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바란다] 교수-냉정히 현실을 직시하자
[2001년에 바란다] 교수-냉정히 현실을 직시하자
  • 장태현 / 교수 평의회 의장, 화학 교수
  • 승인 200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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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가 개교한지 15년째를 맞이하며, 유난히도 어수선하였던 한 해가 저물어 가고있다. 개교 당시 주위의 우려를 떨치고 포항공대를 선택하였던 1회 입학생은 이제 30대 초반의 청년과학자가 되었고, 그 당시 그 연배였던 대부분의 교수들은 이제 40대 후반의 장년이 되었다. 그 동안 포항공대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 및 연구의 새 방향을 제시하며 국내 연구중심대학의 한 축으로 성장하였다. 이제는 보다 성숙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의 청년기를 준비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포항공대가 추구하는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것은 개개의 교수 연구실들이 해당분야에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 있는 고유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이 학교에서 배출하는 졸업생들이 세계 어느 명문 대학의 졸업생과 비교하여도 그 포부와 능력에서 부족함이 없는 것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간단히 이야기하여 대학의 경쟁력은 우수한 인력인 것이다. 과연 포항공대는 좋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하며, 그들을 잘 유지하고 있으며, 최고의 인력을 배출하고 있는지? 이 점에 있어 솔직히 우리는 아직 국제적인 경쟁력을 논하기에는 물론, 국내에서도 최고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현실을 인정하여야 한다.

7-80년대에 빠른 성장을 이루어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었던 우리나라 경제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려 치욕적으로 곤두박질친 것을 우리는 가슴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 현재의 포항공대는 이와 비슷한 발전단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제 2의 도약은 바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단계로의 발전을 의미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까지 보다도 더 큰 노력을 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혹시 우리 교수들은 경쟁개념에 소극적이며, 새로운 지식의 창출보다는 가진 지식의 sales에 관심이 더 많은 것은 아닌지? 혹시 학생들은 연구개발 분야의 elite로 성장하기 위한 학업의 정진보다는, 포항공대라는 간판에 안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진정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제일의 대학이 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이 되기를 원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제 우리 스스로의 위치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문제점을 분석하고, 나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를 꾀하는 것이 바로 제 2의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포항공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와 이를 이루어 가는 방법론에 대해서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위하여 같이 노력하도록 이끌어 가는 리더쉽이 발휘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