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암학술정보관과 무은재기념관 이용
[기고] 청암학술정보관과 무은재기념관 이용
  • 강병균 / 수학 교수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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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은재기념관이 종합문화중심공간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라며

올해 청암학술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해외 유명 건축가에 의해서 설계된 초현대적인 멋진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청암학술관은 차세대 도서관의 선두주자입니다. 인터넷 도서관! 고대 세계의 최대 도서관인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세 번의 대화재로 소실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시저황제의 로마와 클레오파트라의 이집트간의 전쟁중 화재를 당하였으나 어렵게 부분적으로 복구되었으며 두 번째는 기원 391년 기독교도들에 의해서 파괴되었으며 그 후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기원 640년에 이슬람의 침략에 의해 화재로 영구히 소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때 책들을 불태울 것을 명한 이슬람 장군 아무르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만약 이 도서관 책들에 적힌 내용이 코란에 나오면 코란을 보면 될 것이므로 책들을 불태워 없애도 무방하며 만약 그 내용이 코란에 없다면 사악한 내용일 것이 분명하므로 마땅히 태워 없애야 한다. 따라서 모두 불태워버려라.“ 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제 불태워 없앨 수 없는 도서의 시대가 바햐흐로 열리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더욱이 놀라운 일은 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1400여년만인 수년전에 디지털도서관으로서 바로 그 자리에 엄청난 규모로 새로이 탄생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때 지구반대편 포항에 청암학술관이 디지털도서관의 기치아래 만들어진 것은 시대를 선도하는 뜻 깊은 일입니다. 본시 도서관은 책을 쌓아두고 보관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나라의 다양한 문화가 만들어지고 과학과 제학문이 탄생하는 곳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하여 새 알렉산드리아도서관에는 엄청난 수의 개인열람실(carrel)과 공동 열람실, 연구실, 2000여대의 컴퓨터, 어린이 열람실, 청소년 열람실, 박물관, 음악연주홀, 회의장등이 있어서 문화회관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청암학술관이 이 모든 시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축복받은 건물이 있습니다. 바로 무은재기념관입니다. 이 무은재기념관을 종합문화센터로 활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며 지하의 김호길학장님께서도 즐거워 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청암과 무은재가 하나로 통합되는 쾌거이기 때문입니다.

‘청암’과 ‘무은재’는 상호보완적 관계

청암학술관의 탄생은 필연적으로 무은재기념관-무은재기념관이 맞는 표현인지, 무은재기념도서관이 정확한 표현인지 헷갈릴만큼-의 죽음과 재탄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청암학술관은 인터넷도서관이라는 개념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청암도서관 내부에는 많은 컴퓨터와 프린터들이 설치되어 있으며 열람실은 없어지고 그 자리는 컴퓨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인터넷 도서관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모호합니다. 현재 전문학술지를 인터넽화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읍니다. 이에 따라 종이로 된 학술지의 구독을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만약 종이로 된 책이 필요 없다면 도서관이 왜 존재해야하는지 심각히 질문해봐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중앙도서관에 연결된 단말기만 있으면 자신이 곧 도서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청암학술관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학술센터의 개념으로 구상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과도기에는 종이로 된 책도 여전히 도서관의 많은 공간을 점하고 있기 때문에 종합학술관으로서의 기능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청암학술관에는 대형 강의실이 몇 개 있긴 하나, 학술회의라는 것이 문자 그대로 학술회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시간 사이에 학자들끼리 차를 마시며 학술적인 의견교환과 담소를 하는 것이기에 이를 위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공간이 청암관에는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술회의는 소음을 동반합니다. 따라서 청암관은 국제학술회의를 위한 공간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청암관 내부에는 많은 학습방이 있으며 이들이 청암관의 특징입니다. 현재의 상황은 이 공간들이 그룹스터디룸의 구실을 하지 못하고 학생들의 공부방 또는 독서실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이 방들이 효율적으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독서실 또는 공부방이 필요합니다. 이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은 현재 무은재기념관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무은재기념관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청암관의 사용이 정해질 것입니다.

