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학교 밖에서 생각하는 포항공대, 포항공대생
[특집] 학교 밖에서 생각하는 포항공대, 포항공대생
  • 최상일 / 물리 명예교수
  • 승인 2002.12.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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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흔하지 않다고 하여 고희(古稀)라고 부르는 나이가 70세이다. 내가 고희를 넘은 지도 이제 1년이 지났다. 1949년에 대학에 입학하여 반세기하고도 3년이 지나는 동안 줄곧 대학에서 생활하다가 지난 2월에 은퇴하고 집에서 쉬고 있으나, 내 머리 속까지 은퇴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생각나는 것은 학문이고, 대학교육이다. 학문에서는 과거에 깊이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던 개념이나 방법을 다시 생각해보면 마음이 흐뭇해지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학생들 생각이 난다. 특히 포항공대 학생들 생각이다. 이 학생들이 과연 장래를 위한 준비를 옳게 하고 있는지 어떤지 생각하게 된다.

약 20년 전에 어느 물리학자 선배와 아이들 교육에 관하여 의논하였을 때, 이 분이 “Let them make their own mistakes” 라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어느 세대의 어느 사람이나 과오없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은 자기 몫의 실수를 하고 그 실수에서 배우면서 자라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누구나 실수할 것을 지레 겁먹어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조심하면서 살아온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은퇴후로도 나의 주관심사는 교육과 학문

대학은 사회를 위하여 존재하며, 학생들이 사회의 훌륭한 일꾼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다. 많은 경우에 포항공대 학생들에게는 처음으로 독립된 생활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년 전에 어느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집에서는 어머니 시키는 대로 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 시키는 대로 하다가 대학에 오니까 어쩔 줄 모르게 되었다”고 한 것이 기억난다. 대학에서는 무엇이 옳은가 각자 본인이 판단해서 행동하는 습관을 키워야한다. 내가 살아온 과거를 되돌아보면, 일찍 이런 교육 이런 훈련을 받았더라면 더 효과적인 일꾼이 되고 더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결론에 도달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포항공대 학생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학생 여러분과 나누는 것이 교육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글을 쓰기로 했다.

대학생으로서 내가 꼭 해야 할 것은 나 본인의 능력과 성격에 관하여 깊이 고찰하여 나를 알게되고 내가 갈 길을 찾는 일이다. 능력과 성격 형성은 유전과 교육환경, 경험 등으로 인하여 이루어지며, 대학생활 동안에도 발전과 개선이 계속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내 능력과 성격에 관한 고찰을 함에 있어 좋은 방법의 하나는 명상(meditation, contemplation)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든다면, 나의 정신 집중력이 충분한가 하는 질문을 가지고 조용히 앉아서 명상하면 답이 나오고 집중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고찰을 거쳐서, 어떤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내 성격과 능력에 가장 잘 맞는지 찾아내야 할 것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좀 다를 수 있겠으나, 만약 나의 경우라면 나에게 가장 쉽고 만족스러운 분야를 고르게 되리라 생각한다. 어느 분야이든 우수한 일을 하는 사람이 경제적으로 고생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장래의 경제적 안정성보다 내가 우수한 전문가가 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내 기준이 될 것이다.

내 능력 개발과 성격 형성은 내가 주도해야 하며 남에게 너무 의지해서는 안될 것이다. 능력 개발은 주로 학과목 수업을 통하여 이루어지니까 내가 첫째로 할 것은 학습효율을 올리는 일이다. 인지과학이 제공해주는 학습이론에 의하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는 ‘단기기억’에서 처리되어 ‘장기기억’으로 저장이 된다. 사물을 이해하고 문제 풀이를 하는 등의 사고과정은 ‘단기기억’을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진다. 용량이 작고 저장시간이 짧은 ‘단기기억’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장기기억에 필요한 정보가 들어있어야 할 뿐 아니라 이를 신속히 기억해내야 한다. ‘장기기억’에 들어있는 정보를 신속히 기억해내려면, 장기기억이 중요한 개념중심으로 잘 조직되고, 중요한 개념들과 관련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이 이론을 적절히 활용하면 학습능률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포항공대의 대학교육개발센터에서 발간한 학습안내서 에 구체적인 이용방법들이 쉽게 설명되어 있을 뿐 아니라, 대학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으니까 나의 학습코치(coach)라고 할 수 있겠다. On-line으로 www.postech.ac.kr/ctl 에서 읽을 수도 있다. 빨리 변하는 사회에서 성공하려는 사람에게는 효과적인 학습능력은 없어서는 안 될 능력이다.

능력과 성격의 발전과 개선은 학과목 수업을 포함한 대학에서의 전반적인 생활을 거쳐 이루어지는데 각자가 가진 시간에는 제한이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대학생활을 하려면 강의, 연습, 실험시간 등과 관련하여 학습 효율성을 높이도록 할 뿐 아니라 효과적인 시간관리를 하여야 한다. 대학 입학 초기에는 가능한 한 수강과목 수를 적게 하고, 학습능력을 키우고 고등학교에서 배운 정도보다 더 깊은 이해를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의 과목에서 습득하여야 할 지식의 양은 고등학교 과목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고 새로운 것들이 짧은 시간 사이에 닥쳐온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능력을 키우고 시간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어느 사이에 뒤떨어지게 된다. 대학에서의 교육과정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학과목 강의인데도 강의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학생이 많은 것 같다. 강의 직전의 시간과 직후의 시간을 이 강의를 위한 준비와 복습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나라와 사회에 대한 소명의식 잃지말기를

대학생활은 학과목 학습 뿐 아니라 과외활동 사회봉사 등 인격형성과 건강유지에 필요한 활동이 포함된다. 건강유지를 위한 운동은 꼭 실행해야 한다. 매일 아침 30분 동안 천천히 달리는 운동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농구나 축구 같은 단체운동 동아리에서 활동하면 건강유지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서 일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도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아리활동은 여러 사람이 의논해서 공동으로 활동하는 경우이므로 특수기능을 배우는 동시에 협력능력을 키우고 성격형성에 도움이 되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여 학과목 학습에 지장을 받아서는 아니될 것이다.

장차 어떤 일을 하게 되어도, 남을 이해하고 내 의견을 상대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니까, 내 의견을 조리있고 쉽게 표현할 연습을 하고 남의 생각을 이해하는 훈련을 하는 것은 대학 교육의 핵심의 하나이다. 기회있을 때마다 이런 연습을 하고 필요하면 도움을 구하는 것이 옳다. 같은 분야 공부를 하는 사람과의 대화도 어려운 경우가 있으나, 다른 분야 사람과의 대화는 특히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든다면, 물리학 전문가와 생물학 전문가가 공동연구를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연구 대상은 같아도 각자가 가진 지식과 방법이 달라서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학제간 연구의 필요성은 계속 증가할 것 같다.

물론 무엇보다도 대학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옳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의 조상 한 분이 스승에게 “선(善)과 악(惡)을 어떻게 분간할 수 있습니까?” 물으셨을 때 당대의 대학자이신 스승께서 “의(義) 리(利)와 공(公) 사(私)의 분간을 엄하게 다스리면 이를 밝힐 수 있다”고 하셨다. 선과 악을 분간할 줄 알고 선을 실행하는 대학생이 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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