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도 신년사> 발전의 가속도 높이도록 구성원간의 비전 공유 필요
<2002년도 신년사> 발전의 가속도 높이도록 구성원간의 비전 공유 필요
  • 2002년 1월 1일 총 장 정 성 기
  • 승인 2002.0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성기 총장
정확한 의미에서의 새 천년이 시작하는 첫 해인 辛巳年이 지나고 壬午年의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희망찬 임오년 새해는 우리 포항공대 전 교직원과 학생 여러분에게 축복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지난 신사년도 역시 큰 기대와 함께 우려와 불안이 교차했던 한 해였습니다. 인류 역사의 새 장을 여는 전환점이라 할 만한 2001년을 맞아 인류의 무한한 번영과 삶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도 하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체계가 흐트러지는 혼돈을 겪지 않을까 걱정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역사의 수레바퀴는 멈추는 일도 없으며, 건너뛰는 법도 없으며, 원인이 없는 결과 또한 존재할 수가 없음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시기였습니다. 새 천년이 시작되었다고 하여 인류 문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생겨나지도 않았으며, 전 인류를 혼돈과 파멸로 몰아갈 새로운 재앙도 닥쳐오지 않았습니다. 즉, 세계를 움직이고 역사가 쓰여지는 것은 다차원 복잡계(highly convoluted multiple dimension) 속에서 알 듯 모를 듯 일어나는 작은 변화와 진화가 때로는 같은 위상으로 (in-phase), 때로는 반대위상으로(out-of-phase) 작용하는 결과로 보여집니다.

이는 우리대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개교 이후 지난 15년을 바쁘게 뛰어오면서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는 대학으로 성장하였습니다. POSCO의 적극적인 관심과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훌륭한 교수진, 우수한 학생, 첨단 연구기자재의 충분환 확보 등의 요인이 어우러져 오늘의 포항공대를 가능케 하였습니다. 그러나 인체가 단순한 세포들의 집합이 아닌 것처럼, 필요한 구성요소와 부분들이 보다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일체감 (integrity)을 유지할 때만 우리대학이 지속적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중단없는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다른 원동력은 구성원 모두가 우리 대학의 건학이념과 목표를 항상 가슴속에 각인하며, 이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창의적인 소수정예 교육과 우수하고 경쟁력 있는 세계수준의 연구를 추구해 나가면서 이들 사이에 발생 가능한 상승효과를 끊임없이 극대화해나가야 합니다.

지난 신사년도 우리대학의 우수성을 크게 발휘한 한 해였습니다. 김기문 교수가 한국과학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다수의 교수가 국내외에서 학술상을 받았으며, 이성익ㆍ김광수ㆍ오병하ㆍ장현명 교수 등의 연구업적으로 대학의 연구역량이 크게 돋보였습니다. 다른 한편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촉발하고 종합적 사고능력을 함양하고자 2000년부터 새로이 개편ㆍ적용한 교과과정이 당초 의도에 맞게 제대로 정착되어 나가야하겠습니다. 우리대학의 교육 연구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학술정보관과 생명공학연구센터를 착공함으로써 캠퍼스마스터플랜 청사진이 구체화되었으며, 6년 연속 교육개혁 우수대학에 선정되는 등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이 어느 해보다 높게 발휘된 한 해였습니다. 이 모두가 교직원, 학생, 연구원 등 모든 구성원들의 열정과 노력의 결과라 생각하며, 그 동안의 노고에 치하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엄정하게 평가해 볼 때 아쉬움도 없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경계하고 반성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새로이 인식하게 된 것도 있었습니다. 기술이전과 창업보육이 중요시되고, 산업체와의 파트너십 형성이 필수요건으로 자리잡아가면서 산업체 프로젝트가 무절제 무차별적으로 수행되고, 벤처창업이 확산되면서 교육과의 관계정립에 이해상충(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식의 자본화, 상업화가 중요시되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의 기초연구와 산업체의 응용, 개발이 연계되고 산학연 협동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대학의 가장 핵심인 교육이 소홀히 되거나 부실화되어서는 결코 아니 될 것입니다.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과 엄격한 윤리를 스스로 세우고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교육과 연구의 과정을 무시하면서 오로지 결과만을 중시하는 행태가 우리사회에 자주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스럽지 못합니다. 교육과 연구의 핵심은 결과 못지 않게 그 탐구(inquiry)의 자세와 과정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최고수준의 교육적 윤리와 도덕성을 고수해야 합니다. 이것을 소홀히 한다면 포항공대가 지난 15년에 이룩한 모든 것이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12월 3일로 개교 15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새해는 우리의 비전을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며 확고히 다지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학간의 경쟁은 이제는 생존의 문제로 귀착될 정도로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국내외적 경제 사정은 매우 불확실합니다. 소년기를 지나 청년기로 전환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미래를 향한 대학 목표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할 실천적인 전략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우리만의 정체성을 뚜렷이 하면서 고유한 장점을 최대한 살려나갈 수 있다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는 우리 앞에 보다 뚜렷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어려운 대외여건을 극복하고 발전의 가속도가 더뎌지지 않도록 우리의 역량을 더욱 효율적으로 발휘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캠퍼스 국제화는 대학 발전의 부가요소가 아니라 필연적인 귀결입니다. 영어 공용화 정도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 석학이 강의와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방문하고 싶어하는 곳,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교육 받기를 원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캠퍼스 국제화를 실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교육,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나타내는 연구가 가능하도록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함은 물론, 행정의 전문화에 박차를 기해야 할 것입니다.

임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영일만에 떠오르는 신년의 찬란한 태양처럼 포항공대의 명예와 긍지가 세계를 밝히는 자랑스런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희망이 가득하고, 건강하고 축복 받는 새해가 되기를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