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영일대 + 청송대 산책로
[탐방] 영일대 + 청송대 산책로
  • 이은화 기자
  • 승인 2006.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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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그 곳 -
동화 속 같이 아름다운 산책로
▲ 아름다운 영일대 연못. 오리·비단잉어·청거북 등을 볼 수 있다.
“우리학교 주변엔 갈 곳이 없어” 모처럼 한가로운 공강 시간에 학우들이 종종 내뱉는 불만 섞인 말이다. 주말이면 나들이 오는 인근 주민들로 가득 차는 아름다운 지곡연못도 매일 보는 학생들에겐 그저 평범한 일상에 불과하다. 한창 이곳저곳 놀러 다니고 싶은 젊은이들에게는 50만평의 캠퍼스도 비좁은 모양이다.
그래서 포항공대신문사에서 길을 나서게 되었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여가시간을 보낼만한 마땅한 곳이 없을까?
먼저 학생들에게 널리 알려진 영일대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대잠동 효자주택단지 근처 숲속에 위치한 호텔겱캑?건물을 이르는 영일대는 호텔주변에 잘 정돈된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하여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포항일대 시민들도 자주 놀러오는 곳이다. 우리대학에서는 동문에서 시내방향으로 나가는 105번 버스를 타고 5분 정도 간 뒤 ‘효자프라자’ 정류소에서 내려 도보로 10분 정도 걸으면 갈 수 있다.

영일대는 호텔 앞의 힐튼 정원도 예쁘지만, 그 옆의 자연 연못을 바탕으로 조성한 작은 공원도 매우 아름답다. 영일대 연못에는 오리·비단잉어·청거북 등이 살고 있으며, 주변에는 버드나무·향나무·소나무·단풍나무 등이 심어져 있다. 또한 곳곳에 설치된 79개의 벤치가 영일대 연못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밤이면 할로겐 등불이 작은 인공 폭포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영일대 주변에는 큰 건물이 없어서 조용하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인근 힐튼 호텔 외에는 마땅히 음식을 사먹을 곳이 없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갈 것을 권한다. 조금은 불편한 듯해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피크닉 분위기를 내는 것도 학업에 찌든 학우들에게 기분전환할 기회가 아닌가 싶다.

영일대 연못까지는 일부 학우들이 와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500m정도 떨어진 청송대까지 가본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청송대는 포스코의 귀빈들이 묶는 별장으로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지만 그 일대 산책로는 개방되어 있다. 영일대 연못에서 행복아파트를 지나 테니스장을 끼고 계속되는 야트막한 오르막길 양 옆에는 벚나무 가로수가 심어져 있다.
청송대 건물까지만 도로가 이어져 있고, 그 이후에는 약 400m 정도 되는 흙길이 시작된다. 지난 총장배 마라톤대회 코스 일부가 그 부근을 포함했지만 청송대부터 시작되는 마사토길(흙길)은 지나가지 않았다.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나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산책로에는 소나무곀秀す쳛대나무겢洑납す?등이 자라고 있다. 무엇보다도 양쪽에서 늘어뜨린 벚나무 가지가 머리 위를 덮는 아늑한 길이다. 봄이면 떨어지는 벚꽃잎을 맞으러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낭만적인 곳이다. 청송대 산책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고 조깅코스로도 그만이다.
산책로에서 만나 길안내를 해준 인근 주민 심창숙 씨(승리아파트)는 “서울에 사는 자식들이 휴가 때 이 좋은 곳에서 쉬고 싶다고 이사도 못 가게 한다”라고 농담 삼아 말했다.

흙길이 끝나자 두갈래 도로가 나왔다. 한쪽은 포항제철동초등학교로 통하는 길이었고 한쪽은 총장공관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총장공관을 지나면 부덕사(문화센터)와 헬기장이 보이고, 조금 더 걸어 나오면 효자아트홀을 만나게 된다. 그 곳에서 다시 학교로 가는 105번 버스를 탈 수가 있다. 효자아트홀까지 안내해준 심 씨는 “학생들 만나니까 너무 좋네. 가까이 사니까 우리 집에 놀러오면 맛있는 거 해줄게”라며 연락처까지 내밀었다.
궂은 날씨의 한 시간여 산책은 이렇게 끝이 났다. 숲속 길 산책은 학교에만 갇혀있었던 기자에게 상쾌함과 마음 한켠의 따뜻함을 불어넣어 주었다.
요즘 들어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가을이 되어 단풍이 들 무렵엔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동화 속 같이 아름다운 영일대-청송대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