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맺기] 우리대학 박사과정 대학원생
[일촌맺기] 우리대학 박사과정 대학원생
  • 정현철 기자
  • 승인 2006.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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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보다 전공·논문주제가 더 중요
연구방향 스스로 모색할 수 있어야

우리대학 학우들은 학부 졸업생의 약 70% 정도가 우리대학을 비롯한 타 대학 대학원에 진학한다. 이렇듯 많은 학우들이 석·박사 과정까지 공부할 생각을 갖고 있지만, 대학원생들의 바쁜 생활로 인해 학부생들과 대학원생들 사이에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 이번 호에서는 내년에 졸업하는 이학과 공학계열 박사과정 대학원생 두 명을 만나 석사·박사 생활에 대해 들어보았다.
대학원 연구실들은 각기 분위기나 하는 일이 다양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인터뷰에 응한 학우들의 요청으로 신분은 공개하지 않으며, 답변에서 이학과 공학을 구분하지 않은 것은 공통된 의견이다. <편집자주>



하루 일과는

공학 : 학부 때와 비교했을 때 대학원 생활은 매우 정적이다. 학부 시절에는 넓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동아리 활동을 비롯해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대학원에 올라오면 그러한 여유가 상대적으로 제한받게 된다. 생활의 중심이 연구실이고,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기숙사에 있기가 어렵다. 랩 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랩 내의 규칙이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아침 9시 반 전에 출근해서 자정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으며, 어떤 연구실의 경우는 새벽 2~3시까지 있어야 하기도 한다.

이학 : 우리 연구실은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한 곳 중 하나이다. 물리학과나 수학과 등 이학 분야에서 특히 이론적인 내용을 다루는 연구실 중에는 이러한 곳이 더러 있는 듯하다. 나의 경우 아침 8시까지 연구실에 가서 오후 4~5시 정도까지 있다가 그 이후에는 자유롭게 책을 보거나 가끔 여가를 즐긴다.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하다고 그만큼 해야 할 일이 적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분야의 특성상 꼭 연구실에 있어야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타 연구실과 차이점이 한 가지 더 있다면, 우리는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석·박사과정 때 듣는 수업과
하는 일에 대해 말해 달라

공학 : 내가 전공하는 분야의 경우 석사 때 총 8과목을 이수해야 했다. 석사 과정이 2년이므로 한 학기 당 2~3과목을 이수해야 하는데, 한 과목 당 공부해야 할 내용이나 리포트·프로젝트 등 수행해야 할 과제가 매우 많다. 교과목 외에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한 공부도 따로 해야 하며, 연구실에서 행정적인 일이나 잡무를 도맡아 야 해서 이 시기에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박사과정 때에도 수업을 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석사 때보다는 수업 부담이 적으며, 이 때에는 교수가 외부에서 따온 과제를 실질적으로 진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대학원 때 듣는 수업은 대체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이 시기에는 학점보다 무엇을 전공했는지, 자신의 논문의 주제가 무엇인지, 어떤 과제들을 수행했는지 여부가 나중에 취업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진학할 때 더 중요한 영향을 주게 된다. 회사에서 우리대학으로 리크루팅을 왔을 때에도 이러한 것들에 초점을 두고 질문을 한다. 박사과정까지 마치면 고급 인력으로 분류되는데, 이때 기업의 요구와 자신의 전공 분야가 일치할 경우 그만큼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석사 때와 박사 때의 가장 큰 차이는

석사 때까지는 교수나 선배들이 정해준 방향을 잘 따라가면 된다. 그러나 박사 때가 되면 요구되는 역할이 달라지는데, 그때부터는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어떤 과제를 수행할지 정하고, 연구나 문제해결의 방향을 모색하여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석·박사과정 때 써야 하는
논문에 대해 말해 달라

공학 : 석사 때에는 아직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깊이있는 논문을 쓰기가 힘들다. 때문에 논문 주제는 석사과정을 하면서 수행한 과제나, 교수 혹은 연구실 선배가 제시한 연구와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사 논문은 각 과에서 정한 특정 학술지에 한 편 이상 실려야 졸업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논문 한 편만 쓰고 졸업한다면 학계로 진출하거나 기업에 취직할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지도교수와 상담을 통해 얼마나 더 연구할 것인지, 언제 쯤 졸업할 것인지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학 : 석사 논문은 원칙대로 하면 새로운 것을 자기가 만들어야 하지만 그럴 만한 역량을 석사 때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통 유명한 논문을 정리하거나 예전에 나왔던 주제를 약간씩 바꾸어가며 쓰는 경우가 많다.
박사 논문은 이제 정말로 새로운 것을 고안하여 논문을 써야하기 때문에, 나의 경우 공부나 연구하는 방법이 석사 때와는 약간 달랐다. 석사 때에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수동적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집중했지만, 박사 때에는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거꾸로 추론하는 식의 공부를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논문을 볼 때에도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내용에 대해 ‘왜 이런 것을 끌어들였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읽어본다. 이는 실제로 매우 힘든 과정이다. 지금 졸업논문을 준비하고 있는데, 도서관에 하루 내내 앉아 있는데도 한 줄도 못 쓰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석사과정은 2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박사과정은 몇 년 동안 하면 학위를 딸 수 있다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4~5년 정도가 보통이지만, 좋은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 그보다 더 기다려야 하는 수도 있다.
학부 때부터 박사과정을 마칠 때까지는 적어도 10년 정도가 걸린다. 학부를 마치고 기업에 취직한 동기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높은 보수를 받는 것을 보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때도 더러 있다. 박사 과정을 마친 후 자신에게 올 이익만을 바라보며 대학원 생활을 한다면 자칫 10년이란 시간이 고난과 역경으로만 다가올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연구를 즐기고, 자신이 하는 일에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면 만족스런 대학원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