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중국대학방문기 - 특정분야 차별화된 집중지원 인상적
[특별기고] 중국대학방문기 - 특정분야 차별화된 집중지원 인상적
  • 최경만 / 신소재 교수
  • 승인 200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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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청화대 정문에서의 교수방문단 일행. 좌측부터 오병하, 김기문, 박수문, 정민근 , 필자 및 이재민 박사.
8월 19일 오후 2시경 천진공항에 도착하니 천진대학(Tianjin University, 1895년 설립)에서 Mr. Lu(국제교류처 과장)가 우리 일행을 맞았다. 천진에 왠일로 대한항공이 운행하나 하였더니 이곳에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화학과의 박수문 교수를 단장으로, 화학과 김기문 교수, 생명과 오병하 교수, 가속기연구소 이재민 박사, 신소재공학과의 필자까지 5명으로 중국의 천진대, 청화대, 북경대에서 학과소개 및 세미나를 통한 연구교류를 위하여 5박 6일간의 방문 일정을 시작하였다. 원래는 청화대와 북경대 만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천진대에서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하여 천진대도 방문일정에 포함되었다.

여기서 잠깐 중국대학에 대해 언급하고 지나가야 할 사항이 있다. 중국 대학은 소위 ‘2 + 7’이라 하여 두 개의 최상위대학과 일곱 개의 상위대학으로 나뉘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도 이에 따라 크게 차등을 두고 있다. 청화대와 북경대가 상위 2개 대학에 해당하고 천진대는 그 아래 7개 대학 중의 하나이다. 또 북경대는 인문사회분야를 위주로, 청화대는 공학계열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어 북경대보다는 청화대가 우리의 주요 관심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두 대학 모두 종합대학으로 우리의 서울대와 유사한 크기로 생각하면 큰 무리가 없겠다.

천진공항에서 천진대학까지의 20여 Km를 12인승 승합차를 타고 가는데 매캐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였다. 포항에서 역풍이 불거나 저기압일 때 한번씩 맡아 보는 냄새와 유사하였다. 그러나 오후 늦게 소나기가 온 후로는 공기는 한결 신선해졌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각 학과를 방문하여 세미나를 가질 것을 기대하였으나, Tan 교수(국제교류처장, 화공과 부교수)가 각 학과마다 몇몇씩 초청하여 구성한 10여 명의 교수를 앞에서 학교 소개와 학과 소개 및 약간의 개인 연구소개를 하였다. Tan 교수 말에 따르면 아직 방학이라 학교에 대학원 학생 및 교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소개가 끝난 후 일행 네 사람은 화공과로, 필자는 신소재 공학과를 방문하였으나 화공과나 신소재과나 일하는 학생이 있는 실험실은 거의 없었다. 다행히 필자는 한 군데 세라믹 실험실을 방문하여 지르코니아(toughened zirconia) 볼 및 튜브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실험실이라기 보다는 거의 작은 공장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먼지가 많이 날리는 구식 실험실이라 그런지 보여주기를 꺼려했다고 안내자인 Mr. Lu가 말해주었다. 도서관을 보여준다 하여 가보았으나 열람실은 모두 닫힌 상태로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천진을 떠나 지평선이 보이는 고속도로로 서쪽으로 120km를 이동하여 북경에 도착하였다. 청화대(Tsinghua University, 1911년 설립)에서는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각자가 해당학과를 방문하여 세미나를 가졌다. 필자의 세미나의 경우 청중이 주로 대학원 학생으로 30여명 참석한 것으로 보아 천진대와는 달리 학교가 닫힌 상태는 아닌 듯 하였다. 한 대학원 학생은 이미 필자의 논문 몇 편을 손에 들고 있어 천진대와는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우리 학교와 비교하기 위해 청화대의 신소재공학과 (Department of Materials Science and Engineering)에 대하여 잠시 소개하겠다. 이 학과에는 정교수가 30명, 부교수가 24명(우리와는 달리 중국에는 정교수만이 석,박사학위를 줄 수 있는 자격이 있고 부교수는 정교수의 지시를 받음), 학부생이 360명, 석사과정 135명, 박사과정 133명으로 우리 학교 신소재공학과에 비해 대략 2배 크기로 보면 될 것 같다. 이 학과는 1988년 설립되어 우리와 역사가 비슷하며 1994-2000년 사이 7년간 SCI 논문을 600편 이상을 발표하여 청화대에서 최대 논문발표실적을 내고 있다. 우리 학교 신소재공학과가 연간 약 1백여 편을 발표하는 것과 비교하면 청화대의 교수수가 2배 이상인 것을 고려할 때 우리에는 못 미치나 상당한 수준에 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과는 재료물리, 금속재료, 세라믹재료, 복합재료, 전자재료의 5개 연구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세라믹 관련 실험실은 크게 두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구조세라믹과 기능세라믹이 그것으로 필자와 관련된 기능세라믹 실험실을 Ning 부교수의 안내로 돌아보았는데 섭씨 2000도 이상에서 세라믹의 소결이 가능한 로(furnace)가 여러 개 있어 연구방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기능세라믹 실험실은 정교수, 부교수 합하여 약 20명으로 구성되고 정부의 특별지원을 받는 ‘State Key Lab’이란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우리가 교수 개개인별로 실험실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여 큰 차이를 보였다.

다음날 청화대와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북경대(Peking University, 1898년 설립)를 방문했을 때는 예상치 못한 스케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Lin 교수 (화학과, 국제교류처 처장)가 그날 북경대에서 개최하는 중국의 화학학회에 우리들을 발표자로 넣어 놓고 발표를 권했다. 원치 않으면 해당학과의 교수들을 만날 수 있게 주선하겠다고 하기는 했으나 방학이라 교수나 학생이 거의 없다 하며 즉흥적으로 연락하여 학과 교수를 만나기도 힘들 것 같아 마지 못해 모두가 화학학회에서 발표를 하기로 하였다. 필자의 경우 북경대에 신소재공학과가 없으므로 어차피 만날 대상도 애매하였으나 화학, 생명, 물리 등 해당학과가 있는 다른 일행들은 갑작스러운 제의에 당황하였다. 필자는 무기화학전공 교수 및 연구원 약 40명을 청중으로 두고 20분 정도 ‘solid state ionics’에 대해 발표하였는데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보였다. 이 학교에는 신소재공학 관련연구를 화학과에서 주로 하는 듯 하였다.

돌이켜 보면 이번 방문은 학교간 교류를 위하여 학교 차원에서 먼저 연락하여 방문일정을 정하였는데 몇몇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첫째, 중국은 우리와는 달리 여름방학 기간에 대부분의 실험실이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년 후면 중국도 우리처럼 방학 때 더 열심히 연구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겠지만 당분간은 학기 중에 방문해야겠다는 것이다. 둘째로, 보통의 세미나가 교수나 학과간의 연락에 의해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학교본부의 국제교류담당 부서의 연락에 의해 시작되어 마지못해 진행되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는 학과간에 연락을 취한 후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경대나 청화대가 중국 최고의 대학이라고는 하나 아직은 연구실적이나 학교의 제도가 포항공대에 비해 미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두 대학 모두 몇몇 특정 실험실이나 교수를 의욕적으로 집중지원하고 있어 앞으로 빠른 발전이 예상되었다. 또 두 대학 모두 학부 졸업생의 대부분을 미국, 유럽, 일본에 잃고 있어 우수학생 유치가 앞으로의 발전에 관건이 될 것으로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