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창의성
과학자의 창의성
  • 이신영 기자
  • 승인 2004.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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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환상에 갇힌 창의성의 신화
우린 흔히 창의성이란 단어를 생각할 때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뉴턴이나 상대성이론을 착안한 아인슈타인과 같은 인물들을 떠올리곤 한다. “천재들의 창의성은 범인이 이해할 수 없는 섬광과 같은 영감에 의한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생각은 대중의 흥미를 돋구기 위해 포장된 그들의 전기를 통해 강화된다. 과학의 대중화란 측면에 있어서 긍정적이지만 이러한 이해는 창의성의 주체가 되어야 할 학생들로 하여금 창의성이 자신과 무관한 특징이라고 생각하게 하여 자칫 창의적 역량을 약화시길 수 있다. 과연 창의성이란 이런 도깨비 방망이와 같은 것일까?

일반적으로 “어떤 과학자의 연구결과가 창의적이다”고 할 때 이 ‘창의적’이란 단어는 ‘새롭고(original, novel) 동시에 중요하다(meaningful, significant, valuable)’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새롭고 중요하다는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일까? 어떤 과학자의 업적이나 예술 작품이 창의적이라고 할 때 일반 대중이 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각 학문 영역의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지기 마련이고 이런 특성으로 인해 창의적 결과는 분야의존적이고 사회적이다. 이에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성이 발휘되기 위해 ‘영역, 현장, 개인’의 세 가지 구성요소가 필요하다고 이해한다. 영역이란 일반적으로 말하는 학문 분야이고, 현장은 영역이 실현되는 활동의 장이며, 개인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일컫는다. 아무리 창의적인 개인이라도 그가 적절한 현장과 영역에 몸 담고 있지 않을 때 창의적 결과를 얻기 힘들다. 많은 노벨 경제학 수상자들을 배출해낸 학부에서 연구했던 조지스티글러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지적 분위기는 연구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경제학에서 시카고는 활발하고 도전적이고 공격적이며 정치적인 환경을 제공해 왔습니다. 무언가 어리석고 잘못된 일을 하면 부끄럽게 느끼도록 만들고 또한 가능성이 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기꺼이 도움을 주려고 하는 유능한 동지들에게 둘러 싸여 있기 때문에 매우 유리하죠.”

이러한 창의적 결과의 분야의존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은 창의성을 순수한 개인의 천재성으로 간주하는 신화의 허구성을 지적해 준다. 실제로 천재들이라 불리는 이들의 창의적 결과는 수년에 걸리는 훈련 기간 동안 그 분야를 두루 섭렵한 뒤 가능했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일상적인 현상을 보고 창의적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본기가 탄탄히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고, 새로운 착상을 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기에 창의적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1907년에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체가 동시에 운동과 정지 상태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로부터 일반 상대성이론을 완성하기까지는 8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뉴턴이 중력을 발견한 것도 1660년대 중반, 1679-80년, 그리고 1684년 여름부터 30개월 간의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연구과정의 산물이었다. 이처럼 창의적인 발견은 전통을 이해한 뒤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수렴적 사고와 이 전통을 깨고 새로운 전통을 세우는 혁명적 사고를 통해 이루어진다. 일반인들은 이러한 서로 다른 두 가지 사고가 만들어 내는 긴장을 감당하지 못하지만 창의적인 과학자들은 이 긴장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과학활동을 수행한다.

창의성에 대한 천재 신화를 넘어섰을 때 우린 창의성이 일상적 사고 과정의 연속 가운데 개발될 수 있는 특징임을 알 수 있다. 대학에서 착실하게 기본기를 다지는 과정도 대학원에서 기본적인 실험 기술을 익히며 학문의 깊이를 더하는 기간도 모두 창의적 결과를 잉태하기 위한 소중한 과정이다. 현장의 모습을 보다 창의적인 환경으로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당위성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과연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길포드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다양한 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발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를 창의성의 핵심으로 파악하였고, 창의적인 사람들은 중요한 문제를 감지하는데 민감하며(민감성),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데 막힘이 없고(유창성),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으며(유연성), 적절하지만 새로운(독창성) 답을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보았다. 발산적 사고 이외에도 “떨어져 있는 요소들 사이에 새로운 연관을 맺는 능력”인 조합적 사고(associative thinking)를 창의성의 척도로 사용하였고, 학제간 연구가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이러한 창의성의 예를 우린 많이 접할 수 있다. 또한 창의성 연구가 로텐버그는 창조적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대립쌍을 동시에 고려하고 이를 궁극적으로 통합된 형태로 발전시키는 ‘야누스적’ 사고 유형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서로 양립 불가능한 파동과 입자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보어의 상보성 원리나 증기기관의 실린더를 동시에 뜨겁고 차게 유지하는 법을 발견한 와트의 증기기관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창의성이 창의적 결과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각들 중에 쓸만하고 중요하고 실현 가능한 생각이 무엇인지 골라내고 이를 완성할 수 있는 수렴적 사고와 인내가 필수적이다.

요컨데 창의적 이공계인은 전통주의자이자 혁명가이며 독립된 연구자이자 타인과 협력을 잘 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속한 분야의 혹은 분야에 의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예리한 눈을 기르고 이를 독창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숙달한 이가 역설적으로 천재성의 신화를 이어갈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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