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전] 대제전의 의의와 과제
[포카전] 대제전의 의의와 과제
  • 유정우 기자
  • 승인 200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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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계를 선도할 인재를 육성하는 양교가 우정과 자긍심을 다지고 이공계 기피현상을 극복하자는 의미아래 제1회 포카전이 열렸다. 특히 연·고전과 같은 타대학의 형식을 벗어나 양교 학생간의 교류 활성화를 하자는 취지였기 때문에 그 물꼬를 트는 이번 행사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준비와 진행에 있어 우리대학과 카이스트의 임하는 자세의 차이, 그리고 우리대학 내에서도 행사 준비를 총괄한 부서의 학생처와 행사 주체인 총학생회의 관계 설정 등은 이후 충분히 고민해야할 중요한 사한으로 남겨졌다.

사실 교류전 제안은 2년 전부터 있던 계획이다. 다만, 교류를 위한 양교 학생들의 인식 아래 이루어 졌다기보다는 학교 측의 이미지 제고, 자긍심 고취 방안으로 제안되었고, 이에 따른 한계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다. 이러한 준비 과정은 시작 전부터 학생 참여와 학교 측에서 표방하는 ‘교류’의 의미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할 가능성을 충분히 내재하고 있었으며, 양교 학생 모두 이번 포카전에 대해 우려했던 것도 이러한 점이 연례행사로 이어져야할 교류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행사의 진행 과정에 있어서도 준비 미비로 인한 문제점은 많은 곳에서 드러났다. 경기 일정이 겹치거나 홍보 부족으로 카이스트 학생들의 참여가 적었던 점 등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진행 과정의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자긍심 및 애교심을 고취시키고 ‘포항공대’란 이름아래 모여서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점에서 성공적인 축제였다.

문제는 내년의 카포전이다. 이번의 행사는 제1회로서 물꼬를 틀긴 했지만 이공계의 특성을 살린 교류와 화합의 장을 이루자는 취지는 달성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로봇 축구 대회도 무산되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해킹 대회 역시 안철수 연구소와의 협의 부족으로 별다는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과학기술 및 운동 종목을 혼합하자는 취지는 그 외의 농구, 축구, 야구 등 만이 학생들의 응원전을 불태우며 경쟁의 분위기로 흐르기 쉬웠고, 우리대학과 카이스트의 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는 부재했다. 물론 학술 교류가 아닌 이상 경쟁없는 교류전은 힘들고, 학생들의 참여도 떨어지기 쉽다. 하지만 각 학교 학생들이 서로 팀을 이루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나 동아리가 같이 합동 행사를 추진하는 등의 교류와 참여의 사이에서 중첩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단순히 교류전의 행사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이 행사를 계기로 동아리별, 학과별 교류가 활성화하는 것이 진정한 교류전을 이루어 내는 방법일 것이다.

이런 행사가 처음으로 열렸다는 것에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 이상을 추구해야된다. 지금은 비록 부족한 점도 많고 학생들의 참여도도 높지 못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각 동아리별, 또는 학과별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여 정신적인 교류의 장으로 확립해나가야 한다.

가깝지만 먼 학교, 단순히 자기 학교의 팀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두 학교의 틈새를 줄이고 상대 학교 학생들과 정을 나누려는 시도를 해보자. 내년의 카포전에 주어진 과제는 행사의 준비 및 기획을 넘어 이러한 학생들의 ‘참여’와 ‘교류’가 무엇보다도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