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맺기] 인문사회학부 김민정 교수
[일촌맺기] 인문사회학부 김민정 교수
  • 정현철 기자
  • 승인 2006.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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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통해 비판적, 논리적, 창의적 사고력 키워야


- 학부시절에는 어떤 활동을 했는가


우리 대학 학생들을 비롯해 요즈음 대학생들을 보면 외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방학 중에는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오는 등 자기계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 같아 매우 부럽다. 내가 학부에 다닐 당시에는 지금과는 사뭇 사회적 분위기가 달랐고, 이로 인해 학생들의 관심 분야도 현재의 대학생들과 다소 달랐던 것 같다. 그때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사회비판의식이 강했고 사회변혁운동에 동참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학생들이 개인 중심의 삶보다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요즘의 대학생과는 다른 방식으로 고민했던 것 같다.

나 역시 학생회, 교내 편집부와 문학회 같은 활동을 통해 그러한 고민을 함께 공유하면서 학과 공부보다는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서 얻은 것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삶을 반성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학부시절에는 역사, 철학 등 전공 외의 분야에 관심이 많아 오히려 전공인 문학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것 같다. 전공은 대학원에 가서야 열심히 공부했는데, 문학연구에서 인간의 다양한 삶을 형상화한 작품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당시에 했던 활동들이 나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된 듯하다.
한때는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스스로 위안으로 삼았지만, 이건 결국 자기 인생의 한 부분을 합리화해버리는 불성실한 태도인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의 나에게 무엇이 부족했는지,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진지하게 되물어보고 자주 반성하게 된다.


-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해 간단히 말해 달라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고 새롭게 해석해내는 학문 분야로서, 개개인이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는데 기여한다.
내가 전공하는 문학에 대해 말해보자면, 좋은 문학작품이란 독자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간접 체험하게 해주는데 그치지 않고, 독자의 삶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독자로 하여금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게 하는 어떤 힘이 있다. 그것은 동시에 인문학으로서의 의의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도 인문학에 관심을 많이 갖고 좋은 문학작품을 틈틈이 읽길 바란다.


-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은

글쓰기는 어떤 현상에 대해 문제점을 비판하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거나, 새로운 생각을 체계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활동이다. 그러니까 글쓰기를 통해 비판적겞磁??창의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이러한 사고력은 여러분 같은 과학도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 아닌가? 그런데도 아직 우리 대학의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 자신의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는 글, 상반되는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주관적인 글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학생들이 한 가지 더 명심해야 할 점은 과학자, 기술자이기 때문에 글 쓰는 일을 소홀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글 쓰는 능력을 더 키워야 하고 글쓰기를 사회적 의무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현실에 대한 영향력이 큰 중요한 학문으로,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연구의 결과를 통해 사회에 돌아가게 될 이익과 피해를 글을 통해 널리 알려 서로 공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공계 학생들은 남들보다 더 정확하고 분명하게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 대학은 글쓰기를 지속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반이 잘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타 대학은 이공계 글쓰기가 점점 더 강화되고, 글쓰기를 배우는 기간이 길어지는 추세이다. 미국 MIT의 경우 학부과정에서만 글쓰기 관련 교과목을 필수로 최소 6개 이상 이수해야 하고, 그 시스템이 매우 체계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서울대, 연고대의 이공계생도 이제 일반 글쓰기를 배운 후에 특화된 과학 글쓰기를 필수로 배우게 되어 있고, 학부 내내 이공계생들이 교양과 전공을 통해 글을 쓰고 지도받을 수 있다. 그런 타 대학의 경우를 알고 나면 왠지 우리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우리 대학도 좀 더 폭넓은 관심과 지원을 해줘서 학생들이 보다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글쓰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전공공부와 과제 때문에 학생들이 전공서 외에는 책을 제대로 읽기가 힘들다고 들었다. 사실 대학생으로서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하루 단 30분이라도 시간을 따로 만들어 독서가 생활의 습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자신의 의지로만 책을 읽기 힘들다면 친구들이 모여 독서토론 모임을 만들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내가 좋아하는 한 소설가가 “스무 살이 지나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그 이후가 온다”고 했다. 아마 20대가 지나면 30대가 오는 것이 아니라 20대 이후가 오지 않겠나? 그만큼 20대가 한 인간의 인생에서 소중한 시기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돌이켜 보니 같은 생각, 같은 경험도 20대에 하면 더욱 빛이 나고, 그것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여러분 모두가 매사에 깊이 생각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POSTECH에서 소중한 20대를 보내면서 POSTECHIAN 한명 한명이 스스로 사랑하고 싶은 자신의 참모습을 만들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