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바란다] 총동창회-‘따뜻한 관계’가 계속 유지되기를
[2001년에 바란다] 총동창회-‘따뜻한 관계’가 계속 유지되기를
  • 김수연 /총동창회장, 산업공학과 박사과정
  • 승인 200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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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이 개교한지도 벌써 십수년이 지났습니다.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20대 초반, 포항에서 보냈던 학창시절이 떠오릅니다. 1987년 황량했던(?) 교정에서의 첫 입학식, 다른 학교처럼 선배들이 해 주는 신입생 환영회가 아닌 우리끼리 가졌던 신입생 ‘자축회’, 학생들이 다함께 참여해서 만들었던 총학생회와 동아리 등 지금 생각하면 미소짓게 만드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을 기억하시고 항상 열정적으로 학생들과 토론하기를 즐겨하셨던 고 김호길 총장님, 학생들이 힘들어 할 때 같이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 고민을 들어 주셨던 교수님들, 학생들의 크고 작은 일들을 자상하게 도와 주셨던 학교 직원분들, 그분들께서 주셨던 소중한 가르침과 따뜻한 마음은 학생들이 이후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큰 자산으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항상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닙니다. 당시로서는 학생들과 학교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었던 학생들의 정치 참여 문제라든가 개교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징계와 시험거부, 그리고 철야농성까지 이르게 했던 시민 초청 한아패 공연 등 학생과 학교, 교수님들간의 시각 차이로 인한 갈등과 마찰도 있었고 그로 인한 후유증도 컸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듯 그동안 우리 학교도 많이 변하였습니다. 우리 대학은 질적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거듭하여 우리가 지향했던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으며, 이미 많은 부분을 성취하였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동문들도 사회 각계각층에서 21세기형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포항공대를 벗어나 세계 속의 포항공대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대학 모든 구성원들의 새로운 각오가 필요합니다. 처음 포항공대를 선택했을 때의 그 첫마음을 잃지 말고 모두가 학교의 주인이라는 적극적인 자세로 학교 내에서 각자 맡은 일을 충실하게 담당하였으면 합니다. 또한 포항공대를 선택했던 것이 인생에 있어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구성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앞날에 항상 좋은 일만 생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렵고 곤란한 일이 있을 때에는 서로의 입장을 강하게 내세우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서로 대화를 통해 슬기롭게 풀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포항공대가 21세기 국제적인 대학으로서의 전문적인 면모를 갖추는 것과 함께 초창기 서로 신뢰하고 아껴 주었던 학교 구성원들간의 따뜻한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