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이슈] 동물의 왕국 POSTECH에 이제는 멧돼지까지
[캠퍼스 이슈] 동물의 왕국 POSTECH에 이제는 멧돼지까지
  • 최윤섭 객원기자
  • 승인 2007.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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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이 때 아닌 야생 멧돼지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개·고양이·토끼·고라니·너구리·까지·붕어 등등이 서식하여 학생들에게 소위 ‘동물의 왕국’이라고까지 불리는 우리대학에 야생 멧돼지까지 출몰하여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탓이다.
본래 야생 멧돼지의 천적은 호랑이지만, 호랑이조차도 잘못하여 멧돼지에게 받히면 치명상을 입는다는 맹수다. 현재 야생에서 서식하는 호랑이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멧돼지는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할 능력이 없어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멧돼지는 뛰어난 후각과 공격성·다산성으로 사람에게 가장 피해를 많이 주는 야생동물로, 매년 신고 된 피해액만 30억원이 넘는다. 큰 멧돼지의 경우 하룻밤에 20~30kg의 먹이를 먹어야 하므로 멧돼지 떼가 출몰하면 인근 논밭이 쑥대밭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작년 2월에는 70대 노인을 공격하여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또한 주로 주간에는 은신해 있다가 야간에만 떼를 지어 활동하므로 전문 포수도 사냥개의 도움 없이는 포획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대학에서 이런 야생 멧돼지가 목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경부터. 기계실험동 인근 야산에서 10여 마리의 멧돼지가 출몰하여 먹이를 찾기 위해 인근 잔디밭 등을 파헤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 대학 뒤 양학산 일대, 가속기 진입로 주변, 심지어는 기숙사 뒤뜰에서까지 멧돼지가 목격되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 멧돼지가 나타났을 때에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했던 대학 당국도 지속적으로 멧돼지 떼가 교내 인근을 배회하여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협하자 특단의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큰 멧돼지는 450근(270kg)이 넘을 정도이니 생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덫이나 올무 등을 설치하여 포획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므로 엽사들을 동원해 사살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대학 시설운영팀은 포항시청 녹지과와 남부경찰서의 협조로 총기사용 허가를 받아 지난달 27일 전문 엽사 4명과 사냥개 5마리, 야생동물보호협회원 등으로 포획팀을 구성하여 발견한 4마리의 멧돼지 중에 두 마리를 사살했다.

현재 양학산 일대에는 10여 마리의 멧돼지가 더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구 양학동과 용흥동 및 우리대학이 위치한 남구 지곡동에 걸쳐 있는 양학산은 주위가 모두 도로로 둘러싸여 있는 탓에 고립된 야생 멧돼지가 먹이를 찾기 위해 내려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9일 낮 12시 경에는 북구 용흥동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흥분한 멧돼지가 난입하여 철조망을 들이 받는 등 10여 분간 날뛰기도 하여 큰 이슈가 되었다. 다행히도 당시 운동장에서의 수업이 없었기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 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야생 멧돼지가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자 북구에서도 16일부터 27일까지 포획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학동 등산로를 중심으로 다시 엽사 4명과 사냥개 7마리가 동원되며, 이 기간 동안 야산으로의 주민들 출입이 통제된다. 이렇게 북구 경찰서에서 실시하는 포획으로 인해 쫓겨난 멧돼지가 산 반대편에 있는 우리대학 인근으로 올 가능성도 있어 남부경찰서와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번 사건을 총괄하고 있는 포항시 도시녹지과의 최숙희 씨는 우리대학 구성원들에게 “지난달 27일 포획 당시에도 입산이 통제되었음에도 양학산에 등산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다음 포획 기간에는 입산을 자제하여 안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