무은재기념관의 용도에 대해서는 많은 얘기가 있으며 심지어는 그 건물을 헐고 새로 짓자는 의견까지 있습니다. 무은재기념관은 매우 아름다운 건물로서 건물구조에 맞는 용도에 사용된다면 크게 유익할 것입니다. 특히 무은재기념관을 대학종합문화중심으로 만들면 그 효용성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무은재기념관 이렇게 바꾸자

무은재기념관은 다음과 같은 시설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1) 학생들을 위한 공부방 또는 독서실입니다. 새 도서관에는 독서실이 없습니다. 학생들의 공부방을 넉넉하게 제공하여야 합니다. 공부방에는 안락한 소파와 자판기등을 설치하여 편리한 공부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바닥에 카페트까지 깔아준다면 환상적이겠지요. 옛 아테네에는 올리브나무 그늘과 회랑을 거닐며 수업하고 사색하던 소요학파라는 철학자들의 무리가 있기까지 했습니다. 쾌적한 공부환경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2) 개인 열람석의 필요입니다. 외국도서관에는 carrel(개인 열람석)이 많이 설치되어 있으며 학기단위로 예약을 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carrel을 설치하여 독점적인 사용권을 학기단위로 부여하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교수학생문화회관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있습니다. 상당수의 동아리방이 협소합니다. 구도서관에 동아리방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개교 초에 있었던 바둑실은 공간부족으로 인하여 사라져 버린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점심시간에 교수 직원이 어울려 친목을 도모하던 일이 없어져 버린 것이 아쉽습니다. (4)상설영화관의 설치입니다. DVD영화관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포항은 문화의 불모지로서 변변한 영화관 마저 없습니다. 작은 영화관을 꾸며줌으로써 학생들의 문화감각을 세련되게 만들어 줄 수 있으며 학생들이 시내를 배회하는 것을 막아줄 것입니다. (5) 상설 음악감상실의 설치입니다. 필자가 얼마 전에 모교인 서울대를 방문했는데 30여년전의 그 자리에 음악감상실이 그대로 운영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걸맞는 값비싼 음향기기와 안락한 가죽소파 그리고 화려한 실내장식에 넋이 나갔습니다. 균형있는 정서적 발달을 위해서는 훌륭한 시설의 음악감상실이 꼭 필요합니다. (4) 대형강의실을 몇 개 만들 수 있습니다. (5) 국제학술회의를 할 수 있는 학술회의실을 여러개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왠만한 대학들은 훌륭한 시설을 갖춘 국제학술회의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6) 어학연습실이 필요합니다. (7) OIES(office of the international education and service) 가 설치되어야 합니다. 우리대학은 외국인 대학원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학생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과 어학교육등 여러 가지 도움을 주는 업무를 맡아볼 기관이 필요합니다. (8) 이론과학자들과 대학방문교수들을 위한 여분의 연구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연구실들은 우리대학 연구진의 숫자의 변동을 흡수할 공간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우리대학은 중앙캠퍼스가 작고 아담하여 이곳에 연구실을 만들어도 거리로 인한 불편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9) 소규모 모임들을 가질 수 있는 내부장식이 훌륭한 중간크기의 방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방들은 교수 직원들의 동호회와 친목회등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10) 지금 청암관에 비치되어있는 일간지 월간지 등의 가벼운 읽을 거리들을 무은재기념관으로 옮겨 비치하는 것입니다. 이들이 학술지는 아니므로 이곳에 비치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일입니다. 물론 이 공간에는 안락한 소파들이 많이 배치되어야 합니다. (11) 수면실을 만드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 때 이곳을 찾아 푹 쉬는 것입니다. (12) 시민대학의 설치입니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길중의 하나는 시민대학을 만들어 첨단과학의 발전을 쉽게 풀어서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일입니다.

이상과 같은 시설과 사업이 무은재기념관에서 가능하다면 무은재기념관은 우리대학의 종합문화중심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인을 향한 도서관 개방필요

이 모든 시설이 무은재 기념관에 설치되었다 가정하면 청암관은 인터넷도서관(그것이 무엇인지 저는 모릅니다)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는 청암관이 진정한 학술센터의 기능을 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인터넷도서관은 도난의 위험이 없습니다. 컴퓨터등을 직원이 상주하며 통제하는 두개의 출입구를 통해서 훔쳐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회원제형식 등을 빌려서 도서관을 개방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매일 개방하는 것이 곤란하다면 주말만 개방한다든지 하면 되겠지요. 공부는 무은재기념관에서 할 것이므로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할 위험도 없습니다. 포스코의 후원으로 설립된 대학이며 새도서관의 이름은 설립이사장이자 회장인 박태준님의 호에서 따왔으므로 포스코직원이 주민인 효자지곡 주민에게 청암학술관을 개방하는 것은 뜻 깊은 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