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맺기]훌륭한 연구 분위기에 끌려 포항 찾아
[일촌맺기]훌륭한 연구 분위기에 끌려 포항 찾아
  • 노지훈 기자
  • 승인 2006.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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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질환 연구… M.D.와 Ph.D.간 협력 필요
-부임하게 된 배경은
2000년도 포항공대에서 성영철 교수와 천식치료에서 면역조절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공동연구 세미나를 가진 적이 있다. 이때 처음 포항공대를 방문하였는데 학교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연구하기에 좋은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그 후 2002년부터 2년간 예일대에서 방문교수로 있는 동안 한국에 돌아가면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좋은 여건의 대학을 찾다가 포항공대로 오게 되었다.
포항공대는 생명과학과의 연구결과를 의학에 적용할 수 있는 의학자가 필요했고, 나는 연구기자재를 포함한 탄탄한 연구시스템과 함께 연구할 연구원들이 필요했다. 서로의 요구가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포항까지 오는데 고민하지는 않았나
제주도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줄곧 이곳에서 살아왔다. 그 후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고, 20년간 서울에서 살았다. 서울에서 계속 살아왔던 것이 아니라서 포항으로 내려오는데 큰 고민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있던 곳보다 연구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춘 이 곳으로 오게 되어 좋았다. 하지만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잠시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 곳이 서울보다 조용하고 자녀들 교육 여건도 좋아서 가족들도 만족하는 듯하다.
-서울의대와 포항공대 두 대학 학생들의 차이점은
아직 포항공대에 부임한지 며칠 되지 않아 학생을 만날 기회가 없어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의대와 공과대학의 차이처럼 서울대 의대생들은 질병에 대해서 의학적으로 전문적 지식을 갖춘 반면 포항공대 학생들은 생명, 화학 등 기초과학지식과 개론적인 의학지식을 가진 것 같다.
-의학과 생명과학 간의 통합 연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언뜻 보면 의과와 생명과학은 학문적으로 이질적이다. 하지만 의과대학 측면에서 보면 의학분야가 발전하려면 기본적으로 기초 생명과학분야의 연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초과학분야는 일정 수준 이상 발전한 상태이다. 하지만 기초과학분야의 응용분야 중 하나인 의학분야는 아직 그 수준에 맞추어 발전하지 못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학제간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시점에 M.D.와 Ph.D.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면에 있어서 포항공대 생명과학과와 카톨릭 의대의 공동연구 프로젝트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인력차원에서 서로의 문호를 개방하고, 잦은 만남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에 주력해야 하겠다.
현재 국내에서 공동세미나가 이루어지는 수는 각 분야별로 조금씩 다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는 각 전공분야별로 분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질병단위로 기초부터 임상까지 하나의 분야로 통합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기초과학의 연구결과를 빠르게 응용분야에 연계해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알레르기 연구실’에서 알레르기 질환의 병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다음 학기부터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현대의학개론’을 강의하고 대학원 과정에서는 ‘고급면역학’을 강의할 예정이다.
-끝으로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제일 좋은 제자는 스승을 뛰어 넘는 제자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직된 사고를 지양하고 유연하고 폭넓은 사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학부 시절 다양한 경험은 앞서 말한 좋은 사고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다양한 경험에는 실제적인 경험과 더불어 책 혹은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간접적 경험도 중요하다.
또한 진로는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내 경우에는 서울의대에 있을 때 보다 포항공대에 있을 때 나의 필요성이 증가하였다. 일종의 블루오션과 같은 개념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공계 학도들은 각자 자신의 분야에 매진하는 것도 좋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분야에 가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