따라 대학원생 수 조정 등을 검토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