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맺기] 나노공학의 아버지, 에릭 드렉슬러 박사
[일촌맺기] 나노공학의 아버지, 에릭 드렉슬러 박사
  • 정현철 기자
  • 승인 2006.09.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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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계에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할 뿐”







공학 전반 폭넓게 공부하고, 창의적 시각 갖길


- 공학도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

자연현상의 근간이 되는 법칙들을 설명하는 물리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공학 전반에 걸쳐 폭넓게 공부하여 제품의 합성겫劇츃디자인과, 물질을 생산하는 프로세스(단계)와 시스템과의 관계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지식을 쌓기를 권하고 싶다. 창의적으로 현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한 가지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자칫 결과를 잘못 해석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 나노과학기술의 여러 갈래 중 앞으로 유망한 분야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분야 모두가 다 유망하리라고 본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원자 수준에서 정확하게 제품을 합성하고, 또 그러한 구조를 가진 물질을 이용하여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생산적인 나노시스템은 물리적인 기술의 기초를 바꾸어 제조기술의 가능한 범위를 확장할 것이다.
원자 수준으로 정확함을 유지하는 것은 공학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한 구조물들이 서로 정확하게 결합을 한다면 아무리 많이 결합하여도 그 구조물 역시 원자 수준에서 정확함을 유지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실현 불가능한 조직이나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예는 생물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몸에는 유전인자로부터 디지털 데이터를 얻어 세포의 구성단위인 단백질을 생산하는 리보솜이 있다. 리보솜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은 분자 수준에서 일어난다. 이처럼 생물학은 분자 기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말해주며, 그러한 기계가 얼마나 강력하고 효율적인가를 알려준다.

이러한 개념을 기초로 만들어진 도구는 유용한 물질뿐만 아니라 보다 나은 도구를 만들게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나노과학기술 전반적으로 커다란 혁신을 불러일으킬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나노기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론적인 한계들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나노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리라고 예측하기란 매우 힘들다. 현재의 상황과 미래의 가능성 사이에는 놀라울 정도의 차이가 있어서,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일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기술 혹은 제품이 현실에 나타나게 되는 데에는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보았을 때 몇 가지 경로가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의 대안이 있다면 그 중 더 나아보이는 것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실현되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이 성공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명심해야 할 점은 둘 다 성공하기는 매우 힘들다는 사실이다. 어떤 기술이 더 먼저 개발되는가, 기업이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기술이 성공하는가, 실패하는가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매우 동적이고 경쟁적인 과정이다.

이렇게 ‘어떤 제품, 어떤 기술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질문 대신 ‘무엇이 가능한가?’에 대해 묻는다면, 이것은 매우 다른 문제이다. 이것은 공학과 물리와 관련된 문제이며, 위에서 언급한 복잡하고 경쟁이 얽힌 상황과는 거리가 좀 멀다.
여러 가지 기술적 진보에 대해 생각해보자. 재료들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으며, 컴퓨터는 나날이 그 계산 속도가 높아져 간다. 의학은 더 많은 질병을 치료할 것이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기계의 효율성도 매우 높아졌으며, 모든 것이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여기에 대해 물리학자들은 어떤 의견을 제시할 것인가? 물리학은 우리에게 어떤 기술이든 이론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속도의 관점에서, 우리는 ‘광속’ 이상의 속도를 낼 수는 없다. 엔진의 효율 역시 아무리 개선되어 보았자 ‘카르노 효율’을 넘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현재의 기술은 아직 그 경계 내에 있으며, 예외인 경우도 간혹 있지만 사실 공학(engineering)에 그 이론적 한계가 어떻게 적용될 지도 우리는 아직 잘 모르고 있다. 즉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그 일에 대한 이론적 한계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이다.

분자 기계, 즉 생산적 나노시스템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자 수준에서 물질을 조작하고 생산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기존의 우려와는 달리 이를 실용화하는 데에 장애가 될 이론적 한계는 현재의 능력보다 훨씬 밖에 있어 아직 무엇인지도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것은 과학적인 한계에 부딪혀 실현될 수 없는 것이 아닐뿐더러, 앞에서 언급했듯 오히려 현재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게 하여 한 차원 높은 생산 공정을 가능케 할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난 나노과학기술이 영속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어떤 경로를 통해 현실에 나타날 것인지는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다양한 경로가 있을 것이다. 한 예로 DNA와 단백질과 관련된 연구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겠지만, 다른 누군가가 더 유망한 분야를 찾는다면 그때는 그 분야, 그 경로를 통한 접근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상위의 전략적인 목표는 확고하여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 지금까지 여러 저술활동과 강연을 통해 나노기술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해 왔던 일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언급했던 것들은 ‘미래’라기보다는 ‘자연적인 것’이자 ‘기술의 기본적인 원리’였으며, ‘공학이 어떻게 현실에 적용되는가?’라는 문제였다. 단지 그들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고 오늘날 개발되어 있지 않았기에 난 물리학과 분자과학 등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들을 미래와 연관 지을 뿐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세계에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여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