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포항공대에 바란다] 으뜸가는 대학으로 군림하기를
[2001년 포항공대에 바란다] 으뜸가는 대학으로 군림하기를
  • 임 관/삼성종합기술원 회장, 전 한국과학기술원 원장
  • 승인 200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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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가 시작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가 희망하고 소원하는 것이 많이 있을 줄 압니다만, 과학과 기술이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게 된 오늘날 우리의 공통 희망사항 중 하나는 아마도 우수 과학ㆍ기술자의 확보일 것입니다. 이러한 국가적 차원의 인력자원 개발을 위하여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연구중심대학의 육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우 연구중심대학은 현시점에서 10개 이내 정도가 적합하다고 생각되며, 그 이상은 우리나라의 지적, 물적자원의 한계를 초과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고교졸업자 수를 년 600,000명 정도로 보면 그 중에서 1,000명 중에 1명 정도 태어나는 영재의 수는 년 600명에 불과할 것이며, 100명 중에 1명 정도의 우수한 학생까지 포함해도 년 6,000명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 중에 이공계 지망학생이 약 50% 정도라고 보면 이 Brain Pool의 크기는 년 3,000명 정도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년 1,000명 정도의 이공계 신입생을 입학시키는 연구중심대학이 우리 나라에 3개만 있으면 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며, 이와 같은 근거에 의거하면 연구중심대학은 10개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연구중심대학의 수를 늘리는 것은 재정적 한계에 부딪칠 뿐 아니라 그러한 대학에서 공부할 자격을 갖춘 학생의 수도 한정되어 있으므로, 합리적인 정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연구중심대학의 수는 10개 이내로 제한하고 우선 2∼3개의 최우수 연구중심대학에 대하여는 예산을 파격적으로 지원하여 하루 속히 세계 수준의 본보기로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이들로 하여금 타 대학의 향도적(嚮導的) 역할을 맡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1970년대에 한국과학기술원을 설립하여 이로 하여금 한국의 이공계대학원 교육발전에 항도적 역할을 수행케 하였습니다. 이제는 포항공대, 한국과학기술원, 서울대학 등이 한국 대학의 선봉으로서 세계적 수준에 도전하며 한국의 연구중심대학 발전에 향도적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 개발도 사람이 하는 것이니 만큼 연구중심대학은 학생들의 창의력 배양에 초점을 맞추어 달라는 주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가설을 세우고, 모형화하고, 실증하는 연구의 Process에서, 가설을 세우는 단계에서부터 창의성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여지가 없습니다. 기업체에서도 이러한 창의력을 기본으로 한 인력이 있어야 비로소 기술의 한계돌파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포항공대가 많은 국내 사립대학들 중의 리더로서 하루 속히 세계 굴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군림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지식기반사회로 진입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