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바란다] 학생-지금보다는 미래를 생각하자
[2001년에 바란다] 학생-지금보다는 미래를 생각하자
  • 김강식 / 총학생회장, 화공 3
  • 승인 200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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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상일들이 첫 모금의 포도주처럼 마냥 혀에 감긴다면 좋겠다. 하지만 포도주의 달짝지근한 맛은 처음 입에 댔을 때 뿐이다. 용의 해가 가고 뱀의 해가 왔다. 내가 뱀띠라 말하기엔 조금 쑥스럽지만 굳이 빗대지 않더라도 ‘용두사미’란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2000년 용의 해, 우리는 많은 기대를 했었고 노력과 또한 결실을 이루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기대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경제적 사회적 불안은 극에 달하였고 그 여파는 사회 곳곳 뿐 아니라 포항공대와 다른 상아탑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위의 친구와 선후배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향이 적지 않다.

이런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사회에서는 정부 기업 국민, 학교에서는 교수 직원 학생이 뜻과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들은 부족해 보이고 서로의 골만 깊어가는 것 같다. 또한 갈 길도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최근에 자살사이트 동호회가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는 그런 수십 개의 동호회에 대해 즉각 폐쇄를 권고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하였다. 자살은 ‘심리적 무정부 상태’가 되었을 때 이루어 진다고 한다. 내가 본 학교는 마치 매너리즘에 빠진 것처럼 정해진 틀을 스스로 만들고 그 틀을 깨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고, 학생들의 활동은 방향성을 잃은채 침체의 길로 접어든 상태 같아 나는 상당히 걱정하였다. 하지만 학교를 위해서 곳곳에서 밤새워 고민하시고 또한 노력하시는 교수님, 직원분들, 학생 여러분들을 보면서 그런 걱정이 말끔히 사라졌다.

세상일들, 멋대로 변덕을 부려 우리가 가진 인내의 한계로는 버텨낼 수 없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그런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힘을 합친다면 십년 후에 돌이켜 보고 웃을 수 있는 사소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성공을 뽐내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실패에 함구 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 프랑스 경제학자 케네가 한말이다. 현재의 포항공대 현실에 아주 적절한 말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성공적인 학교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했다. 큰 성공안에 실패를 숨기기 보다 실패를 자양분 삼아 결점을 극복한다면 더욱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