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위ㆍ총추위 이원화된 제정 취지 퇴색, 제도 정비 목소리 커져
총선위ㆍ총추위 이원화된 제정 취지 퇴색, 제도 정비 목소리 커져
  • 박종훈 기자
  • 승인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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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대 총장 선임이 지연되며 전례없는 1년 여의 총장대행체제를 겪은 결과가 결국 박찬모 총장직무대행이 총장직에 선임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교수 평의회를 통해 수렴되었던 ‘외부의 인사로, 되도록이면 젊은 인물의 총장 내정’이라는 학내의 의견과 완전히 배치되는 결과를 맞은 것이다.

총장 후보군의 고갈과 장기 총장공석 사태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이유가 총장선임위원회의 공식 입장이지만, 이사회의 부족한 능력과 의지를 탓하며 결과를 수긍하지 않는 일부 학내의 분위기와 선임과정이 지연된 데 대한 루머와 추측이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학 존립에 가장 우선시되는 사안인 총장 선임에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학내의 갈등을 유발하는 몇 가지 주요한 요인들 중의 하나로 총장선출 관련 규정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이번 총장선임결과 이후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 대학의 총장선임제도는 학내 교수들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과 이사회가 구성한 총장선임위원회의 총장후보 제청이라는 이중적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총장선임에 관한 권한을 대학과 재단이 절충한 상태이다. 우리 나라 대학의 총장선임이 많은 경우 교수 직선으로 진행되고 총장선임이 출신ㆍ학연에 따라 파벌이 조성돼 무책임한 공약의 남발과 과열 경쟁으로 얼룩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우리학교가 총장추천위원회를 투표로 선출하여 후보의 선정을 맡기고, 재단 이사회 측에서 구성한 총장선임위원회에 총장의 선임을 맡기는 제도는 이상적인 대안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총장 선임 과정에서 총선위가 최초 총추위에서 올린 세 명의 후보 모두를 총장으로 모셔오는 데 실패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되면서 우리 대학의 현 총장선임 규정이 내재하고 있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총장선임규정 중 2001년 7월 13일자로 개정된 제 7조 3항의 ‘필요시, 총추위에서 추천한 총장후보자 이외의 인물을 추가추천’의 기능을 총선위도 가지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총추위의 고유기능이 퇴색해버린 것이다. 이 규정이 총장선임과정상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예외적 보완 규정이라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총장 선임 과정에서는 총추위의 입장을 외면하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즉, 총선위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규정의 해석에만 따르면 총추위의 위상이 단순히 후보 물색 작업을 위한 Search Committee 정도로 격하되어 대학 구성원의 의사반영의 폭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그리고 총장선출에 있어서의 학내 구성원의 권한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가져올 이러한 규정의 변경 사실이 학내에 공론화되지 못하고 근 4개월이 지난 후 총장추천위원회의 활동 과정에 이르러서야 밝혀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난 5월 19일 총선위가 새롭게 구성되어 활동을 재개하면서 총장후보자 물색이라는 총추위 기능까지 겸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또한 총추위의 추가 후보 추천을 거부하여 총추위의 의사를 반영하는 ‘형식’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총장 선임에 있어 현재의 박찬모 총장 내정자의 결정에 대학 구성원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총장선임과정은 2001년 9월 13일에 개정된 규정 제 7조 3항에 의해 적법한 과정으로 인정 받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총장선임규정은 우리 대학이 지향해온 총장선임 철학을 뒷받침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총장추천위원회의 위상 격하로 구성원의 의사반영 권한을 축소시키는 결과가 된 이상 시급히 정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러한 관련 규정의 정비로 총추위와 총선위의 관계가 제자리를 찾는다 하더라도 이번 총장선임사태와 같은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현재의 총장선임방식으로는 총추위가 추천한 후보가 현실적 문제 등의 이유로 선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이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내 교수로 이루어진 총추위가 추천한 후보를 이사회 측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총선위가 다시 심의해 선임하는 지금의 ‘옥상옥’ 형태의 선임과정은 단일화된 총장선임위원회를 구성해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에 비해 한계가 있다. 이러한 선임과정으론 학내의 의사를 대표하는 총추위의 후보 선정 기준이나 의도를 총선위가 제대로 이어받기 힘들 뿐만 아니라 단일화된 총장선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에 비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총장선임에 대한 이사회와 학내 구성원의 권한과 책임관계를 명확히 하여 총장선임 업무의 차질을 없애고 이와 관련한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형태로 총장선임과정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학내 구성원 중 교수들의 의사만이 총장선임과정에 반영되는 점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많은 경우 외국의 대학에선 이사회, 교수, 학생, 동창회 등으로 구성된 총장선임위원회를 구성하여 총장을 선출하며 일부 학생의 총장불신임권을 인정하여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해 놓기도 한다.

이번 선임 과정상에서 외부총장 초빙 실패하고 총장선임기한을 넘기는 등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사회, 그리고 학내 구성원간의 합의와 신뢰로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총장추천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이 결과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총장선임규정과 현재의 총장선출방식이 오히려 갈등과 오해의 원인이 되었다는 목소리가 크다.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대학의 발전을 일구어내기 위해서는 총장선임과 관련한 규정의 정비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