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에 바란다] 기초연구에 더욱 과감히 투자할 때
[포항공대에 바란다] 기초연구에 더욱 과감히 투자할 때
  • 박성현 /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 학장
  • 승인 2002.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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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현 /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 학장
21세기는 지식기반사회이고, 대학은 지식을 창출하는 지식산업기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식산업기지가 취약하면 지식의 공급이 원활치 못하여 궁극적으로 과학기술력이 뒤지게 돼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그러면 대학에서 지식창출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그 뿌리는 기초학문을 중심으로 한 기초연구에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는 기초연구, 응용연구, 개발연구 등으로 대별된다. 기초연구에서 원천적 지식을 제공하면 응용연구에서 이를 포장해 실용적 지식으로 변화시키고, 개발연구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응용연구와 개발연구는 그 결과가 대부분 눈에 보이므로 그 효용성을 인식하기 쉬우나, 기초연구는 눈에 잘 보이지 않으므로 경시되기 쉽다.

‘2000 과학기술연감’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999년도 연구개발비 구성을 보면 기초연구에 13.6%, 응용연구에 25.7%, 개발연구에 60.7%를 사용하였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기초연구 투자비율이 모두 높으며, 우리와 인구규모가 비슷한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각각 22.2%, 21.2%를 기초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총연구개발비가 프랑스와 독일이 우리나라보다 각각 3.2배, 4.9배이므로, 기초연구투자액은 우리나라보다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 5.2배, 7.6배 더 크다. 프랑스와 독일 같은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총연구개발비도 늘리고, 특히 기초연구에 더욱 과감한 투자를 촉구하고 싶다.

작년 과학기술부의 이공계열 연구지원비 가운데 기초과학 연구사업에는 1,700여억원이 지원된 반면 응용분야에는 4,300여 억원이 지원됐다. 이것은 잘못된 균형이다. 응용이나 개발분야는 기업의 몫이므로 국가는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것이 마땅하다. 최소한 1:1의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초연구는 모든 응용적 지식과 창의적 문화·산업 활동의 기반이며, 기초연구의 뒷받침이 없으면 미래의 국가경쟁력이라는 것도 불가능하다. 기초연구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얻은 기초연구 결과를 사오거나 흉내내거나 하여 따라가려고 하는 과학기술정책은 이제는 한계가 있으며, 영원히 선진국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혹자는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해 기초연구가 사회적 수요가 적으니 규모를 축소하거나 적게 투자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는 잘못된 단견이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다양화·융합화 되어 가고 있으며, 새로운 영역이 계속적으로 출현하고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조적 능력이 과학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창조적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이는 원천적으로 기초연구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계속 외국의 과학기술 지식에만 의존하거나 모방하는 데 그친다면, 우리나라는 결코 인류문명을 주도하는 국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세종대왕 시대에 우리의 과학기술역량과 문화수준이 외국에 뒤지지 않는 절정기에 도달한 시기라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세종대왕이 기초과학을 중심으로 기초연구를 하는 과학자나 학자들을 우대해, 이들이 긍지를 갖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는 개발연구를, 국가출연연구소에서는 응용연구를, 그리고 대학은 기초연구를 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들 3개 연구간에 간격이 좁아지고 점차 융합되어 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서 대학에서도 응용연구나 개발연구가 상당부분 이루어지고 있으나, 원천적 기초연구의 몫은 역시 대학이다. 포항공대는 그 환경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기초연구, 응용연구, 개발연구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창조적 지식 창출의 가장 큰 몫은 기초연구에 있으므로, 포항공대도 기초연구에 더 큰 배려를 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기초연구를 하는 교수들이 설 땅이 줄어들어 제대로 연구에 몰두하지 못한다면, 그 대학은 ‘학문의 대학’이 아닌 것이며, 그 대학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포항공대는 이런 점에 유의해 기초연구에 장기적인 투자를 과감히 해주기를 바란다.

이제는 기초를 생각할 때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기초질서를 지키고, 연구에서는 기초연구를 우선하여야 하며, 과학에서는 기초과학을 먼저 생각하고, 학문에서는 기초학문을 우대하여야 모든 것이 바르게 설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 유의하여 국가와 대학은 운영철학을 재정립하여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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