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못하는 것 하는 대학, 남들이 따르는 대학, 창조적인 대학으로 만들어가야”
“남들이 못하는 것 하는 대학, 남들이 따르는 대학, 창조적인 대학으로 만들어가야”
  • 노지훈 기자
  • 승인 2006.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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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유체역학 분야의 권위자인 이정묵(71 ․ 기계공학과) 교수가 지난달 정년을 맞아 강단을 떠났다.
기계공학과에서는 이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지난 달 22일과 23일에 걸쳐 학술대회와 퇴임식을 가졌고, 대학은 이 교수를 명예교수로 추대했다.
이 교수는 1986년 우리대학 설립 멤버로 귀국하여 초대 부총장직을 맡아 학사, 연구 및 장기발전 계획 등 대학의 기반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편 이 교수는 부인인 우리대학 생명과학과 이신애 전 교수와 공동으로 기계공학과 ․ 생명공학과의 우수학생 양성을 위해 5000만원을 출연해‘묵애(默愛) 장학금’을 제정했다.
20여년을 우리대학에서 보낸 이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보았다.
-정년퇴임을 맞이하는 특별한 감회가 있다면
미국 유학시절 때부터 고 김호길 박사와 함께 한국에서 제대로 된 이공계 대학을 설립해 훌륭한 후배를 길러내자고 약속했었다. 그 후 고 김호길 박사가 포항공과대학교에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나를 불렀다. 김 총장과 늘 이야기했던 것을 실천하기 위해 자식들을 대학교 기숙사로 보내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미국에서의 생활과 다리를 끊어버리자는 굳은 의지를 살리기 위해 살던 집까지 청산하였다. 당시 나를 포함한 12명 중진교수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우리는 밥벌이하는 직장을 바꾸러 들어온 것이 아니라, 국내에 세계 명문대학에 견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자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들어왔다.
내가 초대 부총장에 부임할 당시 본부건물과 공학 1, 2동 건물이 한창 건설 중이었다. 그때는 모든 일이 처음 진행되는 것이라 교수들이 직접 발로 뛰며 할 일이 참 많았다. 이제 20년이 지나 정년퇴임을 하려 하니 감회가 깊지 않을 수 없다.
-아쉬운 점이 많을 것 같은데
개교 당시 우리의 목표는 우리대학이 국내 타 대학과 비교되는 단계를 벗어나 Caltech 또는 MIT와 견줄 수 있는 그런 대학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국내 타 대학들도 과거 수준보다는 한층 성장하였지만 우리대학이 아직 국내 수준의 틀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것에 아쉬운 점이 많다.
-재직 당시 특별히 인상 깊었던 학생이 있다면
기계과 1회 입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은 거의 기억한다. 특히, 현재 우리학교 기계과 교수로 부임한 강관형 교수는 석겧迷?때 내 제자였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에는 운동권에 가담하는 학생들이 몇몇 있었다. 당시 그런 학생들을 데려다가 이야기도 많이 하고 정치 운동 하지 말라고 당부도 했었다. 그때는 이공계 학생들이 외국대학 기술 따라가기도 바쁜데, 정치에 관심을 갖고 데모하는 모습을 볼 때 안쓰러웠다. 그때 그런 문제로 자주 만났던 학생들이 기억에 남는다.
가끔 제자들이 전화도 하고, 근처에 볼 일 보러 왔다가 들르기도 한다. 제자들이 사회 나가서 자리매김하는 걸 볼 때 뿌듯하다. 교수한테 기쁨이 다른 것이 뭐 있겠나, 제자가 자기보다 더 크게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게 기쁨이다.
-정년퇴임 이후 어떤 일을 할 계획인가
뚜렷하게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다만 연구, 교단보다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후학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대학은 사립대학이지만 특수하지 않겠는가. 우리대학은 학생들을 양산하는 곳이 아니라 소수정예대학이다. 양을 가지고 비교할 수 없고, 해서는 바보 같은 것이다. 질적으로 비교해야 된다. 학생, 교수, 직원 모두가 왜 학부 신입생을 300명만 모집하는지 그 의미를 인식해야 된다.
그리고 남이 못하는걸 하는 대학, 내가 앞서서 남들이 따르게 하는 대학, 창조적인 대학을 만들어 가야 한다. 내가 부총장으로 부임 당시, 우리대학이 하는 일이 국내 모든 대학의 표본이 되었다. 예를 들어 연구비 중앙관리제도라든가, 철저히 심사를 거쳐 실적위주로 교수를 승진시키는 제도가 있다. 당시에 연구관리는 ‘포항공대에서 배워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타 대학과 구별되는 독특성을 놓치면 우리의 명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모든 구성원들은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학교 졸업하고 취직해서 서울대 학생에게 열등의식을 가질 것이면, 학교 그만두고 재시험 치기를 권한다. 뭐가 부족해서 열등감을 느끼는가. MIT학생을 만나도 “너가 뭐가 잘났냐” 라고 할 수 있어야 하겠다. 포항공대생이라면 자기분야에서는 세계 어딜 가도 주눅들지 말기를 당부한다.